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췌장염 완치 - goyang-i chwejang-yeom wanchi

저희집 첫째 고양이가 많이 아팠어요. 이제는 과거형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막 진단을 받았을 땐 앞이 막막할 정도였어요. 병명만 놓고 보면, 혹은 이 병을 사람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중병일 수는 있어도 생사를 논할 병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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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그리고 나중에는 초음파 검사 상의 이상 소견 때문에 마취까지 하고 CT 촬영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우려하던 악성 종양은 없었지만 이걸 다행이라 말하기도 뭣한 것이 췌장염, 지방간, 당뇨 수치가 확인이 된 것이었죠. 1차 병원의 혈액 검사 결과와 2차 병원에서의 혈액 검사 결과 추이를 볼 때 원발 질환은 췌장염이고 지방간, 당뇨가 췌장염으로 인한 2차 질환으로 찾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가 되는 만큼 췌장이 고장나니 인슐린 분비가 원활히 되지 않아 당뇨가 온 것이었고, 췌장염이 걸리면 속이 많이 아프고 구토 증세가 있어 밥을 잘 안 먹습니다. 그래서 밥을 못 먹어서 지방간이 온 것이었지요. 이 세 가지 병은 그래서 같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입원 후 황달 증상도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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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첫째는 선택의 여지 없이 입원을 하게 되었고 입원 예상 기간도 아주 짧으면 1주일, 2주일 정도를 예상했어요. 완치가 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었고 생존 가능성도 반반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는 건 불가한 상황이었어요. 당뇨 때문에 혈당을 2시간에 한 번씩 체크를 해야했고, 야간에도 전해질 수치 등을 수액으로 계속 교정을 하면서 치료를 해야 했기에 24시간 병원에 입원하는 게 필수였죠. 이런 중병에는 병원 스트레스는 고려사항조차 되지 못합니다. 무조건 입원이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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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은 잘 먹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췌장염 증상 때문에 식용이 아예없어 일명 콧줄이라고 하는 비강 튜브를 해야 했어요. 튜브를 통해 유동식을 공급하면서 강제로 먹여야 했는데 지방간이 온 고양이에게 강급을 할 경우 리피딩 신드롬(re-feeding syndrome)이라고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 것도 섭취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음식물이 갑자기 공급되면 체내의 전해질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심할 경우 사망까지 할 수 있는 증후군입니다. 대웅이도 리피딩 신드롬의 가능성이 컸고 그래서 아주 서서히 강급량을 늘리는 계획을 잡았지만 전해질 수치는 뚝 떨어졌지요. 네, 리피딩 증후군이 온 거였어요. 전해질 수치를 잡기 위해 수액처치를 하면서 교정을 했고 3 ~4일만에 어느 정도 정상 수준으로 잡혔습니다. 이 시점이 지나니 병원에서도 고비는 넘긴 것 같다고 했어요. 

병원에서는 췌장염과 지방간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당뇨는 어차피 집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니 완치를 하고 퇴원을 한다는 건 바랄 수 없는 바람이니까요. 그런데 황달도 생기고 빈혈도 생겨 조혈주사도 맞아야 하는 등 총체적인 난국이 지속되었죠. 지금 생각하면 그게 1주일만에 모두 일어났다는 게 믿을 수 없는 일 같아요. 말이 일주일이지 제겐 한달같은 시간이기도 했고요. 

게다가 당뇨로 인한 케톤산증까지 왔는데, 케톤산증은 체내에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이 과다하게 축적이 되는 것인데 당뇨로 인한 인슐린 부족으로 대사 이상이 생겨 케톤이 과다 생성이 된 것이었죠. 케톤산증은 아주 위험하다고 해요. 다행히도 케톤산증은 이틀만에 없어져서 대략의 모든 고비를 다 넘긴 듯 했습니다. 

문제는 식욕. 병원에서야 수액처치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먹지 않아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집에서는 자발적으로 먹어야 하니 자발식이가 생긴 걸 퇴원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조금 어설퍼보이긴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니 자발 식욕이 생겼고 당뇨를 제외한 모든 수치들도 정상으로 돌아와 드디어 퇴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여기서 제 실수는 비강 튜브를 제거하고 퇴원시킨 거였어요. 췌장염 증상이 살짝 남아 있는 상태라 식욕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는데 서둘러 뺀 것이었지요. 집으로 와서도 밥을 잘 먹지 않아 바로 다음날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바로 비강튜브를 했습니다. 겨우 고친 지방간이 다시 오면 안됐으니까요. 그렇게 비강튜브를 하고 일주일동안 강급을 하면서 자발식이도 유지한 결과 1주일만에 튜브 제거하고 혈액 검사도 다시 받으니 당뇨 빼고 전부 정상. 네, 당뇨는 제가 그렇게 그냥 계속 관리해줘야 하는 병이 됐어요. 사람이 그러한 것처럼.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 고양이의 잦은 구토는 아주 위험하고 특히 폭포처럼 쏟아내는 공복성 구토가 반복되면 지체할 것 없이 병원으로 가야 한다

- 고양이는 단 하루라도 밥을 먹지 않았다면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 체중을 정기적으로 잰다 

제 고양이는 아프기 시작하면서 한 1주일만에 1킬로가 빠졌어요. 고양이에게는 비정상적인 수준의 체중감소였던 것이죠. 안아 보기만 해도 티가 날 정도이긴 하지만 체중을 꾸준히 재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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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타임즈】

췌장은 소화효소인 ‘췌장액’을 만들어 음식물 분해를 돕고 인슐린을 분비해서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액은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에 도달하고 나서야 활성화되어 소화 기능을 시작한다.

그런데췌장염'(pancreatitis)에 걸리면 소화효소가 췌장 밖으로 나와서 주변 조직을 녹이며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치료가 너무 늦은 경우 후유증이 남을 수 있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증상]

췌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식욕 감소, 무기력, 구토, 복부 통증 등. 설사를 하고 탈수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악화될수록 식욕이 아예 없고, 구토가 심해지며, 만지기만 해도 아파한다. 심한 발열이나 저체온증, 심혈관계 쇼크, 황달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개의 경우 복통이 있을 때 뒷다리는 서있고 앞다리와 머리를 땅에 대는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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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개의 경우 지방이 많은 음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 번에 고지방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 급성 췌장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사람 음식을 주면 안 되는 이유들 중의 하나다. 명절 이후에 췌장염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비만, 지방혈증, 고칼슘혈증 등의 영양학적 문제, 갑상선 기능 저하증(hypothyroidism) 등의 내분비계 질환이 있는 경우도 췌장염을 조심해야 한다.

모든 품종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미니어처 슈나우저, 미니어처 푸들, 코커 스패니얼에서 더 흔히 나타난다.

고양이는 장염 또는 담관간염이 있는 경우 췌장염으로 번질 확률이 매우 높다. 장, 간, 췌장의 질환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세동이염’ 또는 ‘삼분기염'(triaditis)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톡소플라스마증(toxoplasmosis)과 같은 감염증도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와 고양이 모두에서 당뇨병은 췌장염의 아주 주요한 위험요소이다. 또한 복부의 외상이나 특정 약품 또는 독성물질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치료]

먼저 담석이 있는지 확인하고, 혈액검사를 통해선 영양 불균형이나 감염증 등이 있는지 확인한다. 췌장과 간 효소의 혈중 농도를 분석한다. 염증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들을 괴사시킬 수 있으니 인슐린과 혈당도 측정한다.

X-ray 검사를 통해 췌장에 외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종양이 있는지 확인하고 바늘로 검체를 채취해서 검사하는 ‘세침흡인생검'(fine needle aspiration biopsy)를 진행하기도 한다.

며칠 동안 입원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중환자실에 들어가기도 한다. 췌장이 회복할 수 있도록 첫 24시간 동안은 사료와 물의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수술로 막힌 부분을 뚫거나, 차오르는 체액을 배출한다. 상처 입은 조직을 제거하기도 한다.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식욕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수액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에 의해서 발생했다면 해당 약물의 사용을 중단한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투여하며 구토가 지속되는 경우 항구토제, 박테리아 감염이 있을 경우 항생제를 처방한다. 혈액 순환을 돕는 약이 투여되기도 하며 혈장 요법을 진행하기도 한다.

[후속조치]

개의 경우 소화하기 쉬운 저지방 식단을 처방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만성 췌장염의 경우 평생 저지방 식단을 먹여야 한다. 단백질 함량이 지나치게 높은 식단도 좋지 않다. 사람 음식을 먹이는 것은 삼가야 한다.

고양이의 경우 적당량의 지방과 단백질이 함유된, 소화하기 쉬운 식단을 주어야 한다. 습식 사료가 좋지만 건식 사료만 먹는 아이라면 꼭 습식 사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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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췌장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만이라면 다이어트를 해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좋다.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는 약품은 피해야 한다. 반려동물에게 투약하는 모든 약에 관해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강아지의 경우 지방 함량이 높은 식단을 피해야 하며 사람 음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 또한 강아지가 쓰레기통을 뒤질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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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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