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바램 표절 - toi balaem pyojeol

토이 - history of toy(2001)|유희열 표절 논란에 부쳐: 끝까지 애증...

토이 바램 표절 - toi balaem pyojeol
데커드2022. 7. 16. 3:42

언젠가 이 주제로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최근에 좋지 않은 의미로 가장 핫한(....) 뮤지션(이라고 해야 할까..), 토이, 유희열.

토이 바램 표절 - toi balaem pyojeol

뮤지션/아티스트로서의 아이덴티티는 그야말로 끝장난 듯 싶다.

90년을 전후하여 한국 대중음악에는 이전의 뽕짝, 포크, 록의 영향에서 조금은 벗어난 새로운 장르가 태동했는데 이것이 현재까지도 K-POP의 지류로서 존속하는 "팝 발라드"였다.

음율에마저 저항과 광기가 서렸던 이전 세대와 달리, 80~90년대 대학물 먹은(?) 엘리트형 아티스트들 ~ 유재하, 이문세, 정석원, 신해철, 윤상, 김현철, 이승환 등등 ~ 은 천재적인 악곡 구성과 한국 정서에 최적화된(?) 가사, 선진화된 엔지니어링과 갬성 돋는 연주, 보컬로 무장하고 대한민국 팝음악을 여러 단계 진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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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유재하. 유희열에게는 롤 모델이었을까나..

키보디스트 세션맨으로 앞선 선배들 무대를 기웃거리던(...) 유희열은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92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되고 이를 계기로 2년 후인 94년, 엔지니어 윤정오와 함께 "토이(TOY)"를 결성하며 전업 뮤지션의 길로 뛰어든다. 이후 윤정오가 어른의 사정으로 탈퇴하고 사실상의 원맨 프로젝 밴드로서 객원 보컬을 돌려쓰는 형태를 갖춰 7집까지 순항.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그럴 때마다, 바램, 거짓말 같은 시간, 여전히 아름다운지, 좋은 사람, 뜨거운 안녕 등등.. 주옥 같은 명곡들을(...이라고는 이제 차마 못하겠다...) 토이의 명의로 쏟아낸다. 그 외에도 프로듀서, 작곡가, DJ, MC 등으로도 폭 넓은 인기와 빼어난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팝 발라드 역사의 거대한 계보를 잇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음악적 역량에 더해 찰진 입담과 센스 병든 차인표, 소위 "유희열 사단"으로 불리는 돈독한 브라더후드와 거대한 팬덤.. 세계적으로 확장되던 K-POP의 위상에서 아티스트로서의 유희열이란 이름을 빼놓기 어려운 경지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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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칠때 떠났어야 했다. 근데 아직도 녹화하고 있,,.,

그 모든 아이덴티티보다도.. "대한민국 탑레벨 천재 아티스트"로서는 절대로 터져서는 안될 표절 논란이 기어이 터졌다. 그것도 무더기로...

꽤 이전부터 뮤지션들,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알게 모르게 표절 의혹이 있었다고 한다. 유희열의 대중음악계에서의 위상, 표절과 레퍼런스 그 어딘가를 넘나드는 애매함,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진 작법...모든게 대중의 눈을 가렸다.

멜로디만을 도미넌트하게 집어듣는 필자 같은 이지 리스너들은 절대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악곡의 구성과 코드 진행 전반을 넘나들며 류이치 사카모토를 비롯한 수많은 뮤지션들의 곡들을 거의 그대로 카피했다. 그야말로 여기저기써 무차별하게 가져다 쓴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너무나 좋아했던 곡들 마저도..

그가 오랜기간 대중과 뮤지션들을 기만하며 쌓아올린 업적은 오롯히 아티스트로서의 역량과 진정성에 기대고 있었다. 치가 떨렸다.

3집 Present, 4집 A Night in Seoul의 경우 CD를 직접 구매해서 꽤나 오랜 기간 들었고, 현재까지도 즐겨 듣는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에도 토이의 곡은 늘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레어템이 된 베스트 앨범도 소장 중이니 어찌보면 나름 레귤러 리스너 정도는 되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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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저작 중 최고로 빼어났던 4집.

그럼에도 불구, 신해철이나 클래지콰이와 달리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도 토이의 팬을 자처해 본 적은 없다. 근데.. 이다지도 궁상맞은 글을 잠 설쳐가며 끄적대는 이유도 나름은 있다.

필자가 처음 토이를 제대로 접한 건, 한창 질풍 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을 고딩 시절이었다. 당시 같은 반 여학생을 무던히도 좋아했었는데(필자의 학교는 남녀 공학에 합반이었다.).. 그애가 정말 토이의 광팬(...)이었다. 맨날 하드록, 헤비 메탈, 스래시 메탈만 편식하며 귀를 혹사시키던(..) 내게 조규찬, 김연우, 변재원의 간질거리는(...) 보컬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 친구와 만나며(차마 사귀었다고는 못하겠...) 토이식 발라드의 매력에 덩달아 빠졌고, 직접 3집 앨범을 구매해서 CDP에 넣고 같이 듣기도 했다. (3집에는 마침 필자의 아이돌이었던 신해철이 참여했기도 했고..)

당시, 신해철의 뒤를 이어 음악도시 2대 DJ를 했는데.. 신해철 : 유희열 = 필자 : 그 친구... 로 이어지는 유치찬란한 비례식 인연에 서로 기뻐하기도 했더랬지..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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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함께 야자를 째고(...) 봤던 여고괴담... 그 유명한 점프컷에서 서로 머리를 박았던 기억이 난다.(....)

왜.. 다들 아시잖는가.. 사랑에 빠지면 세상 모든 발라드는 내 이야기가 된다는걸. 감미로운 시절이었지. 그럼에도.. 역시나 그 친구와는 여러가지 이유로 잘 안되었는데.. 누군가에게 그렇게 빠져본게, 나름 오랜기간 만나온게 사실상 처음이었기에 당시 그 상실의 상처는 무척 컸다. (지금껏 몇 없는 인생의 굴곡에서도 손에 꼽을 만치 절망적이었고...)

그 친구와 완전히 정리가 된 99년 초. 토이 4집, A Night In Seoul이 발매된다. (그 애가 떠올랐기에..) 토이 따윈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뭔가에 홀린 듯 강남 타워 레코드에 오도카니 진열되어 있던 녀석을, 무지성으로 집어 들었더랬지.

하필 대표곡이 토이 노래 전체에서도 최고의 명곡으로 칭해지는 "거짓말 같은 시간"과 "여전히 아름다운지";;;; 당시로선 김연우의 절절한 보컬과 드라마틱한 선율이 그야말로 가슴을 후벼팠더랫다. 제목에서도 짐작하듯.. 제대로 이별 이야기. 특히... 거짓말 같은 시간은 정말 내 이야긴 줄 ㅠ

바보 같은 꿈을 꿨어

우리만의 집을 짓는 꿈을

너의 미소 널 기다리며

서성대던 공간과 그때 내 머리 위에

쏟아지던 햇살 그 하나까지도

잊지 않을게 영원히

뭐...오죽 했겠는가. 필자에게도 가슴에 불이 타던 시절이 없었겠는가..

당시 친구들이 말했던 "여자는 여자로 잊어라"는 잘 안되더라고. 미팅이고 소개팅이고 잘 풀리지도 않았고... 근데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긴 하더라.

대학에 진학하고, 그렇게 끙끙 앓았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본래의 나 덕후 를 찾게 된다. 자취하며 알바 뛰며 친구들이랑 위닝, 스타도 하고, 과제는 안하고 비로소 다른 여자애들이 눈에 들며 어찌저찌 CC란 것도 하게 되었을 시점... 5집 Fermata 발매. 이걸 학교 앞 자그마한 레코드점에서 발견했을땐, 아, 토이 신보 나왔어? 오... 정도가 정말 끝이었지.ㅎ 물론 당시 여친에게 백 스토리를 말한적은 없다.

그 후, 입대직전에 그 친구를 정말이지 우연히 지하철에서 맞닥뜨린(정말 거의 부딪칠뻔 했다;;) 적이 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덤덤하고 쿨하게 인사 나누고.. 그 플랫폼에서 아주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 했었다. 그 때 머릿속에 든 생각이 "야..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 였으니 상처는 나았으되 아픔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토이와 그 친구에 대한 추억은 거기가 끝. 아 ㅋㅋ 이말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XX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자.. 처음 샀던 3집.. 이어폰 한쪽씩 나눠듣던 그 친구에게 걍 선물로 줘버렸고(....) 4집은 너무나 아픈 나머지 잊는 답시고 버렸던(....). 5집 부턴 사실상 거들떠도 안봤으니 토이 앨범은 하나도 없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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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끝끝내 미련이 남았는지 언젠가 중고나라(...)에서 구매했던 토이의 베스트 앨범. 히스토리 오브 토이. 참으로 적절한게 토이와 얽힌 개인사를 풀어내는, 궁상쩌는 포스팅 감으론 그야말로 제격일까나.

말해두지만.. 저 앨범은 쓰레기나 다름 없다 ㅋㅋ 일단 유희열이 낸 게 아니다. 음반사가 오직 팔아먹을 목적으로 아티스트와의 상의없이 발매한 짜집기 앨범으로 토이 디스코그라피에도 끼질 못하는 괴작.

본디 저 유치찬란한 형광색 케이스를 투명한 아웃케이스가 덮고 있고 이 위에 앨범 타이틀이 새겨져 있는 형태인데..;; 기냥 헐값에 구하다 보니 아웃케이스 없이 저거만 달랑 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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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이 아니었더라면? 토이의 빛나던 전반기를 아로새긴 명곡이 즐비한 명반...이 되지는 않았겠지. 야매 베스트 앨범이니깐 ㅋㅋ 그럼에도 불구, 트랙 리스트만 봐도 저릿저릿한 당시의 마상이 가슴 한켠을 스치는걸 보면.. 참 ㅎㅎ

왠지 1, 3, 4집 노래를 수록해놓고 2집의 곡들은 쏙 빠져 있다 ㅋㅋ "내가 너의 곁에"는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의 오타가 아니다. 1집 수록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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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유산지? 트레이싱지? 로 된 무척이나 무성의한 부클릿;;; 뮤지션들이 자기곡을 자식처럼 여긴다는걸 안다면 저게 어느 정도의 만행인지 짐작이 갈 듯.(...근데 훔쳐온 자식이 되어버린게 참...)

참내,.. 이렇게 리뷰할 줄은 몰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돌돌 말려버린 유희열씨의 근간의 행태와도 사뭇 어울리는 쌈마이 돋는 앨범이랄까.

자, 솔직한 말로.. 당시 얻었던 상처가 꽤나 깊었기에 유희열 씨는 필자로선 순수하게 좋아할 수 없는.. 애증과 같은 존재였다. 조금 더 속되게 말하자면... 걍 꼴 뵈기 싫었달까.

본인이 과도한 레퍼런스를 인정한 마당에, 원작자의 대인배스런 용서에도 불구.. 그의 음악적 인생은 사실상 쫑이 나버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그런저런 어줍잖은 싱어송라이터였으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팬,,까진 아니었어도 인생 가장 아름다웠고 또한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함께했던.. 그의 음악이 사실은 어줍잖은 카피에서 발로했다는 사실은 그저 한풀이 포스팅 한자락으로 거두기엔 적잖이 뒤끝이 남는다. 여전히...

창작에 대한 모럴 해저드는 관념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용인되지 못하는, 보다 진보된 시대가 왔다. 응당 그러해야 했다. 우리는 그동안 무식해서 몰랐던 거다. 다만 부디 그가 행했던 작태가, 오직 그만의 것이었으면 한다.

국내 대중음악을 떠 받치고 있는 훌륭한 뮤지션들의 과거, 현재, 미래의 저작들은 그러지 않았어야 했고 않았으면 한다. 관행적으로 정착된 잘못이었다면... 그래서 적지 않은 곡들이 명시적으로, 심정적으로 표절 판정을 받아버린다면;;; 산업의 질적 영향은 둘째치고 갠적으로 너무도 슬플 것 같다.

ㅠㅠ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이적도 너무나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부디 그저 논란으로 그치면 좋겠다. 멋지게 해명하고 인정 받았으면 좋겠다. 제발 신해철만은 !! ㅠ

거듭 이야기한다. 아무리 날고 기는 맛집이라 해도 쉐프가 사기로 등쳐먹던 사람이라면 그깟거 안먹고 만다. 그런 것이다. 우리는 눈 앞의 쾌락만을 좇는 동물이 아니다. 정의와 도덕만이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든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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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늘의 히로인인 XX는 그 후로 무려 의느님과 결혼해서 애 둘 낳고 아주 잘 살고 있다. 나중에 동창들을 통해서 그 소식을 들었을때는 진심 "아 잘됐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련은 없었다.ㅎ 인생 그런거지 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