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달우드 향 설명 - saendal-udeu hyang seolmyeong

1. Hermes "Santal Massoia" 에르메스 상탈 마쏘이아
※Notes: Sandalwood, Milk, Massoia, Sugar, Dried Fruits, Floral Notes
※Parfumeur: Jean-Claude Ellena

장 끌로드 엘레나의 에르메상스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는 우유빛깔 상탈이다. 마쏘이아는 뉴기니에 있는 키가 멀대같이 큰(..) 나무라고 하는데 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 향을 맡아본 적도 없다. 코코넛과 비슷한 향이 난다고 한다. 실제로 상탈 마쏘이아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샌달우드 향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샌달우드의 결이 일어난 듯한 향이 어딘지 모르게 거북한 이들도 쓸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여릿하다.

상탈 마쏘이아는 따스하게 데워진 우유의 부드럽고 고소한 향기에 더욱 희게 느껴지는 샌달우드의 향으로 시작한다. 인상적인 크리미한 향기를 우유를 마시듯이 흠뻑 들이키고 나면, 샌달우드와 달큰한 향조가 결합한 그 특유의 향이 전개된다. 이어서 달착지근함을 머금은 우디-플로럴 계열의 잔향으로 끝맺는다. 엘레나는 향수를 맑고 깔끔하게 조향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고, 서사적인 향수보다는 서정적인 향수를 만들어온만큼, 그런 향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가 전권을 쥐고 조향한 에르메상스 시리즈(크리스틴 나겔에게 넘어가기 이전까지)를 사랑해 마지않을 것이다.



2. By Kilian "Sacred Wood" 바이 킬리안 세이크리드 우드
※Notes: Sandalwood, Milk, Elemi , Cedarwood
※Parfumeur: Calice Becker

'신성한 나무'라는 무겁고 숙연한 이름을 가진 킬리안의 세이크리드 우드는, 안타깝게도 이제는 단종되었다. 킬리안의 작품세계와 위험천만한 이름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조향사 Calice Becker는 그 킬리안의 많은 향수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킬리안의 샌달우드, 세이크리드 우드 역시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세이크리드 우드는 상탈 마쏘이아보다 한결 단조롭고 부드러운 향이다. 하지만 부드러움의 결이 다르다. 상탈 마쏘이아가 엘레나 식의 톤 높고 보드라우면서도 조용한 그런 부드러움이라면, 세이크리드 우드는 소위 '비누 향'이라고 말할 만한 향기의 결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유거품과 같은 매끈함을 지녔으며,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올곧은 샌달우드의 향을 품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샌달우드의 절충안 정도로 제시되었던 향수인데,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트레일의 진행이 변화무쌍하지는 않다.



3. Tom Ford "Santal Blush" 톰 포드 상탈 블러쉬
※Notes: Sandalwood, Musk, Benzoin, Oud, Cedarwood, Spices, Ylang-Ylang, Rose
※Parfumeur: Yann Vanisher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감탄하게 되는 톰 포드의 샌달우드다. 고상하고 절제된 느낌에 건조하지만 풍성하고, 샌달우드가 핵심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을 과시하는 샌달우드지만 플로럴 그리고 머스크와의 조화가 인상깊다. 톰 포드의 현대적인 감성을 오롯이 간직하면서도 클래식한 향수들의 풍부함이라는 테제를 계승하는 듯한 변화무쌍하고 풍부한 트레일을 지녔다.

스파이시한 향신료들의 총주에 담백한 샌달우드의 흩날리는 듯한 향기로 개시되어 벤조인과 아가우드가 다분히 오리엔탈적인 온기를 불어넣고, 복합적인 플로럴 향조가 샌달우드의 멜로디를 잡아먹지 않는 선에서 아름답게 협연을 펼친다. 같은 투명 바틀에 들어있는 톰 포드 화이트 머스크 컬렉션에서 머스크를 쭉 뽑아내어 섞은 듯, 향수의 배경 색상은 머스크다. 바틀과 수색의 조화가 향기의 색채와 꼭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4. Serge Lutens "Santal Majuscule" 세르주 루텐 상탈 마제스퀼
※Notes: Sandalwood, Rose, Cacao
※Parfumeur: Christopher Sheldrake

세르주 루텐 상탈 세 가지(상탈 블랑, 상탈 마제스퀼, 상탈 마이소르) 중 사각 바틀로 출시되어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향수다. 하지만 상탈 마제스퀼은 다분히 유별난 상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샌달우드 향수'라고 할 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그런 향은 상탈 블랑 쪽이다.

달콤한 카카오와 어둑한 장미 그리고 따스한 앰버릭 노트가 맞물려 다분히 '맛있는 향'을 낸다. 향의 명도는 어두운 편이고, 끈적이는 듯한 점성과 풍성함이 느껴진다. 마치 두껍고 미끈하게 코팅된 깊은 빛깔의 목재 가구가 번쩍번쩍 광을 내고 있는 듯한 향기다. 접근하기 어려운 샌달우드는 아니나, 그렇다고 그저 친근한 향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 그 두꺼운 바니쉬를 다 벗겨내고 나면 비로소 샌달우드의 향이 폴폴 풍긴다.

  

5. Serge Lutens "Santal Blanc" 세르주 루텐 상탈 블랑
※Notes: Sandalwood, Spices, Musk, Iris, Cinnamon
※Parfumeur: Christopher Sheldrake

새하얀 상탈이란다. 상탈 블랑은 그 이름답게 터프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약간은 밀키한 느낌을 지닌 샌달우드 향수이지만, 어느 정도 나뭇결이 일어난 듯한 향기다. 그래서, 하얗지만 상탈 마제스퀼과는 달리 마감처리를 하지 않은 새하얀 목재 정도로 보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상탈 블랑의 핵심 향조는 샌달우드 외에 향신료와 아이리스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와 같은 아이리스가 샌달우드의 나뭇결을 표현하고, 향신료의 스파이시함이 그 디테일을 살려놓고 있다. 하지만 무거운 거북함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세르주 루텐 향수 치고는 간결하고 조용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세르주 루텐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가장 예쁘게 만든 샌달우드야. 더 이상은 없어." 



6. Diptyque "Tam Dao" 딥티크 탐 다오
※Notes: Sandalwood, Cedarwood, Cypress, Rosewood, Spices
※Parfumeur: Daniel Moliere

베트남 고산 지대의 도시 이름을 딴 탐 다오는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샌달우드 향수가 아닐까 싶다. 온갖 나무란 나무는 다 담아놓아서, 아가우드를 제외한 유명한 나무는 다 들어가 있다. 탐 다오는 온 몸으로 '나무'를 외치고 있다. 탐 다오를 '절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건 인센스 향조의 향수를 '절간 냄새'라고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탐 다오를 설명할 때 샌달우드와 시더우드 이외에 가장 중요한 향조는 바로 사이프러스다. 딱히 그린 노트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탐 다오의 향은 나무조각을 썰어서 산처럼 쌓아놓고 맡는 향이라든가, 번쩍이는 가구에서 날 법한 향이 아니라 '산에서 맡을 법한' 향이다. 탑 노트는 축축하게 젖은 온갖 나무들이 펼쳐지고, 미들로 내려오면 그보다는 건조해진 본격적인 백단향이, 베이스에서는 머스크가 도드라진다. 이름 탓인지는 몰라도, 샌달우드의 원산지인 인도나 중동의 느낌보다는 어딘가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의 토속적인 향이 난다.



7. Le Labo "Santal 33" 르 라보 상탈 33
※Notes: Sandalwood, Papyrus, Cedarwood, Leather, Violet
※Parfumeur: Frank Voelkl

요즘은 이야기가 좀 묻힌 감이 없잖아 있지만, 예전부터 '악명높은' 샌달우드였다. 그 이유인 즉, 말라비틀어진 건조한 나무 향기에 쿰쿰한 가죽 향, 요상한 파피루스 향이 뒤섞인 절묘한 분위기에다 강렬한 지속력과 주위에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만한 확산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상탈 33은 굉장히 드라이한 샌달우드로서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샌달우드 외에 파피루스와 가죽, 바이올렛의 파우더리한 질감이 마치 사포와 같은 향기의 결을 연출하며 다분히 마초적이고 남성적이다. 5년 전 즈음 르라보를 처음 접했을 때, 나름 예쁘고 여린 향수들을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망치로 부숴버린 향수가 패출리 24와 상탈 33이었다.

"너무나도 나무다"


8. Chanel "Bois des Iles" 샤넬 브와 데 질
※Notes: Sandalwood, Amber, Ylang-Ylang, Vanilla, Aldehydes, Tonka Bean
※Parfumeur: Ernest Beaux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샌달우드가 메인이면서도 우아한 향수다. 100살이 얼마 남지 않은 향수인 만큼, 향을 간결화하는 여러 번의 리포뮬을 거쳤다 해도 클래식한 향취가 다분히 묻어있다. 최초의 여성용 우디 향수인데, 출시 당시에는 No.5나 미츠코, 아프레 롱데 등과 비교해서 중성적이고 혁신적이었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우디 계열의 향수 치고는 여성적이고 화려한 편이다.

잘 다듬어진 샌달우드와 따스한 앰버 그리고 일랑일랑. 거기에 알데히드의 가벼운 터치. 호박색 앰버의 깊은 바다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샌달우드 나무조각이다. 상탈 블러쉬가 다소 차갑게 표현된 현대적이고 세련된 톰 포드의 샌달우드-플로럴이었다면, 어네스트 보의 브와 데 질은 훨씬 따스하고 우아한 샌달우드-플로럴이다. 드라마틱한 전개가 감명깊다.



9. Floris "Santal(Eau de Santal)" 플로리스 상탈
※Notes: Sandalwood, Lavender, Vanilla, Clove, Cardamom, Grass, Lemon, Pepper
※Parfumeur: ?.?

플로리스의 상탈은 여태까지 소개한 향수와는 사뭇 다르다. 전형적인 '숨겨진 샌달우드' 향수다. 탑 노트에서는 샌달우드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미들의 중반부 정도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모습을 나타낸다. 남성용으로 출시된 플로리스의 상탈은 트레일의 변화가 변화무쌍해서 잠시 놓치면 다른 향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뿌린 후 한동안은 레몬과 베르가못의 시트러스 노트에 약간의 카르다몸 그리고 라벤더(!!)의 전형적인 영국적 코롱의 향이 나는데, 잠시 정신을 팔고 있으면 온갖 향신료들의 기분 좋은 향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 향수의 주인공인 샌달우드가 수줍게 자리하고 있고, 클로브와 정향, 벤조인(노트에는 없다) 그리고 바닐라의 향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콤한 향조와 함께 부드러운 샌달우드가 느껴지는데, 플로리스의 상탈은 영 부끄러운지 끝내 홀로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는다.



10. Santa Maria Novella "Sandalo" 산타 마리아 노벨라 산달로
※Notes: ?
※Parfumeur: ?

정보는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뭘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지는 향수다. 살면서 접해본 향수들 중에 기상천외하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바이레도의 m/mink도 산달로에 비하면 귀여운 향기니까. 원래는 산달로 대신에 프레데릭 말의 드리스 반 노튼을 넣으려고 했는데, 꼭 산달로를 넣어야만 하겠다. 이 향수에 대한 시향기는 따로 적지 않고, 오래 전에 적어둔 시향기를 그대로 붙여둔다.

산달로. 이 향수는 정보가 별로 없다. 상당히 기괴한 향수다. 산마노가 그렇게 기괴한 향수를 만드는 브랜드는 아닌데... 어떤 향수들은 뿌리고 나면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날 수가 없는 상태에 빠지게 하기도 하는데, 산달로가 딱 그런 케이스다. 일반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향수를 뿌리고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만약 떠오르지 않는다면 태어날 때 부터 채식주의자거나, 지나치게 편식을 하는 경우가 되겠다. 본인의 식습관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