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폴2 캠페인 멀티 - taitanpol2 kaempein meo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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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옵보다 먼저 한 녀석이지만 리뷰는 나중에 쓰게 되네요. 콜옵보다 얘기할 거리가 상대적으로 적어서였던 듯 합니다. 타이탄폴2는 전작으로부터 약 2년 반만에 나왔습니다. 첫 타이탄폴은 탄생부터 출시까지 이런저런 화제거릴 만들었습니다. 극히 짧은 개발기간과 적은 인력, 컨셉이 정해지기도 전부터 투자와 불간섭 원칙을 보장한 EA, 그리고 MS의 엑스박스 독점까지 말이죠. 지금와서 커뮤니티에는 오천탄폴, 조루컨텐츠로 일반화된 느낌이지만 타이탄폴은 충분히 좋았고 아쉬움 만큼이나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볼륨, 기술적인 면에서는 워낙 번개같이 만들어져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여유를 갖고 만들어진 2는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경쟁작들이 너무 죽쒀서 좋아보이는 캠페인

 아마 타이탄폴2의 가장 두드러지는 개선점은 제대로된 싱글플레이 캠페인일 겁니다. 아 물론 전작도 명목상 싱글플레이가 있긴 했습니다. 6개인가 하는 미션을 클리어하면 됐는데, 내용은 그냥 봇으로 채워진 멀티플레이 매치에다 NPC의 대화이벤트만 끼워놓은 수준이었죠. 스토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모든 미션은 배경만 다를 뿐 똑같았습니다. 그냥 봇전이니까 점수채우기였을 따름이죠. 심지어 그걸 멀티플레이로 대전으로 진행하는 모드까지 만들었는데, 미션이 랜덤이라서 저는 모든 미션에서 승리하는 도전과제를 결국 따지 못 했습니다. 마지막 한 미션이 죽어도 걸리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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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와 BT의 유머는 다소 썰렁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긴 합니다.


 어쨌든 타이탄폴2는 통상적인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트레일러 등으로 알려졌듯, 플레이어는 일개 알보병이었으나 플레이어 뒤를 챙겨주던 파일럿이 사망한 뒤 타이탄을 물려받고 타이탄이 됩니다. 플레이어는 이미 재능이 있다면서 파일럿 가상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타이탄에 타보는 건 VR 훈련에서도 해본 적 없었죠. 어쨌든 초짜 파일럿 쿠퍼와 뒷바라지 해주는 BT가 하달받은 임무를 이어가는 것이 스토리의 골자입니다. 사실 임무나 전쟁은 캠페인에서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비중이 두어진 건 BT와의 유대와 파일럿으로써의 성장이죠.

 근래 FPS의 캠페인은 사실 얼마나 신경썼든 간에 멀티플레이 튜토리얼 성향이 강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건 이제 제대로 캠페인을 가진 타이탄폴2도 변함없습니다. 오히려 바로 매치에 들어가지 않고 다양한 액션을 익혀볼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1보다도 더 튜토리얼적으로 충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이탄폴2의 캠페인이 전작보단 제대로된 레벨디자인과 내러티브를 가진다곤 하나, 캠페인 그 자체의 충실함과 밀도라는 점에서는 근래의 트렌드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 합니다. 사실 내러티브로 본다면 평균보다도 떨어진다고 해야할 수준이죠.


타이탄폴2 캠페인 멀티 - taitanpol2 kaempein meo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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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 같은 등장연출을 가진 용병들


 분명 타이탄폴2는 전작보다 내러티브에 더 투자를 하긴 했습니다. 아주 조금만 더 말이죠. 플레이어는 낙오된 병사이고, 적은 IMC 그 자체도 아니고 IMC에 고용된 용병입니다. 물론 IMC 보병들이 나오긴 하지만, 말 그대로 '그런트'일 뿐이죠. 스토리는 거의 전적으로 쿠퍼와 BT의 유대에만 집중합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하진 않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전작으로부터 몇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싸우고 있는 거 같은데, 사실 별로 전진도 후퇴도 없는 영원한 전쟁처럼 느껴집니다. 프론티어의 몇몇 배경들은 상당히 아름답고 흥미롭기 때문에 그저 거기에만 그친 건 확실히 유감입니다.

 BT와의 유대라는 부분도 사실 꽤 매너리즘적인 내용이라서 특별한 건 기대할 수 없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대화 선택문은 대화의 재미를 2% 정도 늘려주긴 하지만 그 뿐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이미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BT와의 유대를 통해 크게 성장을 보인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파일럿의 능력으로써의 발전에 대해서는...다 알잖아요. 쿠퍼는 타이탄 한번 못 타본 견습이지만 우리는 전부 에이스입니다. 결국 타이탄폴2의 캠페인은 튜토리얼로써 충실한 레벨디자인에 지루함을 덜어줄 스크립트를 추가한 정도입니다. 타이탄폴2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건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경쟁작들이 워낙 개판을 쳐놔서이지, 그 자체가 우수해서는 아닙니다.


스피디하면서도 깊이 있는 멀티플레이

 온라인으로 넘어가서, 타이탄폴2는 여전히 온라인 중심 게임입니다. 말했지요, 캠페인은 어디까지나 스크립트가 들어간 튜토리얼이라고. 전작은 기본기에 충실한 반면, 깊이는 다소 부족하기도 했습니다. 고전적인 어트리션이나 하드포인트는 괜찮기는 하지만, 타이탄폴 특유의 액션과 타이탄/파일럿이 공존하는 환경 외에 게임모드적으로는 특별히 흥미롭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NPC가 대거 참가하는 AOS적 요소를 가진 FPS 멀티플레이는 퀘이커들이 넘쳐나는 상황에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주긴 했습니다.

 타이탄폴2에서는 이 AOS적 구조를 한층 더 발전시킨 새로운 모드를 등장시켰습니다. 바운티헌트라는 새로운 모드는 어트리션을 대체하는 베이스 게임모드이며, 어트리션을 베이스로 한층 더 깊은 플레이를 끌어냈습니다. 바운티헌트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NPC 혹은 적 플레이어를 해치움으로써 단지 타이탄 소환이나 킬수의 이득만 얻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현상금'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현상금이 가장 많은 팀이 이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현상금은 NPC에서만 무에서 유를 탄생시킵니다. NPC를 사살한 플레이어는 현상금을 가지며, 웨이브가 끝날 때마다 은행이라는 포인트로 가서 적립해야만 팀 점수로 치환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플레이어 사살에선 현상금을 무에서 만들어내진 못 하지만, 상대방의 현상금 절반을 빼앗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플레이어는 초기에는 NPC를 사살해 기본금을 모으는데 주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단 웨이브가 끝나면(혹은 웨이브 중간이라도) 적 플레이어가 은행에 적립하기 전 해치움으로써 적의 현상금을 뺏음과 동시에 내 현상금을 더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웨이브 처리에 한눈이 팔린 플레이어를 제거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입니다. 현상금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적립하기 전에 죽는다면 그 절반은 적이 가져가며 오히려 적에게 도움을 주는 꼴이 됩니다. 즉 최대한 모으되, 살아남아 적립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런 다소 복잡할 수도 있는, 인스턴트로 얻어지지 않는 점수는 하이퍼 FPS라는 인식이 강한 타이탄폴에 상당한 전술성, 전략성을 부여합니다. 플레이어는 킬 수에 집착할 필요가 없으며, NPC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현상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걸 죽지 않고 적립하는 것만으로도 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죠. 보통 모드에서 킬을 쌓기 위해 저돌적인 돌격을 권한다면, 바운티헌터는 현상금을 모으면 모을수록 조심해야 합니다. 큰 현상금을 가진 플레이어의 죽음은 다른 모드에서 적에게 1킬 추가해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집니다. 바운티헌트에선 목숨의 값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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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저는 클로킹을 이용해 플레이어와 교전을 가급적 피하면서, NPC를 제거하고 눈치껏 은행에 적립하는 것만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또 은행이라는 위치가 교전할 가능성이 높은 위치임을 고려해 보행지뢰를 뿌려둠으로써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적립하러 온 적을 해치우고 마지막 순간에 현상금을 소매치기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엔 킬/데스 중심 모드나 다른 게임에 길들여진 탓에 무모한 돌격을 하다 막대한 돈을 적에게 갖다바치기도 했습니다.

 타이탄폴2의 더 깊이있는 플레이는 바운티헌트 모드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로드아웃 얘기를 해봅시다. 타이탄폴의 로드아웃은 사실 약간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SF 배경의 가상총기만 등장하는 탓에 총기의 종류는 사실 썩 많지 않습니다. 부착장비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모든 총은 특별히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으며,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커버됩니다. 어빌리티는 전작보다 다양해졌지만, 능력의 한계도 강해졌습니다. 가령 저는 전작에서 레이더펄스를 이용해 상황파악 못 하는 적을 사냥하는데 재미를 들렸지만, 이젠 소나를 던지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클로킹 지속시간도 전작보다 짧아졌습니다.

 이런 밸런스 조정은 타이탄폴2의 거의 전 영역에서 발견됩니다. 타이탄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작은 3개의 타이탄에 여러 무기를 원하는대로 달고 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6개의 타이탄에 각자 고유의 무기와 어빌리티가 있습니다. 즉, 타이탄의 기동성/내구성에 무기까지 고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에 따라 각 타이탄의 장점과 약점은 더 극대화 되었으며, 더 신중해져야 합니다. 타이탄의 체력시스템 변화도 눈에 띕니다. 타이탄 실드는 더이상 자동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전작에선 플레이어가 신중하고 팀워크가 잘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불사의 타이탄 부대로 적을 학살할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2에서도 팀웍은 효과적이지만, 타이탄 실드가 자동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생존하긴 쉽지 않습니다.

 로데오로 타이탄을 잡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전작에선 해치를 열고 무기를 난사해서 거의 즉각 파괴도 가능했지만, 이번작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해진 타이탄의 내구성에도 타이탄을 플레이어가 잡기는 좀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첫번째 로데오는 단지 적의 배터리를 빼냄으로써 체력을 일정량 깎아내는 역할만 합니다. 두번째 이후는 배터리 슬롯에 수류탄을 넣어서 피해를 줄 수 있지만, 해치울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한편으로 전기스모크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게이지를 채움으로써 활성화 되어서 로데오를 해치우기도 상대적으로 까다롭습니다. 그래플 훅의 존재도 플레이어가 로데오 타기 자체는 더 쉽게 만들어줍니다.

 리스폰이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것은, 플레이어 타이탄에 올라타서 로데오를 방지하고 지원화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적의 배터리를 뺏아서 플레이어 타이탄에 끼워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식의 플레이입니다. 타이탄은 이전보다 타이탄은 물론, 파일럿 상대로도 좀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아군측 파일럿과 협력이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효용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파일럿의 지원을 잘 받는 타이탄은 로데오에 쉽게 당하지도 않고, 교전하는 적 타이탄의 배터리를 빼고 대 타이탄무기로 타격함으로써 밸런스를 깨트릴 수 있습니다. 타이탄폴2에서 타이탄은 마치 실제 장갑차량과 보병처럼 서로를 보완해주고 함께해야 진정 위력이 발휘됩니다.

 이렇듯 타이탄폴2의 핵심은 전작의 스피디함 중심의 플레이에서 탈피해, 조금 더 영리하고 손발을 맞추는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오픈베타 때, 전작보다 느려졌다는 점이 지적된 때가 있습니다. 제작진은 전작의 빠름이 인기있긴 했지만, 플레이어가 조금 더 신중하고 너무 속도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고삐를 늦췄다고 했습니다. 당시 타이탄폴2의 밸런스와 시스템이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시점에선 오히려 느려진다는 게 퇴보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모든 건 매우 잘 의도된 조절이었습니다.


진정한 고정 60프레임

 게임의 가치를 얘기할 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기능적인 부분이지만 역시 높게 평가하고 싶은 건 퍼포먼스입니다. 타이탄폴2는 전작과 같은 소스엔진을 썼지만 상당히 큰 개량을 추가했습니다. 전작에서 개선된 광원효과와 안티알리아싱, 그리고 가변해상도를 추가했습니다. 타이탄폴2는 분명 쉐이더를 풍성하게 쏟아부은 콜옵이나 배필만큼 이미지 퀄리티가 삐까번쩍한 게임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기초적인 폴리곤과 텍스쳐에 더 많이 의존하는, 다소 구세대적인 그래픽 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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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폴2는 화려하지 않지만, 프레임과 인풋렉은 업계 최고수준입니다.


 하지만 타이탄폴2는 가히 최고수준의 프레임 구현을 보여줍니다. 일부 컷씬 상황 정도를 제외하곤 60프레임 아래로 떨어지는 일은 볼 수가 없습니다. 인피니트 워페어조차도 콜옵 시리즈 중 좋은 편에 들지만, 타이탄폴2는 그보다도 더 좋습니다. 이정도 프레임 안정성은 포르자 시리즈나 헤일로5, 혹은 기어즈 오브 워4 정도 외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환상적인 프레임 유지는 제트팩 액션과 타이탄 난전을 정말 조금의 거슬림도 없이 플레이하게 해줍니다. 전작부터 유명했던 엄청나게 짧은 인풋렉도 유효합니다.

 단순히 그래픽 기술로는 한세대 쯤 이전의 비주얼이지만, 미술적으로 잘 커버되어 있고 월등한 퍼포먼스 덕분에 나무 텍스쳐를 뚫어라 쳐다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타이탄폴2의 그래픽에는 대만족 하리라 생각합니다. 비주얼적으로 화려하지 않은 대신, 안정적인 퍼포먼스는 플레이어와 적수들의 액션으로 화면을 수놓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실 일단 날아다니고 쏴대기 시작하면 텍스쳐니 해상도니 같은 건 눈에 안 들어오고 정말 잘 움직여진다는 만족감이 모든 걸 커버합니다.


옥의 티

 너무 좋은 얘기 위주로만 한 듯 한데, 물론 타이탄폴2의 멀티플레이라고 흠이 없는 건 아닙니다. 첫째는 다소 취향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게임의 다양성 부족입니다. 이미 말했듯, 타이탄폴2의 무기는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 합니다. 심지어 언락할 만한 요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조준경과 퍽 정도만 언락하면, 만랩인 유저에게 밸런스적으로 밀릴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 이는 대단히 공정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점차 강해짐으로써 선사되는 점진적 자극이 결핍된 것이기도 합니다.

 네, 타이탄폴2의 레벨업과 언락은 큰 감흥을 주지 못 합니다. 플레이어는 레벨10 이전에 얻는 것만으로 충분히 게임을 리드해갈 수 있습니다. 물론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점점 강력한 무기로 저렙유저를 학살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공정에 언제나 만족하는 건 아닙니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플레이 한 보상을 얻고 싶을테지만, 타이탄폴2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무기 악세사리나 퍽으로 재미 볼 생각 말고, 그냥 더 잘하기나 해!"

 덕분에 타이탄폴2의 진입장벽은 근래 어떤 FPS보다도 낮습니다. 사실 아이언사이트의 성능도 제법 좋아서, 도트사이트를 언락해야 할 필요성까지 거의 못 느낍니다. 가장 쓸모있는 무기 퍽은 장탄수나 재장전 속도이며, 이 역시 매우 빨리 언락됩니다. 이것만 얻으면 적어도 나는 무엇무엇이 없어서 죽는다는 핑계를 댈 수도, 그 필수 아이템을 언락할 때까지 고통을 참으면서 버틸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속적인 플레이에 대한 보상과 자극에선 실패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첫 한시간과 50시간 이후의 차이는 정말 플레이어의 실력차이 뿐입니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실력 향상만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심지어 룩딸의 여지조차도 별 티도 안 나는 위장색들 정도 뿐입니다.

 또다른,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점은 맵입니다. 타이탄폴2의 맵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공방 밸런스가 흐트러지지도 않고 말이죠. 그것보다는 오히려 맵이 거의 의미가 없다는 점이 문제일 겁니다. 타이탄폴 특유의 제트팩과 월러닝 액션 덕분에 플레이어는 못 가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즉 맵의 지형이 가지는 전술적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는 매우 쉽게 적 뒤로 돌아갈 수 있고, 적의 위협을 우려하지 않고 돌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몇개의 맵이 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맵이 주는 플레이의 차이는 솔직히 없습니다. 맵팩이 무료로 풀릴거라고 하는데, 사실 그게 맵디자인이 플레이에 영향을 별로 못 준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려면 맵 디자인이 매우 창의적이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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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일주일이 안 된 시점의 동접자 수(엑박원). 간신히 망하지 않은 수준...


 마지막은 동접자수입니다. 사실 이건 타이탄폴2의 잘못은 아닙니다. EA의 그야말로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출시시기 때문이죠. 타이탄폴2는 배틀필드1 다음주에 나왔으며, 콜오브듀티: 인피니트워페어 일주일 전에 나왔습니다. 전작에서 컨텐츠 부족, 퀘이커가 판치는 무간지옥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퍼진 마당에 출시시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피니트 워페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지만, 그래도 타이탄폴2는 완전히 관광시켜버렸습니다. 배틀필드1 조차도 훨씬 많이 팔렸습니다.

 타이탄폴2의 동시접속자 수는 모든 플랫폼에서 대체로 배틀필드1의 1/10 정도입니다. 엑박원의 경우 1만 5천명 가량이며, PS4는 거기 2배가 조금 안 되는 정도입니다. 매칭이 안 되서 게임을 못 할 수준이라곤 할 수 없지만, 정말 반만 빠지면 어려울 정도는 됩니다. 또다른 문제점은 타이탄폴2 스스로 만든 것으로, 지역서버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강제 지역구분되는 건 한국 같이 유저풀이 적은 지역에서는 지옥이긴 합니다.

 하지만 서버 선택 역시 현명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1만 5천명 혹은 그 이상이 10수개의 서버에 쪼개져있기 때문입니다. 한 서버의 인원은 1000명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핑이 좋은 일본섭은 유저수가 너무 적어서, 처음 몇번 해본 뒤 그냥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즉 실제로는 절반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만 더 빠지더라도 일부 서버는 매칭 문제를 겪기 시작할 거란 점입니다. 거기에 모드별 분산까지 생각하면 사실 주력모드 1,2개 빼고는 이미 매칭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강제 지역서버는 최악이지만, 타이탄폴2의 방식 역시 좋은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글로벌 매칭에 마이그레이션을 자동으로 해주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서버분리 덕분에 타이탄폴2에서 플레이어는 매칭이 잘 안 되면 메뉴로 나가서 서버를 바꾸고 다시 매칭하는 짓을 반복해야 합니다. 미친 출시시기 덕분에 초기유저 확보가 이미 위험한 수준이고, 연말할인으로 약간 더 보충되긴 하겠지만 얼마나 갈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때문에 타이탄폴2의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막상 추천하기는 꺼려집니다. 해만 넘어가도 제대로 될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니까요.


좋은 상품, 그러나 날려버린 기회

 단순히 게임성만 본다면 타이탄폴2는 할리데이 시즌의 3대 FPS 중 가장 밸런스가 좋아보이긴 합니다. 인피니트 워페어처럼 캠페인이 화려하진 않지만, 멀티플레이와 일관성 있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합니다. 멀티플레이는 전작의 장점을 잘 보존하면서 너무 속도전에만 치중하지 않고 섬세하고 영리한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타이탄폴2는 가장 화려하거나, 가장 풍성한 게임은 아닙니다. 그러나 충실한 기본기를 중시하는 게이머라면 타이탄폴2에서 요즘 AAA 게임에서 찾기 힘든 만족을 찾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부적절한 출시시기와 부실한 마케팅으로 거의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타이탄폴2의 실적은 PS4로 나오지 않았던 전작보다 떨어지는 걸로 보여서, 과연 후속작이 EA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니 말입니다. 타이탄폴 프랜차이즈가 하루아침에 해먹으려는 게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라는 EA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 출시일이 EA가 결정한 것임을 생각하면,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콜옵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라, 다음번은 꽤나 좋은 기회가 될 거 같기는 합니다. 어차피 이번에는 못 이길 게임이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자 입에 머리를 직접 넣을 필요는 없는데 말입니다.

평가: A0

거의 모든 걸 잘 해냈음에도 자살적인 출시시기가 많은 걸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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