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나라에서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이 천만 명, 인구 5명 가운데 1명 꼴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탈모인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병원이 있어서 찾아가보니, 전립선 비대증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쓰는 약을 제대로 된 진단도 없이 탈모약으로 처방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위험한 건 아닌지. 김지혜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내과와 이비인후과 과목을 진료한다는 대전의 한 의원. 평범한 동네 의원처럼 보이지만, 인터넷에서 이른바 '탈모인의 성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직접 탈모 진료를 받으러 찾아가 봤습니다. 의사를 만나기 전, 간호사는 대뜸 "진단은 없고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약 처방이 나간다"고 설명합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원장은 두피나 모발 상태를 살펴보지 않습니다. 정밀 촬영은커녕, 제대로 된 문진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석 달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합니다. 그러면서 효과를 장담합니다. [OO의원 원장] 어떤 약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묻자, 대답을 얼버무립니다. [OO의원 원장] 진료와 처방까지, 단 2분 만에 끝났습니다. 원장이 처방해 준 약은 먹는 알약 4알과 뿌리는 약 등 5가지. 그런데 먹는 약 가운데 바이모정과 알닥톤은 고혈압과 신부전증 치료제입니다. 탈모 치료제와 성분은 비슷하지만, 저혈압이나 간·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가 복용하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스카테론 정은 4분의 1로 쪼개서 처방했는데, 이 약은 가루만 만져도 [김성구/대전 약사회 부회장] 이렇게 '묻지마 처방'을 하는데도 탈모 치료로 유명한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입니다. 석 달 치 약값이 12만 원인데, 보통 20만 원쯤 하는 탈모 치료제 가격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원장은 지난 2020년 말부터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혐의는 허위·대리처방. 건강보험공단 역시 고혈압과 전립선 약을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허위 처방했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취재진이 병원을 다시 찾아 원장에게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원장은 취재를 거절했습니다. [간호사] 취재가 시작되자 보건복지부는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비도덕적인 진료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원장을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지혜입니다. 영상취재 : 양철규 (대전)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