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학원 안 다니고 디시 - unjeonmyeonheo hag-won an danigo d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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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 전 쯤이었나, 10월 중순에 친구랑 얘기하다가 갑작스레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본래는 운전면허를 딸 생각이 없었습니다. 만약 딴다고 쳐도 실제로 필요할만한 20대 후반에나 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친구랑 얘기하다가 걍 지금 따버리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지금 상황이 학교 다닐 때나, 재택근무 기간이 아닌 경우보다 여유롭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택근무가 아니면 출퇴근하는데 왕복 3시간 30분을 버리기 때문에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연습하면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경차로 연습을 좀 시켜줄 수도 있다는 말이 마음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사실 이 친구가 나이에 비해 운전에 조예가 상당한 편이라, 배울 수 있다면 굳이 학원에 비싼 돈 박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순간 이거 해볼만 하겠는데 생각이 들었고, 저는 그 얘기를 나눈 다음날에 있던 교통안전교육, 학과 시험을 즉시 예약하는 것으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한 달을 시작했습니다.

안전교육, 학과시험

학원에서 이 과정을 수행할 시 안전교육 4시간을 받고, 학과시험은 또 공단으로 보러 와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단에서 바로 보면 그냥 안전교육 1시간 받고, 그 이후 바로 학과시험을 응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토요일 오전 8시 30분에 안전교육을, 10시에 학과 시험을 예약했습니다.

https://www.safedriving.or.kr/main.do

인터넷 예약을 미리 하고 가면 직접 가서 자리가 있나 없나 보는 것보다는 훨씬 편합니다. 위 사이트에서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일단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였기 때문에 예약한 사람만 교육 및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완화되었기 때문에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안전교육은 시간보다 5분은 빨리 가시는걸 추천합니다. 조금만 늦어도 못들어가니… 안전교육 자체는 1시간 내외의 영상을 보는건데, 딱딱한 영상이 아니라 약간 지상파에서 아침에 할 것 같은 토크 방송 느낌으로 진행되어서 볼만 합니다.

그 후에 학과시험을 진행하는데, 저는 시험을 특정 시간으로 예약하다보니 한번에 들어가서 시간이 되면 다같이 시작하는 방식인지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학과시험을 진행하는 곳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으면 사람이 한 명 빠지면 제가 그 자리로 들어가 컴퓨터로 시험을 응시하는 것이었습니다.

2종 보통의 경우 합격선 60점만 넘으면 되는데요. 그리 어려운 점수는 아닙니다. 교통 법률에 대해서는 당연히 모를 수 있는데, 그게 아닌 문제들은 상황에 맞게 잘 생각만 하고 풀면 60점은 넘길 수 있는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불안해서 전날 어플을 깔고 모의고사 1, 2회, 그리고 오답률 높은 문제를 훑고 갔는데요. 그러고 학과시험을 보니까 94점이 나오더라고요.

안전교육 내용 자체는 시험과 큰 연관은 없던 것 같습니다. 안전교육 영상에서는 좀 상식적인 내용으로 많이 설명해준 느낌이라, 막 자세한 법령 문제를 풀기 위한 지식은 안가르쳐줍니다.

여튼 60점 넘는 것은 상당히 쉬우니 문제랑 선지들을 찬찬히 읽기만 하면 어지간하면 통과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과시험을 접수하는데 10,000원을 사용했습니다.

기능시험

기능시험부터가 이제 진짜 면허 시험 느낌입니다. 그런데 학원을 안다니니 일단 기능 코스에 맞춰서 차를 실제로 몰아볼 일이 없습니다. 아무리 친구 차를 빌린다고 해도 기능시험에 맞춰서 연습할 수는 없습니다.

3D운전교실 앱 플레이

일단 게임으로 연습했습니다. 어떻게 게임으로 연습이 되나… 싶을 수 있는데 의외로 도움은 되었습니다. 우선 이 게임으로 계속 이상한 짓을 하다보면 감점사항들에 대해 많이 알 수 있고, 카메라 시점 이동을 이용해 위 사진처럼 어렵다고 알려지는 T자 주차 등의 경우에서 차를 어떻게 두고 얼만큼 핸들을 돌려서 들어가는게 좋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근데 실제로 시험장에선 위 게임처럼 T자 주차 코스가 넓었던건 아니었던 것 같고… 저거보다 좁긴 합니다.

이외에도 유튜브 영상도 굉장히 많이 챙겨봤습니다. 유튜브에 기능시험 어떻게 봐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영상 진짜 많습니다. 뭐 어깨선에 맞추고, 대충 이정도에 맞춰놓고 핸들 돌리고 등등.. 상당히 많은 팁들이 있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시선의 위치가 다르니 그냥 여러 영상에서 얘기하는걸 보면서 대충 이정도에 두면 되겠구나를 파악하면 되었습니다.

다만 차는 몰아봐야 좋긴 하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일단 페달을 밟는 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들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페달을 살살 밟아야 한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저는 친구 차로 한적한 지하주차장에서 처음 브레이크랑 엑셀 밟는걸 해봤는데 완전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한번 밟아봤는데 4000 rpm 밟아서 친구가 굉장히 슬퍼했습니다. 기름 값은 제가 따로 내줬습니다…

차에 한 번 앉아봐서 기본적인 기능들(와이퍼, 깜빡이, 기어 바꾸기 등)과 엑셀, 브레이크는 이정도로 밟는구나 정도만 알아갈 수 있다면 실제 시험장에서 당황할 일은 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내운전연습장도 불안하시면 한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의 경우 기능 전에 한 번, 도로주행 전에 한 번 갔는데요. 각각 시간제로 1시간만 딱 하고 나왔습니다. 갔을 때 좋았던 점은 면허를 딴지 오래된 친구가 기억하지 못한 부분, 유튜브에서 미처 볼 생각을 못했던 부분까지 알려주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유튜브나 게임으로 연습할 때는 차선을 맞춰서 가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 자체를 인지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하주차장에는 차선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기능시험에서는 차선 안밟는게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중앙을 맞춰갈 수 있는지 같은 팁을 실내 시뮬레이터에서 연습하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1시간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안전교육부터 도로주행까지 모든 과정을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진행했는데요. 기능시험 전에는 막상 연석을 밟으면 어떡하지, 실제로 어떻게 되어있지 걱정이 되어 이렇게 위성사진으로 코스를 확인해보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95점으로 합격했습니다. 그 깎인 5점도 시작할 때 신호로 키는 좌측 깜빡이를 경사로 갈 때까지 안끄고 가서였는데요. 처음부터 5점을 깎인 채로 시작한 탓에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실수하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긴장하고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기능시험을 보는데 22,000원을 접수료로 냈고, 실내연습장에 1시간 30,000원을 지불했습니다.

도로주행

기능이 끝나고 도로주행 시험을 예약했는데, 예약이 생각보다 많이 차 있어서 일정이 좀 늘어졌습니다.

기능시험을 합격하면 이제 연습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연습면허 발급에는 4,000원이 필요합니다.

연습면허를 가지고 있으면, 면허 취득 후 2년이 지난 사람이 옆에 동승하고, 차에 주행연습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친구 차, 부모님 차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같은 단기 보험을 들 수 있는데, 사실 남의 보험에 들어가서 연습하는 것 자체가 살짝 민폐이긴 합니다. 혹시나 사고라도 내면 그 넣어준 사람의 보험료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잘 합의를 보시길…

저의 경우 아버지와 한 번, 친구와 한 번 연습했습니다. 친구는 실제로 서부운전면허연습장까지 데리고 가줘 그 코스에 맞춰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운전 연습을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엑셀이랑 브레이크 잘 밟기, 그리고 시선 처리였던 것 같습니다.

원래 조수석에 앉아있을 때는 주변 교통 상황이 그렇게 잘보였는데, 처음 운전석에 앉아서 도로 위에 내던져지면 긴장해서 그런지 잘 안보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부드럽게 정지, 부드럽게 출발하기 위한 연습도 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도로주행 시험을 보기 전에는 코스를 미리 익히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냥 시험 볼 때 음성으로 네비게이션이 이제 뭐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해주는데, 그것만으로는 헷갈려서 제대로 운전이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공단은 물론, 학원 코스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는 영상들이 나옵니다. 이 영상들을 보면서 기본적인 코스는 물론, 차선 변경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걸 잘 모르면 제때 차선을 바꾸지 못해 진땀 흘리거나, 잘못 진입해 코스 이탈로 실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운전 스킬 외에도 코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편합니다.

이번에도 기능 때와 같은 이유로 실내연습장을 1시간 가봤는데요. 이번에 갔을 때도 우회전할 때 오른쪽 사이드로 확인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굳이 정지 안해도 된다 등등 잘 모르고 있던 시험 상황에서 알아야 할 점을 설명해주셔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로주행을 할 때 운전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좀 따라줘야 합니다. 학과, 기능과 다르게 동 실력인 사람도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도로주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교통상황적인 운, 그리고 감독관을 잘 만나는 운이 필요합니다.

하필 그날 따라 차가 너무 막히거나, 신호가 갑자기 변하든가 하는 이벤트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https://m.blog.naver.com/good_life7080/221245124691

흔히 딜레마 존이라고 부르는데요. 교차로 직전에 황색 불이 켜져서 이걸 지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운전 어지간히 잘하는 사람도 시험 상황에서는 실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운전 많이 하신 분들은 사실 황색불에 그냥 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험 상황에서는 그냥 급브레이크 때려버리는게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이때 엑셀 밟고 지나가는건 감독관 판단에 맡기는건데, 신호위반으로 실격이냐 아니냐에 배팅하는 것보다는 급정지는 감점으로 끝나는거다보니…

이런 부분으로 인해 초록불이 오래 켜져있는 것 같은 신호에서는 일부러 교차로 근처에서 감속해 언제든 멈출 수 있도록 운전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교통량이 적은 시간에 시험을 보려고 시험 시간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1~4시 사이가 괜찮다고 하던데 저는 매번 오전 일찍 시험을 보긴 했습니다.

그리고 감독관 운도 꽤 중요합니다. 감독관이 깐깐하다 이런 것도 있겠지만 감독관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실제로 도로주행 시험을 볼 때 만났던 한 감독관은 제 앞 분한테 주행 내내 짜증내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끝나고 참관인이었던 저는 잠시 내렸는데 감독관이 운전자에게 소리지르는게 쩌렁쩌렁 울려서 차 밖까지 들렸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감독관 분들이야 매일매일 새로운 기상천외한 뉴비들을 관리해야 하니 화가 날 수야 있지만, 같은 사람이 운전을 한다 해도 모든 감독관이 다 위에서 말한 분처럼 응시자를 긁어대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그런 감독관이 걸리면 이 사람이 좀 그렇구나 하고 멘탈이 말려 들어가지 마셔야 할겁니다.

저는 도로주행을 2번 봤는데요. 첫 번째는 위에서 말한 신호 이슈로 실격되었습니다. 교차로 들어가기 직전에 버스가 제 앞에 끼어들었는데, 버스가 앞에 있으니 신호가 안보여서 그냥 버스 따라가다가 실격되었습니다. 그때 감독관이 꽤 신경질적인 분이셔서 오른쪽 귀에 샤우팅 박힌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제 잘못이라 할 말은 없지만… 그 전엔 별 말 없으셨는데 한 번에 끝내지 못해 아쉽긴 했습니다.

바로 3일 뒤에 응시한 두 번째는 감독관께서 워낙 친절한 분이셨고 도로 상에서 큰 이벤트도 없었어서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81점으로 합격을 했는데 14점은 어디서 깎인지 정확한 사유는 모르나 일단 5점은 시작할 때 깜빡이 안키고 그냥 시작해서 깎인 것 같습니다. 이 분은 마지막에 실제로 운전할 때는 좀 전에 이런 부분은 조금 고쳐서 운전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친절하게 피드백도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한동안은 이 근처로 안오고 싶다

도로주행 응시료 25,000원을 두 번 냈고, 실내연습장 1시간 30,000원도 지불했습니다. 그리고 면허증을 영문으로 발급해 10,000원을 냈습니다.

결론

따로 운전학원을 등록하지 않고 기능 1트, 주행 2트에 2종 보통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면허 발급비 제외하면(면허 발급은 학원 다녀도 똑같이 내는 비용이다보니..)

  • 학과 10,000원
  • 기능 22,000원
  • 주행 25,000 * 2 = 50,000원
  • 실내연습장 2시간 60,000원

이 들었으니 14만원 정도로 면허를 딸 수 있었네요. 만약 실내 연습장을 안갔다면 8만원 상당으로 파격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면허를 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실내연습장에서 배운게 있어서 후회는 안합니다.

일반적으로 학원에서 상기한 과정을 거치고, 재시험까지 볼 시 70만원 정도는 틀텐데 정말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도와준 친구한테는 기름값은 물론 밥도 여러번 사줘야겠습니다.

나중에 땄으면 미래에 차를 샀을 때 보험비라든가, 면허를 따는데 드는 시간 등 문제가 많았을 것 같은데, 좋은 타이밍에 한 가지를 또 해치울 수 있어서 뿌듯하고 재밌던 한 달이었습니다. 앞으로 하게 될 운전 연습도 한참 남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