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건조기 문제 - LG geonjogi mun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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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이 비교·분석한 엘지전자 의류건조기 사진. 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이 먼지·악취·오염 문제가 제기된 엘지(LG)전자 의류건조기 50대를 표본조사해 기기 구조에 원인이 있었다고 29일 결론 내렸다. 엘지전자는 2016년 4월부터 판매된 145만대를 모두 무상수리하기로 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지난달 23일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소비자 3만명이 모인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네이버 밴드모임은 엘지전자의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콘덴서(응축기)에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와 악취가 발생한다고 문제제기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엘지전자 의류건조기 피해 상담은 한 달간 3356건에 이르렀고 환불·보상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도 3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엘지전자는 “콘덴서의 먼지가 의류 건조기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10년 무상 보증’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소비자원 중재를 받게 됐다.

소비자원이 실제 사용 중인 건조기 50대(소형 30대, 대형 20대)를 현장점검한 결과, 11대(22%)가 콘덴서 면적의 10% 이상에 먼지가 축적돼 있었다. 대형건조기(14∼16㎏)가 9대, 소형건조기(8∼9㎏)가 2대였다. 이 가운데 6개월 이상 사용한 대형건조기 10대 중 4대는 콘덴서 면적의 20% 이상 먼지가 쌓여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대형건조기 5대에서는 동물의 털과 먼지가 한데 섞여 발견됐다. 다만 소형건조기는 반려동물 유무 및 사용 기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콘덴서의 자동세척 기능에 원인이 있다고 봤다. 엘지전자 건조기는 함수율(의류가 물을 머금은 정도)이 10~15% 이하이거나 응축수가 1.6~2ℓ 가량 모여야만 콘덴서가 자동세척되는데 실제 사용 과정에서는 의류 양에 따라 응축수가 기준보다 적게 나와 세척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침구털기’ 등 건조 이외 기능을 사용할 때는 응축수가 아예 나오지 않기도 했다. 또 세척에 활용하고 남은 물이 300~700㎖ 가량 건조기 내부 바닥에 남아 미생물 번식과 악취 발생, 부품 부식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대형건조기가 먼지 유입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도 발견됐다.

엘지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지적을 수용해 △응축수 양과 무관하도록 자동세척 기능 활성화 △응축수가 남지 않도록 기기 구조 변경 △필터와 본체 사이 먼지 유입 차단 등을 담은 시정계획을 소비자원에 제출했다. 또 건조기 내부에 남은 물로 부품에 녹이 생기고 제품 기능이 저하되면 관련 부품을 10년 간 무상수리하겠다고 밝혔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소비자원이 밝힌 지점은 기기 결함이 있었다기보다는 성능 개선을 하라는 차원으로 알고 있다”며 “시정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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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논란이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광고
1300억여원 들여 AS했지만…광고 자체 놓고 또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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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청소할 필요없이 자동으로 세척해 언제나 깨끗" 의류건조기를 판매하면서 핵심부품 '콘덴서'의 '자동세척 기능'을 강조했던 LG전자의 제품 광고가 결국 거짓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20일 공정위는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의 성능·효과와 작동조건을 거짓·과장광고한 혐의로 LG전자에게 시정명령과 공표명령,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17~2019년 TV와 온·오프라인을 통해 의류건조기 광고를 하면서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을 강조했다. 주로 "번거롭게 직접 청소할 필요 없이 콘덴서를 자동으로 세척해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 "건조시마다 자동세척", "알아서 완벽 관리", "건조기를 사용할 때마다 콘덴서를 자동세척"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콘덴서는 습한 공기를 물로 응축하는 건조기의 핵심 부품이다. 건조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콘덴서에 먼지가 쌓여 건조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LG전자는 주기적으로 콘덴서를 청소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물을 저장했다가 분사해 콘덴서를 자동 세척하는 기능을 개발했다.

공정위는 LG전자가 이 기능을 타당하게 실증하지 않고 부풀려 광고했다고 판단했다. LG전자 측이 이 사건 심의 과정에서 개발단계에서 소형건조기 1종만을 대상으로 자동세척 기능을 실험한 자료만 제출했고, 그마저도 실제 사용환경과 다른 작동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는 2kg 미만의 소량건조나 이불털기 등 비건조코스의 경우에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점도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든 것이라고 봤다.

이같은 문제점은 이미 소비자원 조사에서 한 차례 확인됐다. 2019년 7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고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민원이 속출하자 소비자원은 조사에 나섰고, 문제를 확인했다. 그해 8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LG전자에 현상 방지를 위한 시정계획 마련하고 기존 제품 무상수리 등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11월에는 건조기 1대당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LG전자는 2019년 9월 시정계획 내놓고 기능 개선에 나섰다. 이후 2020년 12월까지 사후서비스(A/S)에 총 1321억원을 투입해 2016년 4월 이후 판매한 건조기 145만대 부품을 무상수리했다. 10년간 무상보증을 선언한 한편, 올해도 A/S 비용 충당금으로 660억원을 준비해 둔 상태다.

다만 LG전자는 당시 조정안에 포함된 위자료 지급은 거부했다.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는 경우 145만대에 총 1450억원의 막대한 위자료가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 소비자들은 공정위에 추가로 조사를 신청했고, 공정위는 표시·광고 공정화법 위반으로 제재 결론을 내렸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결정은 과거 광고 표현의 실증여부에 관한 것이며 해당 광고는 이미 2019년에 중단 및 시정되었다"며 "자사는 모든 구매고객에게 무상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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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됐던 LG전자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점검한 한국소비자원이 한달여 만에 조사결과를 내놨다.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특정 조건에선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LG건조기의 설계가 그런 방식이었다”는 말도 했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자동세척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진실은 대체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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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응축수가 모자랄 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먼저 용어부터 설명해보자. 콘덴서는 LG전자 건조기에 붙어있는 부품이다. 의류 건조시 발생하는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게 이 부품의 주요 기능이다. 그 과정에서 콘덴서에 먼지가 붙는다. LG전자는 2016년부터 신형 건조기를 출시하면서 ‘콘덴서가 자동세척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기술력으로 막았다는 거였다. 이는 경쟁업체 제품과 대비되는 차별화 포인트였다. 7월 문제가 터졌다. LG건조기의 콘덴서가 자동세척되지 않는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그러자 한국소비자원이 현장점검과 사실조사에 나섰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흐른 8월 29일 소비자원은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사용조건에 따라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조건 설정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소비자원은 LG전자에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현상을 막고, 응축수(의류 건조시 발생한 물) 양과 상관없이 자동세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LG전자는 권고를 받아들여 개선사항을 판매된 모든 건조기에 적용하기로 했다. 당연히 무상수리다. 기존 건조기들은 생산을 중단하고, 개선된 모델로 생산하기로 했다. 그럼 LG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에 관한 논란은 일단락된 걸까. 그렇지 않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어서다. 크게 두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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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허위 혹은 과장광고 문제다. 소비자원 관계자의 말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보자.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1.6~2.0L의 응축수가 모일 때에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 양의 응축수가 모이지 않을 때는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는 거다. 응축수는 세탁물을 건조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소량의 의류를 건조기에 넣으면 콘덴서가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자동세척 목적은 어디로 사라졌나

문제는 이런 설명을 LG전자의 광고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광고 내용을 보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술어만 편집했다. “3개의 물줄기로 1회 건조당 1~3회 세척한다.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손에 닿지 않는 먼지까지 없애준다.” 건조할 의류가 적어 응축수가 모이지 않는다면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란 문구는 어디에도 없다. LG전자 관계자는 “콘덴서가 자동으로 세척된다는 걸 알리는 취지의 광고였다”면서 “건조 과정에서 자동세척이 이뤄졌기 때문에 허위 혹은 과장 광고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인들의 말은 다르다. 김성준 IBS법률사무소 변호사의 주장을 들어보자. “LG전자의 건조기 광고에 따르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분명히 다른 회사와 구분되는 차별화된 특징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이 기능이 건조시마다 작동되는 것으로 인식할 만하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특정 조건에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한다는 고지가 없었다면 허위ㆍ과장광고로 볼 여지가 크다.” 향후 나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둘째, LG전자의 품질관리체계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LG전자 고객센터 직원은 더스쿠프(The SCOOP) 취재진에게 “콘덴서에 먼지가 50% 정도 쌓이면 건조시간 연장, 건조 기능 저하, 냄새 유발 등이 생길 수 있고, 건조시간 연장으로 전기요금이 더 나올 수도 있다”면서 “이는 LG전자의 지침을 그대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콘덴서에 먼지가 50% 이상 붙어 있으면 건조기 고유 기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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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건조기는 과연 어땠을까. 소비자원이 무작위 추출한 대형건조기 20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 이상 쌓인 건조기는 1대였다. 쉽게 말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건조기 고유 기능에도 영향을 받은 건조기’가 5%라는 얘기다. [※참고 : 혹자는 20대 중 1대를 단순비율로 따지면 곤란한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샘플을 너무 적게 선정한 게 문제라면 LG전자가 소비자원에 선정 개수를 늘려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 했다. LG전자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진짜 개선한 거 맞나

익명을 요구한 한 품질관리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의 작동 요건을 ‘응축수가 일정 수준으로 모였을 때’로 설계한 건 사실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그 조건이 맞지 않을 때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는 거다. 이걸 두고 ‘설계대로 됐으니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하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보통은 제품 출시 전 성능 시험을 할 때 악조건에서도 최대한 기능이 작동할 수 있게끔 설계를 하는데, 이건 설계를 잘못한 거다.”

그럼에도 여전히 LG전자는 “자동세척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매회 자동세척이 이뤄지도록 개선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설계 기준보다 모자란 응축수로 자동세척을 해서 과연 먼지제거 효과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효과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