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속 수열 - hwahag sog suyeol

초록

오늘날 지식은 그 양이 아주 방대하며 단순 지식의 학습 보다는 지식의 활용과 다양한 지식들 사이의 융합과 적용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학문 간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식의 융합현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학문의 통합과 융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학문을 연구하고 그 학문을 실제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단순 지식으로서의 학습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융합할 수 있는가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통합교육은 ...

오늘날 지식은 그 양이 아주 방대하며 단순 지식의 학습 보다는 지식의 활용과 다양한 지식들 사이의 융합과 적용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학문 간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식의 융합현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학문의 통합과 융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학문을 연구하고 그 학문을 실제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단순 지식으로서의 학습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융합할 수 있는가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통합교육은 여러 방면으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으나,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적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수학의 수열단원과 과학과의 통합지도를 통하여 수학 지식과 과학지식의 융합을 시도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수학과 과학을 통합하여 학습지도안을 설계한 후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 분석하였으며, 이는 수학 과학 통합교육을 위한 예시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1. 과학문제 상황에서 제시되는 수학적 개념과 적용을 통한 수열학습은 학생의 인지적 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2. 과학문제 상황에서 제시되는 수학적 개념과 적용을 통한 수열학습은 학생의 정의적 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강원도 원주시 A고등학교 1학년 학생 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으며 수학-과학 통합교육 지도안을 작성한 후에 이를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수업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학생의 사고와 태도를 분석하였다. 연구에 참여하기를 자발적으로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하였으며, 이 학생들은 학급 내 중상위권 정도 성적의 학생으로 본 연구에 성실하게 참여하였다. 수열 단원과 과학과의 통합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고등학교 ‘수학Ⅰ’이 일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개념, 원리, 법칙과 이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수열 단원 또한 수열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목표를 두는 만큼 과학을 적용한 수열개념의 학습은 수열의 개념 이해를 돕고 원리파악과 적용을 할 수 있게 한다. 화학의 탄소화합물, 화학반응에서의 반감기는 각각 등차수열과 등비수열의 개념을 학습하고 적용할 수 있게 하였으며, 물리의 등가속도 운동에서는 등차수열의 일반항과 등차수열의 합을 적용하게 하였다. 그리고 생명과학의 유전단원에서는 등비수열의 일반항과 합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과학과 연계된 수학 수업은 수열의 개념과 원리의 이해를 도왔다. 과학 실험으로 유도된 수열 수업은 수열의 개념이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 수열의 일반항을 왜 그렇게 나타낼 수 있는지, 수열의 합을 구하는 공식이 어떻게 유도되며 수열의 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였다. 단순히 공식을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 등차수열과 등비수열이 적용될 수 있는지 규칙성을 파악하게 하였으며 실제로 수업 후에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보면 학생들은 수열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었다고 대답하였다. 2. 과학 실험을 통한 수열지도는 학생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한다. 종이와 펜 만으로 진부하게 진행되는 수학수업은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없는 학문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수학수업을 하기 전에 과학실험 기구를 이용해 실험을 하였고, 학생들은 수학 학습이라기보다 수학실험이라 여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는 많은 연구에서 학생의 구체적 조작활동은 수업의 흥미를 높일 수 있다고 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과 연계된 수학 수열 수업은 수열 학습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였다. 학생들은 먼저 과학 학습을 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수열학습을 하였다. 탄소화합물의 분자모형을 학습하고 나서 탄소화합물의 종류에 따라 일반항을 표현할 필요성을 느끼고 등차수열을 학습하였으며, 물리의 등가속도 운동을 실험하고 나서 구간별 물체의 이동거리를 계산하기 위해 등차수열의 합 구하는 공식을 이용하였다. 또한 반감기를 학습하고 나서 등비수열의 일반항을 구하였으며, 유전형질 조사를 하기 위한 조상의 개체수를 찾기 위해 등비수열의 합을 학습하였다. 이처럼 과학학습 후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수열 수업은 단순한 수식의 계산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수열이라는 단원을 배워야 하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였다. 통합교육은 시대적 흐름에 맡는 사회적 요구이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의 통합교육을 위해서 수학교사는 수학에 대한 전문적 지식 뿐 아니라 과학 분야에 대해서도 수준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학 교과의 효과적 학습을 위해 적용되는 과학지식을 잘못 전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과별로 따로 운영되는 교육과정 상에서 수학교과와 과학교과를 통합하여 가르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시대적 요구와는 다르게 실제 교육현장에서 통합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나날이 정보가 늘어가는 시대 속에서 정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융합하여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 연구는 수학과 과학을 통합하여 교육하는 예시로서 현재의 수학, 과학 지도 방법의 개선 및 수학, 과학 통합교육을 위한 자료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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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조직한 체계’인 주기율표는 물질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기본 개념입니다. 처음으로 원소 사이의 주기성과 규칙을 발견하고 이를 표로 만들려고 시도한 것은 멘델레예프가 아니지만,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형태의 주기율표를 만든 것이 멘델레예프여서 사람들은 그를 주기율표의 창시자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원자 번호를 따르는 주기율표를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라고 부릅니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1869년 처음 발표됐는데 올해로 탄생 150주년을 맞았습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주기율표의 형태는 거의 멘델레예프 주기율표 모습입니다. 사실 멘델레예프 이후로 계속 새로운 주기율표가 등장해 대안 주기율표의 개수가 무려 700여 개에 달합니다.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는 매우 뛰어난 발명품이지만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보다 좀 더 좋은, 나아가서는 ‘완벽한’ 형태의 주기율표가 있을 거라고 믿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주기율표 설계에 나섰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연구원과 윌머 릴 연구원은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포함한 모든 700여 개의 대안 주기율표를 아우를 수 있는 바탕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겉모습과 원하지 않는 물성을 배제하고 오직 바라보고자 하는 것만을 남겨 패턴을 발견하는 위상수학적 방식으로 주기율표를 바라봤습니다. 레스트레포와 릴은 어떤 대상을 어떤 순서와 유사성으로 분류하고 싶은지만 정하면 주기율표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일부 화학적 특성의 경향성만 나타낼 수 있었던 멘델레예프 형태의 주기율표 대신 그래프를 이용한 수학적 표현법인 ‘순서하이퍼그래프(맨 하단 이미지 참고)’를 따르면 보다 다양한 특성을 하나의 그래프에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개념 단순화해서 보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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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반듯한 표에 익숙해졌던 우리에겐 수학적으로 완성된 주기율표의 모습이 더 복잡하고 난해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쓰일 때는 보고 싶은 특성만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수학자의 주기율표의 가장 큰 특징은 원하는 것만 골라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만들어지는 원리만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700여 개나 되는 주기율표를 일일이 몰라도 됩니다. 얼마든지 새로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연구를 진행한 레스트레포는 “화학자들은 매일 일을 할 때마다 서로 다른 주기율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예를 들어 나노물질을 다루는 일을 한 다면 나노입자의 크기나 부피에 따른 원소 순서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원자 번호를 중심으로 한 주기율표만 사용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하며 수학적 주기율표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수학적 주기율표의 모습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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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주기율표는 공유결합을 맺는 원소 사이의 전기 음성도를 기준으로 만든 주기율표입니다. 전기음성도의 경향성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주기율표가 보기 편할 것이고 원자량의 경향성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보기 편할 겁니다. (공유결합 : 원자들이 전자를 공유하여 맺는 화학 결합의 한 종류, 전기음성도 : 원자가 화학 결합할 때 다른 전자를 끌어들이는 능력의  척도)

이처럼 필요한 것만 볼 수 있다는 건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와 B라는 사람이 각각 한국에서 캐나다에 가려고 합니다. A는 비행기, B는 배를 타려고 할 때 두 사람 에게 전 세계의 모든 길과 지역이 표시된 지구본을 주면 오히려 찾아가기 혼란스럽습니다. 이때 A에게 필요한 건 비행기 노선도이고 B에게 필요한 건 뱃길이 표시된 지도입니다. 필요한 정보만 보고 효율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수학적 주기율표도 이런 지도처럼 여러 화학 원소로 이뤄진 복잡한 세계에서 여행자에게 딱 맞는 길을 찾아주는 맞춤형 설계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맨델레예프와 만난다면 밤새워 질문하고 싶어 "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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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레르모 레스트레포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 연구원. 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화학자이자 수학자다.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연구원 제공

Q. 수학으로 주기율표를 조명하는 연구를 한 계기는 

화학으로 석사 공부를 하면서 주기율 시스템을 수학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화학적 시스템을 위상수학으로 체계화하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논문을 같이 쓴 윌머 릴도 화학자이자 수학자인데, 릴은 네트워크 이론을 써서 화학 원소들에 얽힌 유사성을 찾는 연구를 했었습니다. 각자 수학과 화학에 관련된 연구를 하던 저희는 협업을 시작하며 주기율 시스템에서 수학적 구조를 찾으려던 선행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주기율표는 그중 하나의 결과물입니다.

Q. 어떤 연구를 할 계획인가.

이번에는 수많은 화학 반응 전체를 관통하는 수학적 구조를 찾으려고 합니다. 저희는 1771년부터 화학자들이 보고했던 4500만여 개의 화학 반응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지금 배우는 주기율표는 1860년대에 알고 있던 화학 반응과 화학 결합을 기준으로 만든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화학 반응과 화학 물질이 발견된 지금도 주기율 시스템이 그대로일까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Q. 만에 하나 멘델레예프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

질문할 게 많습니다. 먼저 어떤 합리적인 원리나 알고리듬을 써서 원소들과 화학결합물의 화학적, 물리적 성질들을 예측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멘델레예프의 사회적, 정치적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멘델레예프의 신선한 관점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 현대에는 수학이 화학의 발전을 훌륭하게 뒷받침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학이 단순히 대수적인 표현법 수준에서 연관된 것이 아니라 정말 근원 이론으로써 화학 원소에 연관된다는 걸 알면 멘델레예프가 굉장히 기뻐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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