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첫 문장 - pantaji soseol cheos munjang


1. 개요2. 고전 소설3. 근대 소설

4. 현대 소설

1. 개요

이 문서는 많은 곳에서 인용이 되는 유명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이나 도입부를 정리한 문서이다.[1]

한편 항목 내 분류를 위해 항목 순서는 출판 연대를 기준으로 하며, 작성양식은 통일성을 위해 하단 양식을 복사하여 서술하기로 한다.

== 제목 ==
원제, 작가, 출판 연도

> 원문
> ----
>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

2. 고전 소설

3. 근대 소설

1945년 이전의 근대 한국 소설.

3.1. 운수 좋은 날

현진건, 1924년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사실상 끝 문장이 더 유명한 소설이다.

3.2. 사랑 손님과 어머니

주요섭, 1935년

나는 금년 6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났군, 외삼촌을 빼놓을 뻔했으니.

3.3. 날개

이상, 1936년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끝 문장[2] 역시 유명하다.

3.4.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1936년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려 놓은 전시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사실 문학계에서는 후반부에 나오는 문장이 더 유명하지만 한컴타자연습의 영향으로[3] 첫 문장이 매우 유명해졌다.

3.5. 방란장 주인

박태원, 1936년
항목 참고. 이건 아예 소설 전문이 단 한 문장이라서 유명해진 작품이다.
즉, 이 작품 첫 문장이 끝 문장이자, 소설 전체다.

3.6. 치숙

채만식, 1938년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기,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덕[4]이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머, 말두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내 원!

4. 현대 소설

194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소설.

4.1. 1945년 ~ 1999년

4.1.1. 광장

최인훈, 1960년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이것은 최인훈이 수차례 개정판을 내면서 고친 문장이다.

4.1.2. 젊은 느티나무

강신재, 1960년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4.1.3. 무진기행

김승옥, 1964년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끝 문장[5]이 유명한 소설이기도 하다.

4.1.4. 토지

박경리, 1969년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 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4.1.5. 죽음의 한 연구

박상륭, 1975년

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俗衆)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乞士)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羑里)로도 모인다.

4.1.6.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1978년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4.1.7. 태백산맥

조정래, 1983년

언제 떠올랐는지 모를 그믐달이 동녘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4.1.8. 아리랑

조정래, 1990년

초록빛으로 가득한 들녘 끝은 아슴하게 멀었다. 그 가이없이 넓은 들의 끝과 끝은 눈길이 닿지 않아 마치도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 싶었다.

4.1.9. 아홉살 인생

위기철, 1991년

나는 태어날까 말까를 내 스스로 궁리한 끝에 태어나지는 않았다.

4.2. 2000년 ~ 현재

4.2.1. 가시고기

조창인, 2000년

아빠는 멍텅구리입니다.

4.2.2. 칼의 노래

김훈, 2001년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은 이 문장을 쓸때 '꽃 피었다'와 '꽃 피었다'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김훈 본인의 말에 따르면 이 두 구절에는 천지차이가 있다고. 통사론적으로 전자는 명사 '꽃'을 초점화하는 구문이고, 후자는 주제화하는 구문이다.

4.2.3. 한강

조정래, 2001년

새벽 어스름이 스러져 가고 있는 한겨울 들판을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 밤새 무성하게 돋아난 서릿발로 세상은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4.2.4. 투명드래곤

뒤치닥, 2002년

"크아아아아"

드래곤중에서도 최강의 투명드래곤이 울부짓었다

한국 인터넷 소설계에 큰 충격을 던진 파격적인 도입부. 기존의 소설의 개념이나 작법을 철저하게 무시한 문체로 귀여니 작가의 2001년 작 그놈은 멋있었다와 함께 21세기 인터넷 문학의 파격적인 문체를 널리 알린 작품.

4.2.5. 눈물을 마시는 새

이영도, 2003년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6]

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4.2.6. 카스테라

박민규, 2005년

이 냉장고의 전생은 훌리건이었을 것이다.

4.2.7. 남한산성

김훈, 2007년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4.2.8. 채식주의자

한강, 2007년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4.2.9.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2008년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4.2.10.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2009년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4.2.11. 7년의 밤

정유정, 2011년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 집행인이었다.



[1] 자세한 정의와 분류는 첫 문장이 유명한 작품 문서의 개요 참고.[2]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3] 초등학교 타자검정에 사용되는 '긴글연습' 메뉴에서 최상단에 등장하는 작품이다.[4] 마르크스, 교과서에선 막걸리로 검열[5]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서 나는, 어디 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6] 이 구절에 대해서는 생존이 쉬운 게 맞는 것인지 어려운 게 맞는 것인지 논란이 있다. 판타지 소설 관련 게시판에서 이 주제로 질문할 시 의견이 갈라진다. 정해진 해석은 없으니 본인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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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

<구경꾼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세상 저편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구경꾼들'은 세 번이나 죽을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 소년이 자기 삶을 구경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스스로 연민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고백하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마침내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세상 저편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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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당신?

<거기, 당신?> 윤성희 두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01년 첫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을 내놓았던 윤성희가 삼 년 만에 두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등단한 지 오 년, 그 동안 발표하는 작품마다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되는 등 끊임없이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그이기에 두번째 작품집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거기, 당신인가요? 첫 소설집에서 방 안에 홀로 내던져져 있던 이들의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담담하게 그려 보였던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들을 조심스레, 문 밖으로 안내하고, 서로를 만나게 하고, 이야기 나누게 만든다. 저마다 아픈 상처를 안고 있지만 자신의 상처에 대해 엄살 한 번 떨지 않고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냈던 주인공들은 이제 그 상처를 건너고 극복하기 위해 서툰 발걸음을 한 발, 내딛는다. - 쌍둥이 언니와 ‘나’를 낳은 직후 죽은 어머니,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사고로 죽은 쌍둥이 언니, 그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가 죽은 이후 홀로 남은(그전에도 혼자였지만) ‘나’는 우연히 기차칸에서 만난 이들과 보물을 찾아 산을 오르고, 산에서 내려온 후엔 ‘함께’ 만두가게를 차린다.(「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번 돈으로 여동생을 시집보내고, 남동생을 유학 보내고 혼자 남은 남자의 집에 정작 자신의 물건은 없다. 그는 애당초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물건들을 ‘이야기를 갖고 있는 물건’이어야만 팔 수 있는 중고품 가게 ‘숨쉬는 물건들’에 판다. 그리고 그곳 ‘숨쉬는 물건들’의 매장에서 그는 “자신의 가슴을 들여다보”고 깨닫는다. “지난 삼십 년 동안 자신이 얼마나 외로웠었는지.” 이제 그는 ‘숨쉬는 물건들’에서 노부부의 추억이 담긴 장롱과 텔레비전을 사고, 마술도구를 사선 위층 여자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시청 광장의 매점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하늘이 아주 좋네요.(「누군가 문을 두드리다」) - 사장의 외아들인 P가 사라진 후, 더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그에게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던 ‘그녀’는 그의 시체가 발견되고 난 후(그의 죽음엔 어떠한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봉자네 분식집’으로 향한다. 우연히 알게 된 초등학교 동창 친구. 지금은 없는 아이 ‘봉자’의 이름을 딴 ‘봉자네 분식집’은 이제 ‘봉자네 백반집’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곳에서 그녀는 손님들의 구부정한 등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봉자네 분식집」) - 서로가 서로에게 또다른 자신이던 W와 O, H, K는 고등학교 동창생. W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남은 세 사람의 삶도 조금씩 변한다. O는 칠 년 이상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먹지 않던 생선을 먹게 되었으며, 자도 자도 부족하던 잠이 사라져버린다. 재택 집배원인 H는 혼잣말이 늘어났고, 다른 사람의 슬픔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K는 결국 요양원으로 들어간다. 세 사람의 삶을 놓지 않는 건 그러나 W가 아니라, 세 사람 자신이다. 세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그랬듯 서로의 손을 붙잡고, 인사한다. 잘 가, 또 보자.(「잘 가, 또 보자」) - 밤마다 버려진 세금 고지서가 전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그 사연들을 불태우는 ‘그’와 누군지도 모르는 그를 기다리는 ‘그녀’는 함께 자전거를 타고,(「거기, 당신?」) 198쪽에 남겨놓았다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찾아 서가의 책을 뒤지는 ‘갈매기’와 친구가 된 도서관 사서 ‘그녀’는 그와 함께 책을 찾고 우동을 먹고, 그가 사라진 후에는 다른 이들의 손을 (사진)찍기 시작한다.(「그 남자의 책 198쪽」) - 이렇게,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름이 없는 그 누군가들은(윤성희 소설의 주인공은 항상 ‘나’이거나 ‘그' 혹은 ‘그녀’이거나 W, Q, H이다)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려 한다. 닫힌 공간 안에서 자신의 상처를 보듬으며 스스로를 추스르던 그들은 이제 다른 이의 상처를 감싸안기 시작했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그저 세상의 한 배경일 뿐이던 눈에 띄지 않던 그/그녀 들은 이제 각자 자기 그림의 주인공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윤성희의 다음 작품들이 기다려지고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 작고 촘촘한 이야기 속에서 소외된 ‘우리’,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윤성희의 소설은 간결하지만 또한 촘촘하다. 소설의 줄거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윤성희의 소설을 읽었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 치밀한 결과 결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빈 공간을 읽어야 하고, 인물과 인물 사이의 거리를 읽어야 하고, 차마 입 밖에 내지 않는 인물들의 슬픔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 평론가 소영현의 말처럼 “윤성희 소설의 궁극적 지향은, 고독한 존재들의 숨은 사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절망을 유머화하는 인물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시대의 ‘주변인의 주변인’, 그들을 위무하는 데 있다. 윤성희의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서로 위로하고 그 위로의 온기를 독자에게 감염시키고자 한다.” 불행과 불운, 고통과 절망으로 점철된 시대를 박박 기면서 견뎌내는 우리 시대의 ‘주변인의 주변인들’에게 그의 소설은 “나지막하지만 따뜻”한 울림으로 속삭인다. “배가 부르다고 생각하니 쓸쓸하다는 생각은 조금씩 옅어졌다. 사람들은 그래서 밥을 먹나봐.” 이제 독자들은 윤성희의 소설과 함께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 한 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더운 밥 한 공기와 짜지 않은 국, 산의 향기를 머금은 나물반찬 한 상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우리의 삶, 한번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 “윤성희씨의 소설은 문장에 부사가 없지요. 형용사도 썩 제한되어 있습니다. 장면이 제시된 다음 설명이 뒤따르되, 논리적 맥락을 암시할 뿐 건너뛰기로 되어 있지요. 삶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처리한 까닭이겠지요. 이를 잘 음미하자면 다른 작품이나 작가의 경우도 그렇지만 독자측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여야 합니다."--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 윤성희의 이번 소설집 『거기, 당신』은 참담하고 비통한 이야기 속에서도 따뜻한 정감과 활기찬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 정감과 유머가 있는 한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또 내일의 아침을 준비할 것이다. 봉자네 분식집의 봉자네와 한때의 어린이 암산왕, 그리고 만년 소년 들의 궁지와 남루가 빛을 잃지 않는 것은 바로 이 일상이 주최하는 마술적 축제 덕분이다. 윤성희에 이르러 이제 소설은 보물찾기로부터 유턴하여 보물지도 없이도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게 되었다. 그녀는 무릇 ‘당신’이란 항상 ‘거기’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다.--신수정(문학평론가)

베개를 베다

<베개를 베다> 제14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이틀」 수록! "쓸쓸한 생을 위로하는 따뜻한 웃음과 짧은 하루도, 지루한 사흘도 아닌, "이틀"이 주는 균형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_심사평에서 살아간다는 일이란 원래 이토록 삶에 대한 실감을 하지 못한 채 흘러가버리는 것일까. 우리는 삶 안에 있음에도 그로부터 소외되어, 삶의 의미와 느낌 같은 것들에 쉽게 무뎌진다. 그것이 지나친 피로감 때문이든 혹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든,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들로 우리는 삶의 실감을 잃어버린 채 주어진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어쩌면 윤성희의 소설을 읽는 일은 바로 이 삶의 실감을 되찾기 위함이 아닐까. 2012년에서 2015년 사이에 쓰여진 열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다섯번째 소설집 『베개를 베다』에는 시간의 결과 마디를 살아나게 하는 이야기들이 넘실댄다. 어느 봄에서 시작하여 다시 어느 봄으로 끝나는 이 소설집을 읽으며 우리는 "(유행하는 말로 해보자면) 윤성희 소설을 한 편도 안 읽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단 한 편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전혀 유행 따라 그저 해본 말이 아님을, 또한 "낮술을 마시고 길을 걸을 때처럼 무엇이나 환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문학평론가 백지은)는 말이 그저 비유에 그칠 뿐이 아님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제14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이틀」 수록! “쓸쓸한 생을 위로하는 따뜻한 웃음과 짧은 하루도, 지루한 사흘도 아닌, ‘이틀’이 주는 균형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_심사평에서 시간의 결과 마디를 살아나게 하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타고 흐르는 삶의 의미와 감정들 살아간다는 일이란 원래 이토록 삶에 대한 실감을 하지 못한 채 흘러가버리는 것일까. 우리는 삶 안에 있음에도 그로부터 소외되어, 삶의 의미와 느낌 같은 것들에 쉽게 무뎌진다. 그것이 지나친 피로감 때문이든 혹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든,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들로 우리는 삶의 실감을 잃어버린 채 주어진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어쩌면 윤성희의 소설을 읽는 일은 바로 이 삶의 실감을 되찾기 위함이 아닐까. 2012년에서 2015년 사이에 쓰여진 열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다섯번째 소설집 『베개를 베다』에는 시간의 결과 마디를 살아나게 하는 이야기들이 넘실댄다. 소설집의 전반부는 「가볍게 하는 말」 「못생겼다고 말해줘」 「날씨 이야기」 등과 같이 어린 손자와 단둘이 사는 고모, 딸 하나를 잃은 어머니, 어쩐지 정신이 조금 없어 보이는 언니 등 연장자인 여성을 관찰하는 여성 화자의 목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화자의 시선에는 죄책감이나 미안함, 연민 같은 확실하고 분명한 감정이 드러나는 대신, 과거를 조밀하게 기억하고 현재의 생활을 촘촘하게 이어나가는 삶의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이야기들을 지나면, 「휴가」 「베개를 베다」 「이틀」 등과 같이 어딘지 모르게 조금 모자라다 할 법한 남자들의 사연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다 큰 성인임에도 어린 시절 어머니가 차갑게 내뱉은 말에 매달려 자꾸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남자, 느닷없이 엑스트라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와도 헤어진 남자, 또한 은퇴를 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결근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되짚어보면, 우리 안에도 역시 그 연약함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삶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함께. 윤성희의 소설은, 작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무늬로 굽이치며 흐르고 있기에 무척 촘촘하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이 빽빽함 안에는 굳이 언급하기를 생략하여 생겨난 아주 환한 여백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린 손자와 함께 사는 고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가볍게 하는 말」. 아마도 고모의 아들인 ‘태우 오빠’는 죽은 듯한데, 윤성희는 이에 대해 어떤 설명도 꺼내지 않는다. ‘나’가 기억하는 아홉 살 적의 태우 오빠―이른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해 일어난 그가 잠에서 깨어난 ‘나’에게 더 자라고 속삭이며 이불을 덮어주던 기억―의 부지런함과 다정함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말해주면서 말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부재가 왜 발생한 것인지 함구하는가 하면, 「베개를 베다」의 ‘나’가 갑자기 엑스트라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누군가의 결심이 어째서 비롯된 것인지 또한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세밀하게 이야기되는 것들이 둘러싸고 있는 텅 빈 여백. 그 풍경이 바로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삶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왜 모르지 않을 것인가. 어느 봄에서 시작하여 다시 어느 봄으로 끝나는 이 소설집을 읽으며 우리는 “(유행하는 말로 해보자면) 윤성희 소설을 한 편도 안 읽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단 한 편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전혀 유행 따라 그저 해본 말이 아님을, 또한 “낮술을 마시고 길을 걸을 때처럼 무엇이나 환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문학평론가 백지은)는 말이 그저 비유에 그칠 뿐이 아님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가볍게 하는 말 _어느 봄, 고모의 손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할머니가 입원했으니 문병을 와달라고. 그러면서 아이는 덧붙이길, 할머니는 음료수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고. 나는 큰어머니, 어머니, 작은어머니와 함께 병문안을 간다. 그런데 고모는 지난해 아버지의 칠순 잔칫날, “이만하면 우리 집안도 성공한 거 아니겠냐”며 부둥켜안고 우는 세 사람(큰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을 향해 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와 같은 말을 해버린 것일까? 나는 고모 대신 고모의 손자의 체육대회에 갔다가 이런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언젠가 고모는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서 그의 아들을 위로하며 “기운내라.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같은 말을 해주었다고, 하지만 뒤늦게야 “그건 부끄러운 말”이고 “예의가 없는 말”임을 깨달았다는. 못생겼다고 말해줘 _진딧물이 끼지 않도록 맥주로 화초를 닦는 어머니를 위해 퇴근길에 맥주를 한 캔씩 사가는 나. 형부와 유학을 간 쌍둥이 언니의 음성을 흉내내어 언니인 척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나. 그리고 다섯 개의 전신줄을 볼 때마다 <학교종> 악보를 상상하는 어머니를 위해 새들이 앉은 전신줄을 찾아 사진을 찍어 ‘새 악보’를 완성하는 나…… 마흔다섯의 미혼모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쌍둥이 자매는 서로에게 “넌 너무 못생겼어”라고 말하며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언니. 나는 그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어머니와 나름의 삶을 꾸려가지만, 어쩌면 어머니 또한 그 부재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날씨 이야기 _“큰누나한테 좀 가봐. 새벽마다 전화를 해서는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만 해.” 남동생의 전화를 받고 나는 언니에게 간다.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들의 학비를 벌고, 결혼자금을 모아주었던 언니. 초인종 자리가 동그랗게 뚫려 있고 현관엔 신발이 한 켤레도 없는 언니의 집. 그런 집에서 언니와 보내는 하루―언니가 만든 김치찌개로 밥을 먹고 한숨 자기. 언니가 늘 바라보았을 창밖의 풍경을 따라서 보기. “널 평생 미워하겠다”고 적힌, 잘못 온 엽서에 관한 이야기 듣기. 그리고 이른 아침, 함께 졸업한 고등학교로 산책을 나가 아이들이 지각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헤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전, 나는 욕실 거울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유리가게에 찾아가서 “얼굴이 예뻐 보이는 거울”을 주문한다. 그리고 언니에게 말한다. “반드시 세수를 마치고 거울을 보면서 볼을 두 번 두드릴 것.” 그리고 “음. 괜찮군” 꼭 그렇게 말하라고. 휴가 _열다섯 살에 만나 이십여 년을 함께 뭉쳐 다닌 세 친구 ‘박장대소’. 대수는 죽고, 나 ‘장’은 파혼을 했다. 그래서일까, ‘박’은 아내와 함께 나를 은근히 챙기는 듯하다. 여름휴가 첫날, 예고 없이 나의 집으로 찾아온 박은 자신의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자 한다. 막국숫집에서 점심을 먹고, 밀리는 도로 위의 차 안에서 끝말잇기를 하고, 펜션에 도착해서는 수영을 하고,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를 연다. 둘째 날엔 빗속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물썰매를 탄 후 미술관에 들른다. 그곳에서 문득 떠오른, 자신을 속였던 한 여자에 대한 기억…… 아이들과 뛰어노는 박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셋 중 한 명이라도 실패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베개를 베다 _“헤어진 남편에게 집을 봐달라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나는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된 아내의 집을 봐주러, 예전에 함께 살던 집에 간다. 장모의 칠순 잔치를 무사히 끝내고 난 뒤 느닷없이 아내에게 “난 엑스트라가 되어야겠어. 거기 가서 나보다 늙은 사람이 될래” 말하곤 떠나온 집. 나는 그후 엑스트라가 되어 백 부작 대하 사극에서 “태어나기 이전의 시대로 되돌아가서 죽는” 일을 반복한다. 텅 빈 집, 베개를 베고 누워 낮잠을 자던 나는 아내와 통화하는 꿈을 꾼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짱구는 못 말려>에서 “현재를 잃어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려 할 때마다” “서둘러 신발을 벗고 발냄새”를 맡는 장면을 보며 웃다 슬픔을 느낀다. 문득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진다. 팔 길이만큼의 세계 _같은 이름의 전학생 때문에 번호로 불리게 된 도훈. 15 그리고 59, 금세 친해진 두 사람은 함께 <행복마트> 평상에 두 팔을 펴고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게 마냥 좋다. 그러나 59번이 전학을 가는 바람에 도로 이름으로 남은 도훈. 다른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지만 이전처럼 ‘완벽한 함께’는 다시 오지 않는다. 어머니의 식당을 자주 찾는 삼촌은 도훈이 낯선 감정을 겪을 때마다 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건네준다. 대학생이 된 도훈은 하숙집 옆방 친구와 가까워지지만 그의 연인을 짝사랑하는 바람에 싸우고 만다. 그후 서른둘의 결혼과 서른아홉의 이혼. 도훈은 삼촌의 칠순 잔치에서 “지금처럼 매일매일 밥 먹으러 와주세요”라고 말한다. “이제 그만 어머니에게 같이 살자고 말해보세요” 말하고 싶은 심정으로. 낮술 _엄마와 미희 이모는 낮술을 마시며 서로 가까워진 사이다. 이모가 좋아하던 건 닭똥집과 청하. 엄마가 좋아하던 건 건배. 둘은 서로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며―그러니까 엄마는 닭똥집과 청하를, 이모는 수차례의 건배를―꾸준히 낮술을 마신다. 변기 만드는 회사에서 만난 아빠와 결혼한 엄마. 나가 두 번이나 정학을 맞자 속이 상한 엄마는 미희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고 싶지만 이모는 해외에 있다. 결국 혼자 중국집에서 이과두주를 마시는 엄마, 그날 하늘에 걸려 있던 아주 커다란 무지개. 크리스마스이브에 치킨 배달을 나갔던 아빠는 교통사고로 죽고 나는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 집에서 혼자 캔맥주를 마신다. 시간이 흘러 대학에 입학하게 된 나는, 집을 떠나기 전 엄마와 막걸리를 마신다. 언젠가 선물 받은 와인잔에 담아, 쨍, 하니 건배를 하며. 모서리 _큰외삼촌의 팔순 잔치에 간 나. 엄마와 새아버지와의 결혼을 반대했던 외삼촌들은 차마 엄마의 안부는 제대로 묻지 못하고 그저 내게 좋아 보인다는 말들만 건넬 뿐이다. 집에 돌아오니 친구 ‘조’가 침대에 누워 있다. ‘조’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다시 바래다주러 가는 길, ‘조’는 자신과 같은 이름의 문패가 달린 집을 보기 위해 부러 골목을 돌아 나의 집에 온다는 이야길 들려준다. 군복을 입고 만나 술을 마시기로 한 두 사람. 나는 왼쪽 가슴주머니에 젊어서 죽은 사촌형의 흑백사진을 넣고 나온다. 술을 마시다 나오니 거리엔 눈이 내리고 있다. ‘조’에게 흑백사진을 보여주니 그는 사촌형처럼 포즈를 취하고, 나는 그 사진에 찍힌 누군가의 손가락처럼, 내 손가락도 나오게 사진을 찍는다. ‘조’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골목길을 돌아 ‘조’와 같은 이름이 적힌 문패를 보러 간다. 다정한 핀잔 _“열두 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친구가 돼요?” “그러니까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사이가 되면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지.” 병원 대기실, 미애씨와 그녀의 아들 형욱, 그리고 나는 미희 언니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미희 언니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햄버거가게의 부점장이었다. 청소검사를 하도 깐깐하게 해서 그만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나온 뒤로도 언니와 만났다. 미희 언니의 동생 미애씨와 대화를 하다보니 두 사람 모두 미희 언니의 이십대만큼은 잘 모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수술은 길어지고, 나와 미애씨는 서로가 알고 있는 미희 언니의 이야기에 귀를 내준다. 어느새, 대기실 문이 열리고 미희 언니의 보호자를 찾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가만히 서서, 형욱에게 기댄 채 수술실 앞에 선 의사를 향해 걸어가는 미애씨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틀 _감기로 회사에 나가지 않기로 한 날. 김비서는 나의 전화에 몹시 놀란 눈치다. 작년 가을, 삼십 년 넘게 함께 일한 사장이 갑자기 죽은 이후 아침 일곱시에 출근하기를 그만두었지만, 누구나 이 나이가 되면 숱한 죽음을 겪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나다. 하지만 오늘 나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어쩐지 새롭다. 이 자리에 원래 이렇게 큰 목련나무가 있었던가,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 나의 눈에 띈 나무 한 그루. 다음날 눈을 뜨니 이미 낮 한시가 넘어 있다. 이틀째 결근한 나는 밥을 먹고 돌아오다 백발의 할머니를 만난다. 그녀를 따라 밭을 갈고 이랑과 고랑 만드는 일을 돕는 나. 할머니는 나에게 “내일은 출근해. 땡땡이는 딱 하루면 좋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은 이틀째 결근이며 내일도 회사에 가기 싫을까봐 두려운 나. 할머니와 헤어진 나는 어쩐지 어제보다 덜 아픈 기분이고, 그럼에도 아프다고 엄살을 맘껏 부릴 수 있을 만큼 편안해진 기분이다. 윤성희의 소설을 계속 읽다보면 어쩐지 진짜 삶의 의미와 재미를 좀더 알 것 같다는 기분에까지 이르게 된다. 맞다. 지난 십여 년간 이 기분 때문에 윤성희 소설을 읽었다. (유행하는 말로 해보자면) 윤성희 소설을 한 편도 안 읽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단 한 편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윤성희의 다른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번 책을 안 읽을 수는 없다. (……) 윤성희의 이야기들이 환기하는 (삶의) 의미의 리듬 혹은 리듬의 의미는, 그 자체로 소소하게 흥미롭고 수수하게 아름답지만, 그 삶의 에너지랄까, 파워랄까, 그것까지 소소하고 수수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일상을 의례화하는 그 세계는 마치 낮술을 마시고 길을 걸을 때처럼 무엇이나 환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 _백지은(문학평론가) 본문중에서 “어떻게 하냐. 그래도 기운내라. 산 사람은 살아야지.” 고모가 손자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는 걸 그때는 이 할미가 몰랐단다. 그건 부끄러운 말이란다. 그건 예의가 없는 말이란다.” “우리 할머니는 어떤 분이었어요?” 나는 수연에게 고모는 세상에서 목련꽃 풍선을 가장 잘 불던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가만히 서서 눈을 맞았다. 조, 눈은 쌓이는 걸까 포개지는 걸까 겹쳐지는 걸까. 조가 손을 하늘로 뻗었다. 새벽은 하루의 시작일까 하루의 끝일까? 나는 조에게 물었다. 해가 지고 해가 뜨는 사이. 그건 어디에 속하느냐고. 조가 팔짱을 끼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뭐긴 뭐야. 어제와 오늘이 겹쳐지는 시간이지. 그래서 그 시간에 술이 가장 맛있는 거야. “이렇게 큰 나무가 있다니 놀라워요.” 할머니가 목련을 올려다보았다. “난 작은 나무들이 좋아. 그건 해마다 자라는 게 눈에 보이거든.” 목련나무 아래에서 할머니와 나는 묵례를 하고 헤어졌다.

웃는 동안

<웃는 동안> 네번째 소설집 『웃는 동안』에서도 윤성희 소설 특유의 서사적 분위기는 여전하고, 유머도 여전하다. 문장은 역시나 단문들이고 이야기소는 넘쳐난다. 앙상한 서사의 별자리가 아니라 무수한 여담들의 은하수를 보는 즐거움은 여전히 윤성희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다. 죠스바를 먹다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다가 시작된 이야기 「어쩌면」, 소매치기로 살아온 할머니가 관절염에 걸린다면? 쓸데없는 상상으로 시작된 이야기 「매일매일 초승달」, 어깨에 자꾸 힘이 들어가는 것을 반성하며 쓴 이야기 「웃는 동안」, 오래전부터 쓰고 싶던 영화 오래 보기 대회에 나가는 할아버지 이야기 「공기 없는 밤」, 오래된 선풍기를 청소하다, 가짜 자서전을 쓰는 여자가 떠올라 시작된 이야기 「부메랑」, 사실은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 최고령자로 기록돼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떠올린 이야기 「눈사람」 , 귀신이 안, 나오는 소설을 쓰려고 고심해서 쓴 이야기 「5초 후에」 , 양팔을 뻗고 담 위를 걷는 기분을 주인공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쓴 이야기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 폴짝, 폴짝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소설을 쓰고 싶어 시작된 이야기 「구름판」 , 아주 느린 공처럼, 초조해하지 않고 산책하며 기다리며 쓴 이야기 「느린 공, 더 느린 공, 아주 느린 공」등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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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호라이즌

4.27 (178)

작은 마을의 보안관보 티르 스트라이크가 겪는 세 가지의 사건은 기존의 판타지 소설이나 혹은 해외 환상 소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상천외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명기 바이올린의 감동을 죽여 버리고 마는 악기 살해자 호라이즌, 자살만을 시도하다가 그로 인해 세상을 멸망시켜버릴 운명이 되어버린 숀, 사랑에 빠져버린 수고양이와 암캐 등 각 편마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나 동물의 설정이 그만큼 남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가장 최근에 집필한 단편 「오버 더 미스트」 편에서는 수고양이와 암캐가 교배하여 낳은 새끼들이 중세 시대 마녀 재판을 연상시키는 일종의 '징조'로서 규정되어 국가의 종교와 권력의 분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이야기를 담아내어 인간 분쟁의 명분과 그 해석을 작가 이영도만의 독특한 구성과 해학으로 풀어나가기도 했다. 「어느 실험실의 풍경」에서 이런 그의 독특한 해석은 계속되는데, '행복의 근원'을 만들어 인간을 영원히 행복하게 만들려는 마법사가 만들어낸 것이 결국은 '불행'이며, '행복의 근원'은 결국 '불행'이라는 공식을 내놓기도 하고, 커다란 골렘(돌괴물)에게 아무도 방의 입구를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두어 갇혀버린 마법사가 사실은 입구란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제약일 뿐이라는 공식을 내놓기도 하는 등 이영도만의 철학과 유모로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은 단지 재미만을 주는 판타지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그만의 사상과 철학이 잘 녹아들어 있어 기존의 다른 흥미 위주의 판타지 소설과는 차별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