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퀸덤 논란 - leobeullijeu kwindeom nonlan

러블리즈 퀸덤 논란 - leobeullijeu kwindeom nonlan
퀸덤에서 러블리즈가 혹평 받는 이유

ㅇㅇ 2019.09.20 17:05 조회16,118

일단 나는 퀸덤 출연자인 러블리즈, 마마무, 박봄, 아이들, 에이오에이, 오마이걸(가나다순) 누구의 팬도 아님을 밝히고 시작함. 그 때문에 이들의 히트곡도 잘 모르는 편이고 기껏해야 출연자 당 한두 곡 정도만 아는 정도임.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룹의 경우에는 멤버가 몇 명 있는지도 잘 몰랐음.

각각의 그룹이 이때까지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모르니까 그냥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이들이 퀸덤에서 어떤 전략을 짜야 하는지만 말하겠음.

아마 퀸덤 시청자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봄. 일단 출연자들의 팬들 / 각 출연자들의 팬은 아니지만 가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 가요에 관심 없었는데 우연히 이 프로그램을 접하고 시청자가 된 사람들

일단 첫번째 부류는 논외로 하고, 출연자들은 나머지 두 부류를 팬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할 것임. 그런데 이 두 부류는 다시 합쳐서 쪼개보면 남자 / 여자로 성별을 나눌 수가 있음. 문제는 여자가수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자를 팬으로 끌어들이는 게 어려움.

남자를 팬으로 끌어들이는 건 그냥 원초적인 차원이라고 할 수 있음. 예뻐? 마음에 들어? 이런 차원의 얘기. 이에 대한 전략은 간단함.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성적암시 안무를 통해 섹시 이미지를 추구하거나, 청순하고 친근한 여자사람친구 이미지를 추구하거나. 시각적인 걸 중점적으로 전략을 짜면 됨.

그런데 여자를 팬으로 끌어들이려면 이야기가 굉장히 복잡해짐. 여자들이 원하는 건 상당히 다양함. 가창력과 고난도 안무 등의 실력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든지, 콘셉트가 독창적이고 남들과 차별화되거나 철학이 담겨 있든지 해야 함. 이건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고, 따라서 뭘 취할 것인지, 그것이 가수가 원래 지니고 있던 것(외모든 실력이든)과 부합하는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함.

현재 출연자들 중에 절박한 사람들은 아마도 러블리즈, 박봄, 오마이걸, 에이오에이 이 넷일 거라고 봄. 마마무는 잘 모르는 대중들한테도 이미 실력파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아이들은 신인이기 때문에 여기 나와서 인지도 쌓으면 좋고, 밑져야 본전임. 그런데 러블리즈는 팬덤 충성심은 강한 거로 알고 있긴 하지만 대중들한테 전반적으로 인기 있는 그룹은 아니고, 박봄은 개인적인 사건으로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할 필요가 있고, 오마이걸은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고 성적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확실한 인기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하고, 에이오에이는 연차가 쌓인 데서 오는 하락세와 멤버가 셋이나 나간 위기를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음.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타깃으로 삼아야 할 대상과 이들이 추구해야 할 전략은 각 출연자의 상황에 따라 다름. 러블리즈는 남녀를 아우른 대중을 타깃으로 해야 하고, 박봄은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고, 오마이걸은 자기들이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를 대중들한테 어필해야 하고, 에이오에이는 기존의 이미지와 확 다르게 신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함.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박봄, 에이오에이, 오마이걸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고 그에 걸맞은 전략을 보여줬음. 1차 경연에서 에이오에이는 짧은치마를 통해 기존의 자신들이 잘했던 게 무엇인지를 보여줬고 2차 경연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이 담긴 무대를 보여줌으로써 대중들한테 충격을 줬음.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페미니즘이 논란이 많기 때문에 이 무대에 대해 호불호도 굉장히 심하게 갈리겠지만 어쨌거나 기존의 에이오에이와는 전혀 다른 무대여서 신선했고, 적어도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젊은 여성층에게 호감을 줬음. 이것만으로도 에이오에이는 모든 대중들을 아우르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원하던 것을 갖게 됨.

오마이걸은 외모, 실력, 노래 등에서 딱히 모자란 부분이 없었는데 이때까지 대중들한테 그렇게 인지도 있는 그룹은 아니었음. 그 때문에 1차 경연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하위권이었음. 대중들한테 인지도 자체가 낮기 때문에 그냥 러블리즈랑 묶여서 청순하고 예쁜 그룹 정도의 이미지였고, 이런 상황에 러블리즈의 곡을 커버하게 되니 사실 불리한 상황이었음. 그런데 오마이걸은 러블리즈의 곡을 커버하게 된 데에 대해 그렇게까지 불만을 내비치지는 않았음. 분명히 부담스러운 상황이긴 한데 자기들이 잘하는 것을 함으로써 정면돌파하기로 함. 오마이걸이 잘하는 것? 보컬과 춤이 꽤 안정적인 바탕에서, 가사의 서사를 잘 살리는 것임. 러블리즈가 Destiny를 그저 예쁘게 불렀었다면 오마이걸은 이 노래의 가사를 강조했음. 솔직히 이번 오마이걸의 무대가 2017년 12월 31일 가요대제전 때 빅스가 도원경 했던 것과 많이 겹치긴 해도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간에 전략은 성공함.

반면에 1차, 2차 경연에서 러블리즈는 왜 실패했는가..

일단 러블리즈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이미지는, 청순하고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걸그룹 대충 이런 것임. 러블리즈가 외모, 실력, 콘셉트 복합적인 걸 다 따져봤을 때 다른 걸그룹들과 독보적으로 차별화된 부분은 없는 것 같음. 솔직히 말해서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청순하고 이런 건 어지간한 걸그룹이라면 다 갖고 있는 요소임. 그 안에서 러블리즈만의 차별화된 요소를 떠올리기가 사실 쉽지는 않음. 그런 점에서는 오마이걸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음.

그렇기 때문에 일단 1차 경연에서는 러블리즈가 어떤 그룹인지 소개하는 의미의 무대를 했어야 한다고 봄. 아츄를 선곡한 것은 잘한 게 맞음. 대중들한테 러블리즈 하면 가장 생각나는 곡이 아츄니까. 그런데 이 곡의 가사를 생각했다면 일단 걸크러시라든지 섹시 콘셉트로 부르는 건 지양했어야 함. 그건 솔직히 말하자면 유희열의스케치북 크리스마스 특집 때 가수들이 웃기게 분장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상황인 것임. 그런데 러블리즈는 대중들이 기존에 러블리즈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선택을 함. 그래서 퀸덤을 통해 러블리즈를 처음 본 사람들은 당황스럽고 이 그룹은 도대체 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됨.

물론 처음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실수를 할 수도 있음. 그런데 1차 경연에서 그런 쓰린 결과를 봤다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것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하는데 러블리즈는 2차 경연 때 같은 실수를 함.

오마이걸 노래를 하기 싫을 수는 있음. 해봤자 그냥 러블리즈네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음. 다행히 러블리즈는 베네핏을 획득함. 그런데 단순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식스센스를 선택함.

이건 굉장히 실수를 한 것임. 러블리즈는 일단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왜 성공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처음에 빅마마와 비슷한 느낌의 실력파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실패했고, 그러다가 노선을 갈아타서 성공했음. 그렇지만 그게 마냥 남들이 하는 걸 따라해서 성공한 것이 아님. 그 당시 아브라카다브라나 식스센스는 굉장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곡이었음. 가수가 가진 역량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던 곡들임. 그냥 노출하고 섹시한 춤을 춰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하기에 성공했던 것임. 그런 전제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멋지고 섹시하다는 이유로 이 곡을 선택한 것부터가 러블리즈의 판단착오였음.

둘째, 러블리즈는 자신들이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하지 않았음. 연기를 매우 잘할지라도 전방위로 어느 역할이나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특정 부분에 특화된 배우가 있음. 예를 들어 이유리나 장서희가 연기력이 좋은 배우이긴 하지만 나약하고 비련의 여주인공을 맡는다면 그런 드라마는 십중팔구 망할 게 분명함. 전인화가 연기를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밑빠지게 가난한 집 애 여섯 딸린 홀어머니 배역을 맡을 일은 없음.

러블리즈가 맨날 청순하고 예쁜 콘셉트로 노래를 불러야 할 필요는 없음. 그렇지만 본인들의 음색을 고려하면 일단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신중히 탐구하고 선택했어야 함. 꼭 청순하고 예쁜 걸 하지 않아도 찾아보면 할 수 있었을 것들은 많음. 꼭 2010년대 노래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90년대 노래부터 샅샅이 뒤져서 찾아봤다면 소재로 삼을 만한 좋은 곡들이 많음. 팬들이 조언한대로 아카펠라로 편곡을 했다든지 중성적이고 무미건조한 분위기로 변신한다든지 하는 선택지도 충분히 있었음. 그런데 러블리즈는 이미지 변신을 섹시에만 집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음.

마지막으로 곡 해석이나 연출이 너무 아쉬웠음. 에이오에이와 오마이걸은 원곡을 새롭게 편곡하고 콘셉트와 안무도 원곡과 전혀 다르게 짜왔음. 그런데 2차경연에서 러블리즈와 아이들은 기존 곡과 크게 차이나지 않게 가져왔고 이것은 결국 원곡만을 떠올리게 만들었음. 중간중간 표정과 손짓도 문제였음. 그것은 이 곡을 왜 가져왔는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 개인적으론 예전에 아사다마오가 '가면무도회'를 쇼트프로그램으로 다시 가져왔을 때 '무도회에 갓 데뷔한 소녀의 설렘'을 표현했다고 한 말이 생각났음. 참고로 말하자면 '가면무도회'라는 곡의 스토리는 치정극임. 러블리즈의 식스센스는 거의 그만큼이나 곡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임.

나는 퀸덤을 통해 출연자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성취도 이루었으면 함. 그런 점에서 러블리즈도 수확을 얻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헛다리를 짚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