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이 붉어 지고 가려워 요 - eolgul i bulg-eo jigo galyeowo yo

[메디컬투데이=고동현 기자] 직장인 강모(36)씨는 해가 바뀌면서 부쩍 번들거리는 피부가 고민이다. 한창 사춘기 청소년도 아니건만 세수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얼굴이 간지럽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바꿀까 고민하는 차, 최근에는 코 주변과 구레나룻 쪽, 눈썹 주변에 각질이 일어나며 붉어지는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각성을 느끼고 서둘러 병원을 찾아본 결과 지루성피부염이라는 생각지 못한 진단을 받았다.

이렇듯 얼굴이나 두피에 기름기가 많아지면 피부 변화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만약 피부 속은 건조하게 당기면서 겉으로만 번들거리고 가려움, 홍조나 각질, 뾰루지가 나타난다면 지루성피부염의 발병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초기에 잘 치료하지 않으면 얼굴과 두피 등에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염증이 깊어지는 만성질환이다.

가려움, 안면홍조, 홍반, 각질, 부기, 구진성 염증에 이어 때로는 진물과 딱지가 앉아 외출을 꺼리거나 대인기피나 우울증이 생기는 환자도 적지 않다. 환부는 피지 분비량이 많은 코 주변과 이마, 턱, 두피나 눈썹,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체모가 있는 곳에 잘 생기고 간혹 피부가 얇은 눈 주변과 입술에 거칠게 각질이 일면서 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두피에 염증이 깊어져 심하게 탈모가 일어나는 사례도 관찰된다.

이 질환은 모낭염이나 좁쌀 여드름,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나 자극성 피부염과 혼동하기도 쉽고 때로는 이 질환들과 동반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성인의 유병율이 3~5% 정도로 낮지 않은 편이며 최근 환자의 연령층이 넓어지고 환자 수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운결한의원 노원점 신윤진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이런 질환을 주로 면유풍(面遊風), 백설풍(白屑風)이라 하여 증상들이 풍(風)의 속성과 유사하며 체질적으로 예민하고 몸에 열이 많으며 비위가 약하고 담음(痰飮)이 생길 때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런 몸 내부의 문제를 개선해 주면 지루성 피부염도 곧 호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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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진 원장 (사진=고운결한의원 제공)

한의학에서 자주 언급하는 풍(風)이란, 얼굴이나 머리 등의 인체 상부를 침범해 증상을 일으키고 자주 돌아다니고 변해 증상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는 병인이다. 특히 몸이 뜨거운 상태에서는 풍(風)으로 인해 기혈이 막힐 수 있어서 주된 원인을 열(열독, 습열)에서 찾기도 한다. 몸에 열독 또는 습열이 발생하면 피부에 열감이 커지면서 붉어지고 혈조(血燥)에 의해 피가 말라 혼탁해지고, 순환이 더뎌지면서 이로 인해 영양 공급이나 재생이 어려워져 만성의 염증이 낫지 않게 된다. 주로 인체 상부(얼굴)가 뜨거운 상열감과 그 아래는 냉증이 있는 상열하한이 심해질 때 이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족냉증이 심한 분, 목과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나 화병이 있는 분, 소화기나 생식기 계통이 약해진 환자들이 가장 취약한 군으로 보고 있다.

요약하자면 소화기가 약하거나 속이나 손발이 차갑고 체력이 부족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지루성피부염 발병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윤진 원장은 “일차적으로 특정 장부에 치중된 열기를 내려주고 부차적으로 그 외 원인인 습, 담음, 어혈, 풍을 없애는 처방을 쓰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피지는 많아도 속 피부가 건조한 문제가 클 때는 폐의 보습 기능을 북돋우는 처방이 도움이 된다. 이렇듯 지루성피부염은 단순한 얼굴의 염증이 아닌 속병에서 비롯된 부분이 큰데 스테로이드 연고나 화장품으로 해결을 보려다가 피부가 더 예민해지고 염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선으로 정비에 집중해야 할 부분이 체내 상태임을 강조했다.

피부염이 심할 때는 아주 순한 보습제도 따갑고 아파서 바르기 어렵다고 하는 환자가 많다. 염증 부위에 가해지는 모든 자극은 악화 요인이 되므로, 접촉을 최소화하고 문제가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질환에 악화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 요인으로는 목과 허리의 문제를 일으키는 나쁜 자세, 수면 부족, 스트레스, 과로, 과음, 외부 열기(사우나, 난방, 드라이어의 열), 마스크나 각질 제거 등의 피부 자극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악화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며 치료에 집중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윤진 원장은 이와 더불어 조금 더 빠르고 적극적인 개선을 원하는 환자라면 ‘자극이 없는 담백하고 서늘한 성질의 자연식 위주의 식단’을 추천했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대한 피하라고 당부했다. 흔히 만성 피부염은 음주나 불규칙한 생활습관에 의해 재발하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치료를 마친 후에도 관리법을 제대로 지키려는 노력이 무척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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