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후 회복 기간 - noechulhyeol hu hoebog gi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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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경미한 뇌출혈 회복기간

2주 전 술을 화장실에서 쓰러져서 아주 경미한 뇌출혈 판정을 받았었습니다. 처음 응급실로 갔던 병원이 집과 멀어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찍은 Ct에서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기고 찍은 Ct에서도 뇌출혈이라고 처음에 진단을 해 주셨었구요. 아주 콩알만큼 작게 출혈이 난 상태라고도 말씀 해 주셨고 굳이 입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넘어지면서 목이 움직이지가 않아서 추가검사를 위해 입원을 했고 입원을 해서 먹고자고 하면서 굉장히 잘 쉬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2주정도 쉬고 난 뒤 퇴원 전에 뇌 mri를 찍었을 때 뇌에 출혈부위가 안보인다고 뇌출혈이 아니였고 단순 뇌진탕이라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현재 28살이고 굉장히 건강한 성인남자라고 했을 때 2주동안 쉬면서 출혈이 멎고 회복이 되었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제가 운동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단순 뇌진탕이였는지 뇌출혈이 있었는지가 좀 중요하다고 느껴져서요...

제가 최종 진단 때 뇌진탕이라고 출혈이 없었다고 말씀하신 것을 완전하게 믿기 어려운 이유가 서로 다른 큰 병원 두 군데서 처음 ct촬영 했을 때 두 곳에서 모두 뇌출혈이라고 했고, 다치고 다음 날 목 mri 촬영 했을 때 방사선사분이 목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같다고 말씀하시면서 혹시 머리는 뭐 따로 들으신 이야기 없냐고 물어보셔서 인데요,
저는 그게 방사선사분이 뇌쪽에 출혈을 보시고 그렇게 말씀하셨구나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게 단순뇌진탕이라고 애초에 출혈이 없었다고 하니 이게 다 나은건지 처음부터 없었던건지 확실히 알고 싶은데 병원에서는 뇌출혈보다 뇌진탕이 살아가는데 편하고 지금 뇌가 건강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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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어제부로 뇌출혈 발병 후 정확히 5개월이 지났다. 3개월쯤 되었을 때에 약 한달 정도면 완치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5개월이 막 지난 지금도 운전을 하지 못한다. 운전을 해보았지만 아직 약간의 시야축소로 인해 거리가늠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오른눈까지 망막 찌그러짐에 백내장이 있어서 여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오른눈 치료가 더 시급하다. 뇌출혈로 인한 시각 장애는 시냅스 연결이 이루어지면 언제라도 회복될 테지만, 오른눈 망막 찌그러짐은 의사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요즘 내 왼눈(오른뇌) 시야 상태는 마치 특수 렌즈를 낀 것과 같다. 내 주위 반경 3~4미터 이내를 벗어난 풍경은 정말 잘 보인다. 그곳의 풍경은 겹쳐보이지도, 흐리게 보이지도, 축소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뇌출혈 발병 전보다 더 잘 보인다. 그러나 내 주위 반경 3~4미터 이내의 풍경은 특수렌즈를 낀 것처럼 보인다. 이 특수 렌즈는 어둠에 약하고, 약간의 시야 축소와 약간의 겹보임 현상을 동반하고 있다. 이 특수렌즈는 내가 보는 것이 내가 실제로 보는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마치 내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내가 속해 있는 풍경이 아닌 것처럼. 그리고 햇빛이 쏟아지면 햇볓이 전달하는 데이터를 미처 처리하지 못해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

5개월쯤 되니 도대체 언제쯤 운전할 정도로 회복이 될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뇌출혈 분투기>를 네이버 뇌질환 카페에도 올리는데, 어떤 이는 나와 비슷한 시야장애로 6개월째인데 거의 다 나았고 약간의 불편함만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이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뇌경색으로 인한 시야 장애가 다 완치되었단다. 그런데 무려 2년이 걸렸다고. 카페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든 생각은 나 같은 가벼운 뇌출혈로 인한 시야 장애도 적어도 1년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카페에서 알게 된 것인데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 장애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시야장애는 다 나처럼 오는 줄 알았는데, 반맹으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반맹은 눈의 절반이 안 보이는 현상이다. 심지어 왼눈의 절반, 오른눈의 절반 이렇게 안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시야장애가 오는 경우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뇌가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관장한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똑같은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인데 나같은 경우의 환자들에게는 의사들이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도, 반맹 환자에게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고 한다. 다만 치료방법이 없다고 얘기하는 점은 동일하다. 뇌의 신경가소성을 생각하면 회복 불가능하다는 말은 믿기가 어렵다. 의사들은 현대 의술로 못 고치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부류들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의 항상성은 그런 의사들의 단언을 언제나 깨버린다. 뇌의 기능 중 일부만 살아 있어도 모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신경가소성주의자들이 말하지 않는가.

회복 기한과 관련해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발병 후 8개월까지 회복이 이루어지고 그 후에는 거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말들이다. 아마 일부 의사들이 그렇게 얘기한 것일 텐데, 신경가소성주의자들은 뇌의 가소성을 죽을 때까지 이루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해마에서 줄기세포가 죽을 때까지 생성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쓴 하버드대 신경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8년이 지났을 때도 뇌가 기능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니 8개월 운운하는 건 근거가 없다. 실제로 2년 만에 뇌경색을 완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럼 언제까지 뇌졸중 회복이 이루어질까? 이점을 생각하다 문득, 갓난아기의 신경회로 연결이 13세쯤에 완성된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사람이 태어나면 뇌의 신경회로가 거의 연결이 이루어져 있지 않는데, 이 연결이 13세쯤에는 끝나서, 그 때부터는 신경가소성이 아주 약해진다고 한다.

뇌졸중 환자의 뇌를 갓난아기의 뇌와 같다고 본다면, 연결이 완성될 때까지는 최대 13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비교는 어리석은 짓이지만, 참고할 수는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질 볼트 테일러의 말대로 회복이란 무엇인가?”이다. 그저 잃어버렸던 기능을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뇌졸중이 나의 삶에 가져다 준 새로운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삶과 인간, 그리고 뇌에 대한 새로운 앎과 깨달음은 나에게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시각 장애에 관한 내 경험과 그리고 뇌에서 이루어지는 시각 정보 처리 메카니즘을 알게 되면서 나는 인간은 결코 실재를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내 인생에 커다란 방향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왜 인간이 실재를 알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