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수술 후기 디시 - ko susul hugi disi

<개인적으로 느낀 진피 코성형 단점>

1. 엄청나게 긴 회복기간

수술 후 상처가 아물고 일상생활을 하게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 보형물 넣는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흡수량이 많은 진피 성형 특성상 이루어지는 과교정 때문에 자연스러워지는 데까지 오래 걸린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목표 높이 2배 이상, 혹은 절개부위 봉합이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이 쑤셔 넣기 때문에(20mm 이상까지) 어느 정도 흡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누구나 최소 3개월은 아바타로 살아야 한다. 인공 보형물처럼 분필 박은 듯한 느낌은 없지만 적정량 흡수 전까지는 그 부피 자체에서 오는 위화감이 엄청나다. 나처럼 수술 후 1년 쉴 계획이 있거나 지인이나 타인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1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꽤 스트레스가 심할 수 있다. 처음부터 조금 넣으면 금방 자연스러워지겠지만 흡수되고 나면 하기 전과 다를 게 별로 없는 단점이 있다.

2. 결과의 불확실성

자가조직의 월등한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성형외과에서 인공 보형물을 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진피 코성형 후 최종 높이나 모양에 대한 예측이 힘들기 때문이다. 보형물은 보형물 높이만큼, 딱 그 모양대로 결과가 나오고 그 효과가 반영구적이기 떄문에 수술 직후 만족도가 진피에 비해 높고 시술자 입장에서도 결과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잡은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다. 반면 진피로 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사람마다 흡수량과 기간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보형물과는 달리 최종 결과물에 대해 장담할 수 의사가 없다. 따라서 자기가 원하는 모양과 높이가 딱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부적합하다. 실제로 수술 1년 후 낮아진 높이에 불만을 가지고 진피를 더 재취해 재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과교정한 만큼 흡수가 충분히 되지 않아 생착된 진피를 꺼내 재조각하고 넣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엔 수술 직후 코가 말도 안되게 높아져 있어서 당장 빼고 싶을 정도였는데, 처음 2-3개월간은 과연 이게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흡수가 과연 되긴 할까 하는 마음으로 노심초사했고 흡수가 어느정도 되고 난 6개월 이후에는 이러다가 다 빠져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안절부절 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생착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각기 다른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피로 코 세운 사람들은 웬만하면 최종 결과에 만족하는 것 같기는 하다.

3. 비싼 가격

일반적으로 실리콘 등 보형물을 넣는 수술에 비해 진피를 채취하는 과정도 추가되고 여러 모로 신경써야 될 부분이 많아지므로 수술 시간도 길어지고 인공 보형물을 쓰는 코성형에 비해 보통 100만원 이상 비싸다.

4. 흉터

진피로 하는 성형은 특성상 많은 양의 자가조직을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개방으로 이루어지는데, 워낙 많은 양으로 과교정을 하기 때문에 절개부위를 겨우겨우 봉합할 정도다. 이 때문에 수술 후 비주 흉이 늘어나서 비교적 눈에 잘 띌 수 있다. 흡수되면서 많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원하는 높이 2배 이상 높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다. 또한 진피 채취 부위에 남는 흉터(일반적으로 엉덩이)도 사람에 따라 신경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역시 진피 채취 후 모자란 살만큼 봉합부위에 당기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흉터가 커지는 경우가 흔하다. 나는 흉터연고 거의 1년 꾸준히 발랐는데 코 흉터는 지금 살짝 보이는 정도고 엉덩이는 그리 흉하지는 않아도 꽤 뚜렷하게 보인다. 속옷으로 가려지는 부위이기는 하다.

5. 부작용

사실 부작용이랄 건 별로 없다. 일단 생착된 후에는 구축이 오거나 염증으로 인해 재수술해야 될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피 코수술에만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는데, 바로 피지 낭종이다. 진피 채취된 부위에 있는 피지선이 코에 이식된 후에 왕성히 활동해서 코 피하에 피지덩어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인데, 이 경우 그 부위를 절개해서 낭종을 제거해야 한다. 의사에 따라 겉에서 절제해 코에 흉이 남는 경우도 있고 콧구명 속으로 제거해주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진피 채취부위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엔 수술로 절제한 후 다시 봉합한다. 수술 후에도 염증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받고 해외로 가는 바람에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없던 나는 수술 후 2달까지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약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부작용도 없었다.

6. 퍼짐/본 뼈바탕 노출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흔히 진피로 코 성형을 하면 생착되는 과정에서 코에 뚜렷하게 일자로 솟아있던 모양이 주변으로 살짝 퍼진다. 진피가 자연스러운 결과가 나오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얄쌍하고 또렷한 콧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수술 후 불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다. 흡수되면서 원래 코 모양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역시 자연스러움에 기여하지만 한편으로는 매부리 등의 ‘결점’이 교정되었다가 약간이나마 다시 드러난다는 점이 불만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나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사진 찍으면 유난히 코가 커 보이는 느낌이 있다. 내 경우엔 워낙 여러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느라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서 (진피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코 모양은 어느 정도 포기/타협한 셈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런 퍼짐 문제는 내가 전에 언급한 A 원장 수술 후기를 보면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아마 여기는 최대한 진피를 압축해서 이식하기 때문에 퍼짐 현상이 비교적 적은 듯하다.

9. 자연스러움

경우에 따라서는 자연스럽다는 사실이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본래 코바탕이 낮은 상태에서 흔히 말하는 “화려한” 코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 역시 수술 전에는 코가 없었다면 지금은 보통 한국인 코 높이 정도다. 수술해준 교수도 여기까지가 최대고 여기서 더 높이고 싶으면 그 땐 실리콘 써야 된다고 못박았었다. 진피로 코 성형한 후 요즘 한참 잘나가는 모 배우처럼 원래 높은 코를 더 강한 느낌으로 만들어 줄 순 있어도 본판을 완전히 벗어나게 해주기엔 부족한 듯하다.

8. 통증 2배

진피를 채취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코 외 다른 부분(주로 엉덩이)에도 절개 및 봉합작업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술 후 2-3주정도까지는 걷는 행위 자체가 상당히 불편하다. 통증도 코보다는 엉덩이가 더 오래 지속된 듯.

<장점>

1. 자연스러움

진피로 수술하기로 결정한 큰 이유 중 하나다. 흡수가 어느 정도 되고 나면 실리콘처럼 흔히 코에 분필 박은 듯한 느낌이 없다. 진피가 코 위에만 얹혀 있는 게 아니라 이마와 안구 쪽 경계로 살짝 퍼지기 때문에 코가 얼굴 골격으로 이어지는 모양이 자연스럽다. 내 경우엔 누가 수술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없었고 훗날 성형외과 방문했을 때 상담실장도 내가 말해주고 나서야 알 정도였다.

2. 구축, 재수술 걱정 X

자연스럽다는 게 진피를 선택한 50%의 이유라면 나머지 50%는 후에 염증이나 구축 문제로 재수술 할 걱정이 없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술 후 1-2개월 정도 이후부터는 모양에 대한 불만족이 아니라면 재수술 할 일이 없다. 나에게는 앞으로 올 수 있는 구축이나 염증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이 진피성형의 몇가지 단점을 덮어줄 정도로 큰 장점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인공보형물을 절대 안 사용하기로 한 이유는 몇 년에 한 번씩 코를 다시 열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성형은 한번으로 끝내고 싶었다.

3. 사후 관리 불필요/편함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다는 점은 내가 수술 후 생활을 하면서 느낀 장점이다. 보형물이 삽입되고 나면 평생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한다. 혹시 올 지 모르는 부작용 예방을 위해 최대한 코를 건드리지 않아야 하고 운동 등 여러가지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반면 진피로 수술하고 나서는 수술 전과 다름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수술하고 1년 지난 지금 세수도 어푸어푸하고 코 간지러우면 막 비비고 맘대로 후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수술 후 2달정도 아기한테 코가 맞은 적도 있는데, ㅈㄴ 아프긴 했지만 별로 걱정할 건 없었다. 이런 부분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막상 “일상적인”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나는 수술 후 3-4개월까지 이식된 귀연골이 뻣뻣해서 굉장히 불편했는데, 실리콘 넣고 비중격 늑연골 등 사용했으면 이런 불편함이 계속 됐을 거고 결국 제거했을 것 같다. 지금은 말랑말랑하고 당연히 돼지코도 된다.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처럼 불편한 거 못 참는 사람한테는 인공 보형물보다 나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