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 중국 기업 리스트 - migug sangjang jung-gug gieob liseuteu

알리바바 등 中회사 4곳 美증시 '예비퇴출명단' 추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등 중국 4개 업체가 미국 증권 당국의 상장폐지 예비 명단에 추가됐다고 신랑재경 등 중국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9일(현지시간) 알리바바를 잠재적 퇴출 명단에 추가했다.

여성 소비용품 온라인 플랫폼 모구제, 반려동물 용품 판매업체 보치, 인터넷업체 례바오도 이름이 올랐다.

SEC는 2020년 통과된 외국기업책임법(HFCAA)을 근거로 미 증시에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

SEC는 3월 5개 업체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159곳을 잠재적 퇴출 명단에 올렸다.

미 증시에는 270여개 중국 업체가 상장돼 있다.

중국 최대 검색 기업이자 인공지능(AI) 기업인 바이두,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Bilibili),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업체 징둥 등이 포함됐다.

FCAA는 자국 회계기준을 3년 연속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뉴욕 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독권을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중국은 자국 기업의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일부 기업에 회계자료 공개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해외 상장기업의 회계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월 "중·미 당국은 모두 양측 간의 회계 감사 감독·관리 협력 측면에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양=연합뉴스

알리바바·바이두, 상세 자료 준비 중…리스크 막기 위해 유럽·홍콩 증시 입성하기도

[글로벌 현장]

미국 상장 중국 기업 리스트 - migug sangjang jung-gug gieob liseuteu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알리바바 간판.(사진=연합뉴스)

미국 금융 당국이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는 중국 기업 리스트를 발표했다. 미국에 상장된 270여 개 중국 기업들은 상세한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될 위기에 몰려 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자국 기업의 상장을 유지시킨다는 방침이다.


“중국 기업도 미국 기관에 회계 검증 받아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3월 10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얌차이나, 바이오 기업 베이진·자이랩·허치메드, 반도체 장비 업체 ACM리서치 등 5개사를 ‘외국회사책임법’ 적용 대상 리스트에 올렸다.

외국회사책임법은 2020년 12월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들에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2001년 엔론의 회계 부정 사건 이후 상장사들에 독립된 회계 법인이 작성한 감사 보고서를 PCAOB가 다시 검증받도록 하는 이중의 감시 체계를 마련했다. 상장사들은 감사 보고서의 바탕이 되는 상세한 기업 현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이 2013년 체결한 회계 협정에 따라 미국 PCAOB가 아니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의 검증만 받으면 되는 예외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2020년 초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커피가 3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부풀린 게 발각되면서 상장이 폐지되는 등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불투명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고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회계 협정을 파기했다.

이어 미 의회도 사실상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조치로 평가되는 외국회사책임법을 입법했다. 외국회사책임법은 3년 연속으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의 퇴출이 시작되는 시점은 2021년·2022년·2023년 보고서를 내지 않은 게 확정되는 2024년 초다. 법 시행 이후 상장한 기업들에는 이 법이 바로 적용된다.

이날 공개된 리스트는 SEC가 외국회사책임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확인한 기업들이다. 2021년 실적을 공개했지만 상세 보고서는 제출하지 않아 법을 위반한 상태가 된 것이다. SEC는 이 리스트를 업데이트해 갈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리스트 발표 당일 얌차이나는 15%, ACM리서치는 27% 급락했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9%),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아이치이(-22%) 등 리스트에 아직 들어가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 뉴욕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70여 개에 달하며 시가 총액 합계는 2조 달러(약 2465조원)가 넘는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종목들로 구성된 나스닥골든드래건중국지수는 최근 1년 동안 60% 가까이 내렸다.

중국 기업들은 진퇴양난에 몰려 있다. 중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정부의 승인 없이는 자국 회사가 외국에 회계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2013년 두 나라가 체결한 회계 협정은 이런 중국의 규제 때문에 미국이 특례를 인정해 준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미국이 외국회사책임법을 시행한 이후인 지난해 7월 해외 상장 기업에 대한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증권 위법 활동 엄격 단속 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확립한다’와 ‘국경을 넘는 정보 이동을 통제하고 해외 상장 기업에 비밀 유지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외국회사책임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결국 중국은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섰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금융 당국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바이두·징둥닷컴 등을 소환해 2021 회계연도 상세 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시장을 안정시키는 대책도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3월 16일 특별 회의를 열고 자본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미국 상장 주식들에 대해 현재 미·중 양국 규제 기관이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진전을 보이고 있고 구체적 협력 방안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미국 상장 폐지 문제와 관련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처음이었다.

위원회는 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안정적이고 예상 가능한 규제를 통해 빅테크들의 개선 작업을 이른 시일 내에 완료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1분기 경제를 확실하게 진작시킨다는 거시 정책 운용 방향도 제시했다. △통화 정책은 신규 대출을 능동적이며 적정하게 유지할 것 △관련 부처는 시장에 유리한 대책을 내놓을 것 △금융회사는 대승적 견지에서 실물 경제를 지지할 것 등을 주문했다.


제3의 증시로 향하는 중국 기업들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 폐지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홍콩에 이어 영국과 스위스 등에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니중공업, 의료 기기 업체 러푸,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궈쉬안 등 3개사는 3월 17~18일 스위스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니중공업은 상하이 증시, 러푸와 궈쉬안은 선전 증시 상장사로 3개사 모두 스위스에 2차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니중공업은 대표적인 중국의 인프라 투자 수혜주로 꼽힌다. 세계 굴착기 시장점유율 약 1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러푸는 심혈관 스텐트 중국 1위 기업이다. 궈쉬안은 중국 4위, 세계 8위 배터리 업체로 폭스바겐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3개사 모두 스위스 증시 상장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증권업계에선 이 기업들이 스위스 증시에 상장을 신청한 시점이 금융안정발전위원회가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독려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직후라는 점에서 당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유럽 자본 시장과의 교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2018년에는 상하이거래소와 영국 런던거래소 간 교차 거래 시스템인 후룬퉁을 열었다. 이어 지난 2월 교차 거래 대상을 스위스와 독일로 확대했다. 다만 교차 거래 시스템을 통해 모든 상장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각국 거래소가 별도로 지정한 종목들만 거래할 수 있다.

스위스거래소가 상장을 승인하면 유럽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들의 주식을 보다 쉽게 살 수 있게 된다. 또 중국 국내 투자자들도 교차 거래 시스템을 통해 스위스에 상장된 자국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2018년 후룬퉁 개설 이후 화타이증권·퍼시픽보험·창장전력·궈터우전력 등 4곳의 상하이 증시 상장사가 런던증시에 2차로 상장했다.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총 58억 달러다. 같은 해 하이얼스마트홈이 독일 프랑크푸르트거래소에 추가로 상장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홍콩에 2차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알리바바·징둥·넷이즈 등이 홍콩에 중복 상장돼 있고 신생 전기자동차 업체인 웨이라이(NIO)도 3월 10일 홍콩에 입성했다. 이번에 리스트에 포함된 베이진은 뉴욕 외에 홍콩과 상하이에도 상장돼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70여 개의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 2차로 상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