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배관 조공 후기 - pyeongtaeg baegwan jogong hugi

지난번 정보바구니 카테고리에서 한국에 들어와 일하게 되었던 평택 고덕 삼성반도체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담을 작성했다.

1. [직업정보] 평택고덕 삼성반도체 건설현장에서화기감시자로 일하기

2. [직업정보] 평택고덕 삼성반도체 건설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미천한 경험이었지만 관련 일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정보가 되길 바란다.

이는 지극히 개인의 경험이며 다소 편협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더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은 화기감시자로 일하던 내가 달리 택했던 직업, 배관 조공으로 일했던 경험 중 일부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2020년 9월 11월 건강검진을 받고 12일 화기감시자로 첫 출근을 했다.

사전에 화기감시자 임무 교육을 받고 인증 교육 및 시험까지 치러 화기감시자 자격을 인증받았다고 하지만 처음 배치받는 현장에서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보다. 다행스럽게 화기감시자 선배의 조언과 도움으로 첫 출근을 무사히 치렀다. 당시 입사한 곳은 주연SNC라고 삼성엔지니어링 하청 업체로 P2현장에서 근무했었다. 화기감시자는 화기작업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업체의 요청에 의해 인력이 배치되는 구조였다.

당시 주연SNC에서 화기감시자를 보내는 업체는 크게 세 업체가 있었는데 세방테크, 세보엠이씨 그리고 존슨콘트롤스인터네셔널이다. 세방테크와 세보엠이씨는 P2 CT와 UT현장에서 배관설치를 담당하고 있었고 존슨콘트롤스는 소방배관을 맡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번 설명했듯이 배관작업을 할 때 그라인더 절단은 물론 용접 작업과 같은 화기작업이 빈번하기 때문에 화기감시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나도 처음에는 세보엠이씨로 배정이 되었다가 그다음 주부터는 P2 UT3층 세방으로 배정되어 한 달 보름을 알하게 되었다.

화가감시자로 일하기 전에 노가다현장 즉, 건설 현장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화기감시자로 한 달 보름을 일하면서 현장에 다양한 공종을 접하게 되고 건설업, 특히 삼성반도체 건설 현장에 대한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하는 일에 따라 직책에 따라 버는 돈이 달랐다. 용접사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단가가 18만 원 이상 된다고 했다. 배관사 기공도 18만 원, 17만 원 정도의 단가를 받고 있다고 했으며, 준기공은 15만 원 정도. 가장 기초 단계인 조공은 최소 12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배관사나 용접사가 연장근무를 하게 되면 화기감시자도 같이 연장근무를 하게 된다. 화기감시자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을 일하는데 11만 원을 받는 화기감시자보다 조공은 적어도 1만 원을 더 받고 기술자일수록 더 많은 급여를 수령하게 되는 것이다. 한 달 정도 일을 하면서 배관 조공들이 하는 일을 유심히 관찰했다. 건설업을 잘 모르는 내가 도전해도 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사람마다, 진행하는 업무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그 현장에서는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하는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육체적으로 무리가 가는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었다.

화기감시자로 일하면서 배치받았던 팀에서 많은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같이 일하던 반장님들에게 업무에 대한 것도 물어 보고 근무 조건에 대한 것도 알아봤다. 기본적으로 배관 조공으로 입사하면 숙소도 제공되었고 하루 세끼 제공되는 조건이었다. 단가는 12만 원부터 시작했으나 상황에 따라 협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난 당시 배정받았던 팀에 취직 여부를 문의하면서 화기감시자로 일했던 것을 인정받아 기본 단가보다는 좋은 조건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10월 중순 신규 교육 날짜를 받고 화기감시자 업체에 퇴사 의견을 통보했다. 10월 17일까지 정상근무하고 퇴사하게 되었다. 화기감시자로 근무하다가 퇴사하는 경우 기존에 지급받았던 안전모, 조끼, 방연마스크, 경광봉, 확성기, 각반까지 모두 반납해야 한다. 반납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급여에서 차감하게 되는데 난 각반이 파손되어 내지 않았는데 사무실 직원의 말로는 500원 차감한다고 했다. 차감 여부는 정확히 모르겠다. 급여명세서가 따로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을 쉬고 10월 20일 사무실로 출근했다. 입사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기 위함이다. 평택 고덕에 있는 대부분의 업체가 비슷한 일정을 가지고 있는데 입사일 하루 전 신규교육을 받을 사람을 모아 놓고 미리 각종 서류를 작성한다. 작성된 서류에 오류가 있으면 입사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모아 작성한다고 했다. 실제 틀리면 고쳐 써도 안되고 틀린 서류는 파기하고 다시 적어야 한다고 했다. 아 그리고 숙소 생활을 할 사람들은 이날 숙소를 지정해 준다. 당시 나는 선배들과 따로 숙소를 사용하고 있어서 업체 숙소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숙소를 쓰면 이불도 한 세트 준다고 하는데 이것도 받지 않았다.

10월 21일 건강검진을 받고 각종 장구류를 지급받는다. 지급 품목은 안전모, 안전벨트, 보안경, 각반, 조끼다. 안전화도 지급 품목이 긴 한데 당시 안전화 없는 사람만 우선적으로 지급해 줬다. 나는 그전부터 신고 있던 안전화가 있어서 받지 않았다. 나중에 안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안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꽤나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지급받은 안전화를 신고 발이 너무 아파 이틀 만에 신지 않았다는 후문.

점심 식사 후 오후에 현장 출입카드를 지급받는다. 그리고 게이트에서 보안 등록을 하고 개인증명사진 촬영을 한다. 이러면 하루 일과는 끝! 당시 조출이라고 해서 새벽 5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근무를 했었는데 신규교육자는 6시 출근해 3시 30분 퇴근했다. 아 그리고 건강검진 결과가 나와야 조기 출근이나 야간근무가 가능해서 신규 교육자는 건강검지 결과가 나올 때까지 6시 출근을 해야 했다. 그런데 나는 9월에 건강검진을 받은 이력이 있어서 출근 다음날부터 조기 출근이 가능했다. 당시 조기 출근을 하면 조기 출근 수당이 지급됐었는데 0.25 공수가 지급됐다. 참고로 화기감시자도 조기 출근 수당이 있었는데 0.125공수였다.

평택 배관 조공 후기 - pyeongtaeg baegwan jogong hugi

평택 배관 조공 후기 - pyeongtaeg baegwan jogong hugi

조공으로 출근을 했다. 화기감시자로 일하던 현장에 며칠 만에 다시 출근한 것이다. 며칠 전까지는 화기감시자의 붉은 안전모였는데 이제는 연보라빛 안전모다. 첫 출근에 인사를 하니 화기감시자로 일할 때 인사를 나눴던 반장님들이 알아봐 주셨다. 놀라시면서 잘했다고 화기감시자 보다는 조공이 낫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신다.

출근하고 당분간은 분위기에 적응하는 단계다. 화기감시자는 여러 사람이 같이 근무하지만 개인플레이의 성향이 강하다. 각자 자기 구역이 있고 그곳에서 자기의 역할을 다 하면 된다. 하지만 조공은 팀플레이다. 한 팀에는 팀장이 있고 기공이 있고 준기공이 있고 조공이 있다.진행하는 업무의 진척도에 따라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사람관계를 좋게 가져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내가 속한 팀은 뭔가 서로 으쌰으쌰 힘을 모아 일하는 분위기였다. 목표가 하나 세워지면 모두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분위기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는 일이 없기 때문에 팀에서 선배를 붙여 주고 함께 일을 한다. 삼성반도체 건설 현장에서는 2인1조작업이 기본이가 때문에 어디서든 혼자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같이 일하게 된 선배가 일을 알려주고 그다음부터는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

기본적은 업무는 반도체 생산 설비에 들어가는 배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내가 일했던 곳이 P2 UT동이라고 했는데 그곳에서 가장 핵심장비는 바로 냉동기였던 것 같다. 굉장히 복잡하게 얽힌 배관들은 냉동기로 연결이 된다. 냉동기로는 흑관과 백관이 연결되는데 그곳에는 냉수와 냉각수가 계속해서 흐른다. 차갑게 된 냉수는 대형관을 통해 물산동 FAB동으로 흘러간다고했다.이렇든공장내에서는 물이 계속 흘러야 하는데 복잡한 도면에 모든 것이 그려져 있다. 처음 접하면 이 도면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하나의 기호 하나의 문자는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복잡한 기호를 파악해 현실화하는 것이 바로 배관사였다. 그런 배관사를 돕는 것이 조공의 임무다.

현장에서 만났던 유능한 배관사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배관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그라인더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베벨링(Bevelling)이라고 하는데 떨어져 있는 두 파이프를 용접으로 연결하기 위해 절단면에 적절한 개선작업을 해 주어야 하는데 일정한 각도로 직각 부위를 깎아 주는 작업이다. 베벨링에 대해 검색해 보면 자세히 나오겠지만 상당히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조공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배관사가 그라인더 작업을 할 때 화기작업을 위한 불티보양작업을 주로 한다. 화기감시자를 할 때 화기작업장 보양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지적하고는 했는데 이제 조공이 되면서 직접 불티보양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라인더, 용접 작업을 하기 전 설치하고자 하는 파이프를 제 위치에 가져다 놓아야 하는데 이를 양중이라고 했다. 양중이라 함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린다는 뜻인데 당시 다루었던 파이프는 기본 지름이 450, 500, 550정도 되었기 때문에 주로 디게차나 대차를 이용해 이동시키고 체인블록에 매달아 자리를 잡았다. 이때 조공이 하는 일양중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챙겨 배관을 설치할 장소에 가져다 두고 배관을 이동할 때 같이 밀어서 이동시키고 체인블록에 매달아 올릴 때 열심히 체인블록의 체인을 당겨야 한다. 무거운 중량물을 다루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체인블록으로 양중을 할 때면 모두가 긴장을 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곤 했다. 실수라도 하면 험한 말이 막 날아 오고는 했다.

그러고는 반복이다. 건설업 노동자가 하는 일이 반복적인 것이 많기 때문에 며칠 간격을 두고 같은 것을 한다. 당시 현장에는 냉동기가 상당히 많았는데 하나의 냉동기에 보통 4개의 어셈블리가 설치되었다. 우리 팀이 달아 오렸던 어셈블리가 너무 많아 기억하기도 어렵다. 그 외에도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배관을 연결하게 되는데 작은 소구경 배관을 연결하기도 했다. 미리 제작되어 온 배관을 연결하는데 미리 측량해서 만들어온 배관이지만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제작된 배관을 자르고 붙이면서 하나하나 연결해 갔다.

그냥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면서 일당만 받아 간다는 마음보다는 일을 하나라도 더 배워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체인을 하나 당길 때도 어떻게 하는 것이 나은지 생각하면서 했고 그라인더를 한 번이라도 만져 보기 위해 반장님에게 이런저런 질문도 많이 했다. 물건을 하나 옮겨야 할 때도 앞에 먼저 나가서 일했고 팀장이 일을 지시하면 잘 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나가다 보면 기술도 익히게 되고 언젠가는 준기공, 기공 즉 배관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기술도 배우고 일도 하고 돈도 더 벌고 좋은 일이 아닌가!

마지막 정리! 내가 화기감시자를 하다 조공을 하게 된 이유

1. 같은 시간 일해도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 조기 출근 수당이 화기감시자는 0.125, 조공은 0,25으로 두 배 차이가 났다.

- 기본 단가 차이가 난다. 단가 1만 원 차이면 월 20~30만 원 차이가 남.

- 숙식제공이 된다. 숙식으로 월 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차이가 남.

2. 발전할 수 있는 미래가 있다.

- 화기감시자는 몇 달을 일하든 몇 년을 일하든 그 자리 그대로이지만 조공을 하면 기술을 배워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음.

지금은 그 현장을 떠났지만 당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좋은 시간이었다.

얼마 전까지 일하던 그곳에서 연락이 왔다. 현재 P3 현장으로 넘어가서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같이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혹시 주변에 일할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한다. 현재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갈 수 없는 상황. 혹시라도 일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비밀글로 문의를 남겨 주시기를.

현재 그곳에서 하는 일은 모듈을 제작하는 일이다. P3현장에 올라갈 모듈을 제작해서 건설현장에 놀려 보낸다. 이 과정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지만 당시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라고 한다. 바쁘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장이라고! 아무튼 현장에 남아 있는 동료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평택 배관 조공 후기 - pyeongtaeg baegwan jogong h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