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 사랑 - leosia hangug salang

한국서도 이어진 러시아 인사들의 시인 푸시킨 사랑

롯데호텔 앞 동상 잇단 방문…타스통신 미하일로프 사장도 헌화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이 시 구절은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러시아 근대 문학 창시자로 칭송받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작품이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살았던 푸시킨은 민중과 소통하고 자유를 찬양하는 다양한 작품을 남겨 러시아인에게 가장 추앙받은 문학인 중 한 명이다.

푸시킨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 러시아인들이 한국에 오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 건립된 푸시킨 동상이다.

이 동상은 2012년 6월 푸시킨 동상 국내 건립을 추진하던 민관합동 운영기관인 한러대화(Korea-Russia Dialogue)가 동상 건립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롯데 측이 선뜻 장소를 제공하면서 세워졌다.

롯데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소련 대표팀 후원사로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뒤 1990년 한-러 수교 이후 적극적으로 현지에 진출해 각종 사업을 벌이는 등 대규모의 대러 투자를 한 기업 중 한 곳이다.

롯데호텔 앞 푸시킨 동상은 2013년 11월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면서 우리나라 국민과 러시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제막식에서 "푸시킨의 동상이 서울 한복판에서 제막된 것은 한러관계의 질적 격상을 위한 공동 노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푸시킨 동상 건립 후 이곳은 푸시킨 탄생일인 6월 6일에 맞춰 매년 러시아 시낭송 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한국을 찾은 러시아 주요 인사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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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평창뉴스서비스네트워크(PNN) 협정을 위해 방한한 러시아 타스 통신의 세르게이 미하일로프 사장, 미하일 구스만 부사장, 마라트 아불크하틴 편집부국장도 5일 오전 푸시킨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며 방한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미하일로프 사장은 "푸시킨은 모든 러시아인이 어릴 때부터 즐겨 듣던 작품을 만든 아주 위대한 시인"이라며 "러시아에도 푸시킨 동상이 있지만, 이 동상은 내가 본 푸시킨 동상 중 가장 아름답다"고 호평했다.

미하일로프 사장은 또 "한국에서도 푸시킨을 좋아하고 있다는 의미로 느껴졌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롯데는 푸시킨 동상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동상이 자리한 호텔 앞 광장을 '푸시킨 플라자'로 이름 짓고 이후 민간분야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지난 2월 롯데 러시아 현지 법인 '롯데루스'가 러시아에서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푸시킨 신인문학상'을 제정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와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2015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격의 훈장인 우호훈장(오르덴 드루즈뷔)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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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영화 속 대사처럼 한국에 공연을 온 우크라이나 여성과 러시아 남성이 연인이 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각자의 조국으로 떠나가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장 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화려한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음악에 맞춰 선보이는 군무를 선보입니다.

동유럽 출신 퍼레이드 연기자 25명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출신이 각각 11명입니다.

두 나라가 전쟁 중이지만 이곳에 온 청년들의 얼굴엔 항상 웃음이 가득합니다.

이 중 우크라이나 여성 연기자인 이리나와 러시아 남성 연기자인 알렉스는 함께 공연을 하다 연인이 되었습니다.

8개월 전 러시아 침공이 시작될 때 함께 사랑도 시작된 겁니다.

하지만 이리나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즐겁게 얘기하다가도, 전쟁과 고국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굳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리나 (23세)/우크라이나]
"(고향 헤르손에)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여동생이 있는데 걱정됩니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료 남성 연기자들은 전쟁 때문에 한국에 오지 못했습니다.

알렉스는 자신의 조국이 연인의 나라를 침공했다는 사실이 매번 버겁지만, 공연이 끝나면 귀국해 전쟁터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알렉스 (29세)/러시아]
"전쟁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뉴스도 보지 않습니다."

이들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고성군은 22명 모두를 명예군민으로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알렉스와 이리나는 이달 말 한국 공연이 끝나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기약 없는 이별을 견뎌내야 합니다.

MBC뉴스 장 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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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크리스티나 가르데르. photo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제공

이태원 참사로 외국인들도 목숨을 잃은 가운데, 러시아 국적 희생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가 유족과 친구 등을 인터뷰한 기사를 통해 희생자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번 참사로 숨진 러시아 여성 4명 중 한 명인 크리스티나 가르데르(26)는 시베리아 케메로보주 노보쿠즈네츠크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나는 지난 2013년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2주 동안 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한국에 관한 관심이 커져 유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어 유학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았고, 2년여 전 서울에 올 수 있었다. 그녀의 가족은 "한국 여행을 다녀온 크리스티나는 한국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했다"며 "한국어를 완벽하게 배우길 원했고 서울로 간 뒤 대학에 입학했다"고 전했다.

학업을 이어가면서도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던 크리스티나는 한국의 축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지난달 29일 핼러윈 축제가 열린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천식 환자인 크리스티나에겐 사람들이 한꺼번에 넘어지면서 발생한 사고 상황이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당일 크리스티나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던 친구도 부상으로 현재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크리스티나의 시신을 한국에서 화장한 뒤 유골을 담은 상자를 러시아로 가져와 장례를 치를 생각이다. 그의 자매인 발레리아는 크리스티나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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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율리아나 박은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photo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제공

또 다른 사망자인 연해주 출신 율리아나 박(25)도 평소 한국 사랑이 극진했다. 율리아나는 지난 7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생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율리아나는 "1년 전 한국어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국으로 왔다. 그냥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 이런 결정은 위험하고 즉흥적이었지만 지금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율리아나는 앞서 서울에 있는 러시아 학교에서 근무하며 유치원에서 영어도 가르쳤다고 한다. 율리아나는 연해주에서 홀로 지내는 어머니가 걱정돼 언젠가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이번 사고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옮겨졌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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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서울에서 지낸 故옥사나 김. photo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제공

연해주 출신의 또 다른 사망자 옥사나 김도 참사 발생 당시 군중 한가운데 있다가 변을 당했다. 그의 오랜 고향 친구는 “옥사나는 연해주에 사는 많은 젊은이가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랐다”라며 “사고 당시엔 옥사나가 압사의 중심에 있었고 비틀거리며 넘어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친구들은 옥사나의 사망 소식 후 고향으로 데려오기 위해 모금 활동을 벌였으며, 필요한 금액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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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다리아 트베르도클렙(21)은 성균관대학교의 가을학기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photo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제공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다리아 트베르도클렙(21)도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학생인 다리아는 성균관대의 가을학기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다가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한편, 이번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의 국적은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한국 시각)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발생한 외국인 사상자들에 대해 “외국인 사상자도 우리 국민에 준해서 가능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 대해선 외국인도 내국인에 준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