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학교 현실 - migug godeunghaggyo hyeonsil

미국 고등학교, 너의 실체는?

미국 고등학교 현실 - migug godeunghaggyo hyeonsil

인기인을 꿈꾸는 사춘기 소녀의 학교 생존기를 그린 하이틴 드라마 ‘어쿼드’. [사진=MTV]

자유로운 분위기, 여유로운 공부, 알찬 여가 생활. 한국에서 생각하는 미국 청소년들의 모습은 대게 이런 것이겠죠? ‘하이틴 영화’ 혹은 ‘미드(미국드라마’를 보면 그렇게 보이니깐요.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미국에 직접 발을 딛고 학교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저는 미국 유학 4개월차입니다. 유학 전, 자료를 보며 성적을 세우지 않는 모습을 떠올리며 설레였죠. 하지만 한국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어떻게 다르냐고요? 지금부터 미국 유학, 그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소개합니다.

미국 고등학교 현실 - migug godeunghaggyo hyeonsil

재학 중인 McLean High School의 모습.

1교시 시작은 한국과 같습니다. 아침 8시 10분까지 등교해 자신이 선택한 수업의 교실을 찾아 들어가죠.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은 7시 40분쯤 학교에 도착합니다. 그래서 수업 시작 전까지 할 일을 찾아야 하죠. 도대체 30분 동안 무얼 하며 보내느냐고요? 할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자율적인 문화의 나라인 만큼, 아침 시간에 무엇을 할지는 본인의 의견에 달렸죠. 카페테리아에서 주섬주섬 간식을 사먹기도 하고, 복도의 벤치에 앉아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떠들기도 합니다. 저는 스쿨버스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에 마련된 라운드 테이블에서 서로 그날 시험보는 퀴즈에 대해 질문하거나, 컴퓨터로 에세이 숙제를 부랴부랴 마무리 짓고 출력하죠. 미국 학교의 도서관은 ‘정숙’을 기본으로 하는 딱딱하고 엄격한 분위기의 공간이 아닙니다.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대화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죠.

미국 고등학교 현실 - migug godeunghaggyo hyeonsil

수업 시간과 점심 시간을 표시해 둔 학교 시간표 .

1교시 종이 치면 학생들은 교실을 찾아 이동합니다. 각 수업은 새 학기 시작 전 수강하고 싶은 과목 7개를 선택해 꾸립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교실 찾기’입니다. 유학생들이 가장 헷갈리는 건 바로 ‘교실 찾기’거든요. 한국처럼 매일 시간표가 동일한 것이 아니라, 월수금·화목으로 나뉘어 다른 과목을 수강하죠. 제가 다니는 학교는 학교의 상징인 빨강과 은색을 이용해 만든 Red Day와 Silver Day가 있는데, 총 7과목 중 3과목(1st period, 5th period, 7th period)은 Red Day에 수강하고 다른 세 과목(2nd period, 4th period, 6th period) 은 Silver Day에 수강하게 되어 있죠. 수업시간도 과목별로 조금 다릅니다. 3rd period의 경우에는 매일 듣는 과목으로, 다른 과목보다 짧은 총 50분의 수업이 진행되죠.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Lunch Time, 점심시간이죠. Lunch는 A·B·C·D로 나뉘는데, 선생님별로 자신이 먹는 시간대가 결정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Red Day와 Silver Day의 식사 시간이 각각 다르고, 30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이 주어지죠.

미드처럼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여담을 즐기고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30분밖에 주어지지 않는 점심시간과 5분 안에 다음 수업으로 재빨리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죠. 조금이라도 수업에 늦으면 Pass(지각에 대해 벌을 면제할 수 있는 선생님의 서명이 적힌 노트)가 없을 때 Tardy(지각)으로 표시되므로 모든 학생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풍경을 매일 보게 됩니다.

미국 고등학교 현실 - migug godeunghaggyo hyeonsil

과학 수업에서 개구리 해부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렇게 허겁지겁 교실에 들어오면, 한국 교실의 모습과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핸드폰 제출? 그런 것은 없습니다. 수업이 이루어질 때를 제외하고 자유 시간 등에는 마음껏 핸드폰을 이용해도 되죠.  그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수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허락만 받는다면 자료 검색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선생님의 수업’이라는 것도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딱딱하고 획일적인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토론, 작품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죠. 그렇다고 해서 강압적으로 활동을 시키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이뤄집니다. 숙제를 하고 안 하고, 시험의 유무, 누가 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경쟁하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죠. 아프거나 일이 생겨 학교에 못 간다면, 전화만 하면 됩니다. 집에서 푹 쉬고 숙제나 시험은 다음 수업 시간까지 제출하면 되죠. 그뿐 아니라 Make-up test(재시험)이 있에 다시 시험을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 고등학교 현실 - migug godeunghaggyo hyeonsil

30가지가 넘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제공하며 어느 클럽이든 가입할 수 있다.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 방식의 핵심은 바로 방과 후 활동입니다. 워낙에 땅이 넓기 때문인지, 널찍한 공간에서 하고 싶은 스포츠를 9학년 때 골라 졸업까지 몰두합니다. JV라는 기본반에서 진급해 학교 대표팀의 주장이 되거나, 우수한 실적을 거둔 학생은 스포츠로 대학교까지 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동아리(Club) 또한 자신이 관심 있고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숫자에 관계 없이 마음껏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과학부터 토론과 정치, 미술 등 담당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내 참여 의사를 밝히면 끝입니다. 그 후부턴 각 동아리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일만 남았죠.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 교육은 ‘출결과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 사회성과 스포츠맨십을 얼마나 지녔는가를 더욱 중요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각종 시험의 평가도 상대평가가 아니어서 남이 몇 점을 받았는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내가 성실하게 숙제를 해 온다면 선생님들은 학생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죠. 한국처럼 꼬박꼬박 출석하는 게 성실함의 척도가 아니라, 비록 결석을 하더라도 주어진 과제를 끝내고 좋은 결과물을 낸다면 성실한 것으로 판단해 노력의 대가를 받는 것이입니다. 좋은 성적을 위해 친구가 적이 되는 잔인함을 어린 나이에 마주하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남보다 점수가 낮으면 인정받을 수 없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 이에 빗대어 보면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성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미국 교육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성적 산출 방식을 파헤쳐 보죠. 총 7과목의 분기별(1·2·3·4 쿼터) 성적을 합산해 최종 GPA(학점)를 학년말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년간 노력을 기울인 발표와 리포트, 에세이, 토론 등을 포함한 과제와, 매주 본 퀴즈, 기말고사 등에서 받은 점수를 합산합니다. 모든 수업을 Regular(기본) Course로 수강했을 때의 최고 점수는 4.0이고, Honors(기본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수업) Course를 한 과목 들을 때마다 0.5점이 추가됩니다.

더 높은 성적을 목표로 한다면 주목해야할 조금 특별한 수업이 있죠. 1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AP Course는 대학 수준의 수학 능력을 요구하는 수업입니다.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포함한 World Language Course 8과목, 미적분 등의 수학이 5과목, 화학 등의 과학 7과목, 심리학과 미시경제 등의 사회 9과목, English, Art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의 수업이 있습니다.

이 수업에서 A를 받으면 기본 수업을 들었을 때 받는 4점에 1점을 더 받아 GPA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대학 수준의 내용을 배우고, 5월에 AP 시험을 따로 쳐야 하기 때문에 다른 수업보다 진도가 훨씬 빠릅니다. “그래도 뭐 별거 있겠어?” 할 수 있지만 이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고가의 개인 과외까지 받는 학생이 많습니다. 미국 대학에서는 얼마나 많은 AP 과목을 이수했고, 얼마나 높은 성적을 얻었는지를 먼저 살피기 때문에 학생들이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입니다.

AP와 더불어 미국 수능인 SAT 또한 대학 합격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죠. 아이비리그 같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1600점 만점 중 150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합니다. 한국은 수학에 강하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지만 Reading과 Writing 파트에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죠. 여기서 한 가지 새로운 사실. 미국에도 SAT와 AP,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위한 학원이 있습니다. 마냥 자유롭고 뛰어 놀기만 할 것 같은 미국에서 학기 중, 방학까지 열심히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곳 북버지니아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학구열이 높은 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학원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랄 만한 일이죠.

미국 고등학교 현실 - migug godeunghaggyo hyeonsil

미국 알래스카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그룹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고등학교의 자유롭고 자율적인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마냥 편하기만 한 삶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Ashley Park(McLean High School 예비 11) 학생에게 미국 교육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My perspective of American education as a Korean student is that since you get to choose the subjects you want to take and have a lot of free time, it seems fairly liberal to study here. What is your opinion on how you’re being taught in terms of the educational system?

-한국에서 온 유학생으로서 미국 교육에 대한 저의 관점은, 과목 선택의 폭이 넓고 각자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이 많아 공부하기 자유로울 것 같아요. 이 교육 시스템에서 오래 공부한 사람으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 think everything is too general. Each person has their own quality right? There are people who are good at everything but just aren’t good at taking tests, which is what affects the actual grade. On the other hand, there are people who aren’t good at getting good scores on other things but tests. Everyone is oriented differently aren’t they. Like science, math, history, and whatsoever. I personally don’t think there’s enough of a choice between what to take and what not to.”

“제가 보기엔 모든 게 일반화된 것 같아요. 사람은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은 모든 과목을 잘 소화하지만 시험을 못 보는 경우가 있어요. 이게 실제 성적에 반영되는 항목인데 말이죠. 그런 반면, 어떤 사람들은 딱 시험만 잘 보기도 하죠. 각자의 특화된 분야가 있는데, 이로 미루어 봤을 때 그걸 충족시킬 충분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You don’t think there are a lot of options to choose from? I’m asking because a lot of Korean kids think students who study in America have a whole lot of options to choose from compared to what we can in Korea.

-선택권이 넓지 않다는 얘기인가요? 한국 학생들이 보았을 때는 너무 다양한 선택이 주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묻고 싶었어요.

“I mean, yeah. Of course compared to Korea there are. But still there is a limited amount of choice you know. Plus, mentioning standardized tests and SOLS- these just force us to do the one thing someone might not be good at. I feel like if we compare ourselves to shapes, these stuff want everyone to be a square. This means less creativity that we can build up, I guess.”

“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많다고 볼 수 있죠. 그래도 결정범위는 제한적이예요. 게다가, 미국 수능 등의 획일화된 시험은 본인이 못하는 부분을 잘 해내라고 강요하기 일쑤이죠. 우리들을 형태에 빗댄다면, 이런 시험이 우리 모두에게 사각형이 되라고 억압하는 것 같아요. 창의력 향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겠죠.”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보는 미국 교육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따라하고 싶은 모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 아래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이 느끼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의 갑갑함과 창의성을 발휘힘든 환경이란 점입니다. 세상에 100% 완벽한 교육 제도를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교육 제도가 어떻든 결과는 내 손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글·사진=홍채록(미국 McLean High School 11) TONG청소년기자

[추천기사]
한국 vs 뉴질랜드 고교 교육 어떻게 다를까
(http://tong.joins.com/archives/21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