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손에 관한 스포츠클라이밍 속설 5가지 파헤쳐 보기
악력기, 클라이밍 테이프 사용여부, 물집부상 등 초보자 고충 총정리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중요한 건 무엇보다 손이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손이 기본이 되는 운동이다. 초급자들이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면서 겪는 다양한 통증과 고민의 대부분이 손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이나 궁금증에 대한 해결책을 물었을 때 사람마다 제각각의 답을 내놓기 일쑤며, 어쩔 땐 정반대로 조언해 무엇이 맞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이런 이들을 위해 손에 관한 스포츠클라이밍 대표적인 속설 5가지를 파헤쳐 봤다.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펴는 힘’을 강화할 수 있는 스포츠클라이밍용 트레이닝 도구. 사진 실비스.

Q1 악력, 정말 중요하지 않은가?


클라이밍 입문자인 A씨는 홀드를 붙잡고 버틸 악력이 부족해 악력기 구매를 고민했다. 그런데 암장 선배들은 악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무엇이 맞는 걸까?

A 선배들이 악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건, ‘스포츠클라이밍은 악력으로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기술을 익혀 균형 잡힌 근력 형성에 신경을 쓰라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어떤 스포츠든지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의 경우 힘을 키우는 것보다 내 몸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익히는 신경체계의 적응이 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클라이밍의 특성상 악력이 아닌 특별한 손가락 강화트레이닝을 해주는 것이 좋다. 결국 클라이밍 중 벽에 몸을 매달리게 하는 건 주로 손과 발, 그중에서도 손가락 끝의 지문 부위와 엄지발가락이다. 

 악력기를 사용한 스포츠클라이밍용 트레이닝은 보통의 악력기 운동법과 조금 다르다. 전문가들은 손가락을 구부린 상태에서 버티는 훈련이 스포츠클라이밍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먼저, 저그홀드같이 큰 홀드에서 손가락 전체를 구부린 상태로 버티는 운동을 시작해 보고, 이 운동이 적응되면 손가락 첫 마디, 그 다음은 손가락 끝 지문만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처럼 쥔 채로 버티는 운동법을 제안하는 건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악력은 등척성 수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몸의 근육은 크게 두 가지로 사용되는데 하나는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는 등장성 수축(일반적인 수축, 이완)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자세로 버티는 등척성 수축이다. 요컨대 손가락을  구부린 채로 버틴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으로 손가락을 구부려 버티는 훈련(주동근 훈련 flexor training)과 함께 반대로 펴는 근육들을 강화하는 훈련(길항근 훈련 extensor training)이 그립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잡고 버티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쥐는 힘과 펴는 힘의 상호균형이 잘 맞아야 원하는 손가락의 각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클라이밍 테이프는 신축성이 적은 면 소재를 사용하고 손가락 관절의 고정과 피부보호를 위해 주로 사용한다. 사진 셔터스톡

Q2 초보자는 클라이밍 테이프를 쓰면 안 된다?


손가락이 시큰거리거나 피부가 아픈 경우 클라이밍 테이프를 감게 된다. 그러나 클라이밍 테이프를 사용하면 감각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굳은살이 생기지 않아 초보자에게 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클라이밍 테이프는 언제 써야 되는 걸까?

A 클라이밍 테이프를 잘 활용하면 득이 되지만, 잘못하면 손가락의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상이 우려되거나 재활을 위해선 적절한 테이핑이 좋지만, 과도하게 테이핑을 하면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피부, 인대, 건과 같은 연조직Soft tissue의 발달을 지연시키고 혈액순환을 방해해 손가락의 부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 

통증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도 한다. 클라이밍 테이프 사용을 고민할 정도로 통증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부상의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이 경우 테이핑은 매우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테이핑을 언제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왜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좋다. 테이핑의 첫 번째 기능은 관절부의 고정과 지지다. 손가락에는 움직임을 돕는 굽힘근도르레flexor pulley가 설치돼 있다. 이 인대는 손가락을 쥐고 펼 때보다 한 동작으로 버틸 때, 즉 클라이밍 중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부분에 통증이 있을 경우 ‘링 테이핑’을 해줘 인대가 지탱하는 힘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관절 손상 예방이다. 자신의 실력보다 어려운 홀드를 잡을 경우 손가락과 손목, 팔꿈치가 정렬되지 못한 자세로 어설프게 잡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관절부 위의 연조직이 힘을 견디지 못하고 손상돼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흔히, 속설로 관절부가 두꺼워지면 강해졌다고 하는데 주로 관절부는 분절보다 잘록한 것이 좋은 것이고, 두꺼워지는 것은 관절염의 신호에 불과할 수 있다. 이 경우 ‘8’자로 테이핑해 주거나 손가락 측면에 ‘X’자 형태로 테이핑하고 손가락 관절 사이에 링 테이핑을 해주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피부 보호다. 초보자의 경우 홀드를 확실히 잡지 못해 피부가 밀려 벗겨지는 부상을 자주 입는다. 이 경우 홀드와 닿는 손가락 단면에 약간 사선의 8자 형태로 두세 번 감되 혈액순환을 방해할 정도로 세게 감거나, 느슨해서 벗겨지지 않도록 감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손가락 굽힘근의 도르레 개념도. 사진 뉴만 kinesiology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액상초크와 가루초크. 사진 부토라.

Q3 손바닥에 물집이 잘 잡힌다면?


B씨는 손에 땀이 많은 체질이라 손바닥에 물집이 잘 잡힌다. 초크를 발라도 홀드를 몇 개 잡고 나면 쓸려 나간다. 체질적으로 클라이밍을 할 수 없는 걸까?

A 스포츠클라이밍이 선천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내성발톱인 경우, 손가락의 검지·중지·약지의 길이가 한 마디 이상 차이 날 경우, 그리고 다한증이 있는 경우다. 운동을 하면서 고통이 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한증의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고 단지 땀이 조금 많은 경우라면 세 가지 해결책이 있다. 첫 번째는 불안 감소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나 부상에 대한 상상 등이 초래한 심리적 불안감을 심호흡 등을 통해 경감시켜야 한다. 우수한 선수들은 이러한 긴장감을 각성 상태로 끌고 가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불안감을 애써 떨치려고 하면 더 큰 불안을 초래하니 그저 ‘나는 불안하구나’하고 인정하는 게 더 유익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적절한 제습제(초크) 사용이다. 과거에는 탄산마그네슘과 송진 같은 재료를 혼합한 것이 전부였으나 최근에는 제습과 마찰력 증가 기능이 탁월하게 좋아진 상품이 많이 출시됐다. 액상초크와 가루초크를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 번째는 코어 근육을 강화시키고 어깨를 안정화해 고관절의 가동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손에 물집이 잡힌다는 건 그만큼 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등반실력을 향상시켜 손이 아니라 몸으로 그립을 잡게 되면 손이 밀리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 물론, 다한증이 심각하다면 시술을 고려해 봐야 한다.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개별 손가락 단련이 가능한 악력기. 사진 실비스.

Q4 어떤 손가락부터 단련해야 할까? 


어느 정도 벽에 익숙해진 C씨는 더 어려운 동작을 구사하기 위해 부위별 트레이닝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보통 검지와 중지, 약지 순으로 운동한다는데 확실치 않다. 어떤 트레이닝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A 기본적인 중급자 그립 훈련은 보통 15~20초 정도 부들거리지 않고 잡을 수 있는 홀드를 기준으로 그보다 더 작은 홀드나 어려운 홀드를 잡고 버티거나 부하를 줘서 4초 정도 버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개별 손가락 단련이 가능한 악력기를 사용해 움켜쥐고 버티는 방법도 있다.

 이처럼 손가락을 개별적으로 단련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사실 손가락 근육은 엄지만 독립적으로 근육이 형성돼 있고 나머지 손가락은 거의 같이 움직인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손가락을 독립적으로 단련하기보다 다양한 홀드를 잡고 버티는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손가락 훈련을 한다는 건 그립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다. 그립력에 관련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몇 가지 유념하고 트레이닝에 임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는 홀드와 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그립력이 좋다는 것이다. 넓은 접지면적과 높은 마찰력, 그리고 홀드에 전달하는 압력이 높을수록 홀드를 잘 쥘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관절의 각도가 15도 차이가 나면 트레이닝 효과의 연관성이 적다는 점이다. 즉, 크림프 그립을 연습했다고 해서 하프 오픈 그립이나 오픈 그립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한 동작만 반복하기보다 다양한 그립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다.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트레이닝 보드를 활용해 다양한 그립으로 매달려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손가락이 짧을 경우 손바닥 면적을 이용해 매달리는 볼륨 홀드에서 불리할 수 있다.

Q5 손가락이 길어야 유리한가?


스포츠클라이밍에는 “손가락이 길면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 긴 손가락으로 홀드를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A 손가락이 짧을 경우 움켜쥐는 핀치 그립이나 손바닥 면적으로 누르는 볼륨홀드에서 손해를 본다. 이러한 동작의 경우 절대적인 손의 면적과 길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손가락이 짧은 사람이 크림프나 오픈 그립 등 한 방향으로 누르는 홀드에서는 그립력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손가락이 짧은 만큼 불필요한 동작 없이 홀드에 손을 온전히 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힘줄의 길이가 짧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은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있으며, 손가락 끝부터 손바닥, 그리고 손목을 지나는 긴 힘줄로 연결돼 있다. 짧은 힘줄과 긴 힘줄 중 더 빠르게 수축하고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건 단연 짧은 힘줄이다. 따라서 손가락이 짧다고 낙심하지 말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면 충분히 좋은 클라이머가 될 수 있다. 

클라이밍 손가락 통증 - keullaiming songalag tongjeung
아주 작은 면적에서 손끝으로만 매달릴 수 있는 크림프 홀드에서는 짧은 손가락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