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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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는 움직이는 미술관이나 다름없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미술관, 갤러리, 소장가에게 소개할 때는 포트폴리오로 하게 된다. 작품을 들고 다닐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일일이 말로 설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잘 정리된 포트폴리오는 작품을 실제로 감상한 것과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다. 작가의 프로필에서부터 광고자료에 이르기까지 포트폴리오의 기본 구성이 존재한다. 포트폴리오는 논리적으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 ‘논리’는 상상력의 발현과 전시 및 창작활동의 전반적인 활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언어가 된다. 포트폴리오 정리작업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과정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계의 시선을 사로잡는 포트폴리오 제작 노하우를 살펴본다.
글 박옥생 (미술평론가)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왼쪽) 도1 고은주, < Pray for a child_잉태Ⅲ >, 2016, 비단 위 채색, 45×38㎝
(오른쪽) 도2 고은주, <도적불입부>, 2020, 비단 위 채색, 컷팅, 80×60㎝


1 프로필의 순서
작가명, 주소, 직위, 개인전, 그룹전, 상훈, 기업협업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때는 일반적으로 파워포인트를 사용한다. 다량의 작품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 캡션과 같은 문자와 이미지의 편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파일은 모든 전시공모와 자료제출에서 이용하고, 정리된 포트폴리오는 인쇄하여 ‘검정색’ 하드커버가 있는 파일로 정리하자. 인쇄된 포트폴리오는 아트페어나 전시장, 소장가에게 직접 소개하는 용도로 활용하도록 한다.
포트폴리오에는 들어가야 할 구성이 존재한다. 작가는 누구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비평가는 어떤 언어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가, 언제 어떤 작품을 제작하였는가, 전시장의 모습은 어떠하였는가, 어떤 마케팅 채널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가 등과 같은 내용이 담겨야 한다.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도3 고은주 프로필

그 구성이 빠지게 된다면 작가의 이력과 작품의 감동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포트폴리오의 제목, 프로필, 작가노트, 평문, 시리즈별 작품 이미지, 전시장의 풍경, 신문이나 다양한 미디어에서의 소개된 광고자료를 순서대로 정리해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있어 중요한 재료는 잘 촬영된 작품 이미지이다. 어떤 포트폴리오에는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 빛이 반사된 이미지들이나 테두리 정리가 안 된 이미지, 캡션이 달리지 않은 사진들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진을 접했을 때 우리는 그 작가의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작품사진 전문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어두는 것은 작품제작 만큼이나 중요하다. 또 하나 챙겨야할 부분은 촬영된 작품 이미지에 반드시 캡션을 달아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캡션에는 작가명, 작품제목, 재료, 사이즈, 연도까지 명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캡션이 없는 작품 이미지는 작품이라 말할 수 없다. 캡션이 명료하게 달린 전문가가 찍은 사진은 포트폴리오 작성하기의 기초이다.
프로필은 한 페이지에 모두 정리한다. 작가 이름은 한글명과 영문명으로 표기한다. 작가의 주소는 작업실이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장소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그리고 작가의 핸드폰이나 작업실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넣는다. 그 다음으로 작가의 학력이나 작가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의 직위를 기재하도록 하자. 전시기록은 최근 전시부터 기재하는 것으로 한다. 연도, 전시명, 전시장 이름, 위치순으로 정리하도록 하자. 이때에 개인전, 그룹전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맨 아래에는 상훈 이력을 정리하도록 한다. 만일 근래에 늘어난 기업과의 아티스트 콜라보 이력이 있다면 기재하도록 한다. 작가명, 주소, 학력이나 직위, 개인전(초대전 포함), 상훈 이력, 기업협업 순으로 정리된 아티스트 프로필은 작가의 작품 활동을 짧은 시간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기획자나 전시에서의 작가의 다양한 광고 자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작가는 프로필에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넣되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꽃을 기초로 한 어머니의 모성에 관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고은주 작가는 작품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만들기에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도1~도3) 고은주 작가의 포트폴리오는 하나의 작품으로 회자될 만큼 목차, 작품내용의 정리, 광범위한 전시이력에 관한 꼼꼼한 사진자료 등이 논리적이고 명료하다. 정리가 잘된 포트폴리오는 작품 활동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공모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논리적인 포트폴리오는 작가의 성실함, 탄탄한 커리어를 반증하기 때문이다.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왼쪽) 도4 임남진, <연가>, 2010, 한지에 채색, 160×115㎝
(오른쪽) 도5 임남진, <나한>, 2014, 한지에 채색, 100×100㎝


2 작가노트 쓰기
구체적이고 ‘쉬운’ 단어로 쓰세요

작가노트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기초자료가 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작품 탄생과 관련된 사적인 생각들을 기술한다. 이때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작성해야 한다. 어려운 미술 용어나 철학적인 개념, 모호한 단어, 긴 문장은 작품을 이해할 때 방해가 되곤 한다. 우리는 작가의 작품제작 의도를 짧고 명료하게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작가노트 기술에서 “나는 무엇을 그린다”라고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좋다. 문장은 간략한 문장으로 써내려가는 것이 좋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동사의 연결이 모호하게 됨으로써 논리가 맞지 않는 문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나’와 같은 접속사를 적절하게 구사하여 왜 그것을 조형화하는지에 관한 이유를 기술한다면 문장의 논리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작가의 생각과 경험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작가노트가 어떻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는 작가 임남진의 <연가 2010년>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도4~도7)

“감로(甘露)탱화에 나타난 ‘아귀(餓鬼)’는 윤회의 세계인 6도 가운데 만나는 지옥의 하나이다. 아귀도는 남에게 인색한 이들이 만나게 되는 지옥으로, 이곳에서는 과업으로 인해 목구멍이 바늘귀만 한데 배는 북통만하여 음식을 먹고자 하여도 삼킬 수가 없어 속이 타버린다고 한다. 이러한 아귀들은 입에서 불길이 일어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감로탱화에 나타난 ‘아귀’가 과보의 업으로 인해 ‘지옥’ 속에서 고통 받는 존재라면, ‘현실’의 삶 속에서 욕망으로 인해 고통 받는 고독하고 우울한 인간의 갈등과 고뇌를 아귀도를 빗대어 화폭에 담고 싶었다.”
– 임남진 작가노트 (2010년)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왼쪽) 도6 임남진, <낮술>, 2009, 쪽물염색, 비단에 채색, 35×44㎝
(오른쪽) 도7 임남진, <풍속도>, 2006, 한지에 채색, 220×240㎝신

임남진 작가는 민화, 불화와 같은 전통회화를 공부해 나감으로써 그 조형과 정신에 기초를 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통적이면서 풍자적인 작품들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같은 물질사회에 관한 다양한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다. 사실 작가가 2010년대에 보여주었던 일련의 전통회화를 기초로 한 풍자화들은 정신적인 사유와 관조로 나아가는 하나의 시도들이었다. 임남진의 작가노트는 고전회화가 내포한 도상적 의미들에 관한 이해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작품내용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관객과 호흡하는 작가노트의 다른 예로 성남 아트센타의 명랑미술관에서 <분홍인생 粉紅人生, Life was Pink> (2020)을 개최한 홍지윤 작가의 글을 들 수 있다.

1975년, 엄마는 하얗고 큰 2층집을 사서 1층에 ‘스왕크’라는 이름의 새 의상실을 차렸다. 여섯 살의 나는 화려한 자궁 속과 같았던 그곳에서 자라났다. ‘스왕크’…Swank, S-wingk, Supungk of Pippi Longstocking?… or … Swany, Swan?!… 아침 화장을 하는 우아한 엄마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중얼거리며 엄마를 올려다본다. 그녀는 마스카라로 곤충의 다리 또는 식물의 촉수를 닮은 긴 속눈썹을 기술적으로 말아 올린다. 바로 그때 나는 수많은 나비들의 춤과 백조의 고요한 날갯짓과 쉼 없는 물속의 자맥질을 보았고 도도하고 고요한 물길을 가르며 가볍고 가볍게 튀어 오르는 물방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아침 공기에 섞인 하얗고 낯설고 햇빛처럼 눈부신 화려함을 마셨다. 패턴과 천, 가위, 초크가 놓인 하얗고 넓은 작업대. 고전주의 서양미술 화집과 장대천의 산수화 화집. 이오니아식의 석고장식과 흰 페인트를 칠한 기둥. 보그와 논노와 마분지로 만든 두꺼운 원단 샘플 책. 영국제 체크무늬 모직, 일본제 린넨, 물결모양의 실크. 마호가니 색 코린트식 부조로 장식한 목재 장식장. 쇼윈도우의 유화그림과 이젤과 희고 긴 마네킹들. 유리창에 번지는 한낮의 풍경과 엄마의 목소리.
– 홍지윤 작가노트 (2019년)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왼쪽) 도8 홍지윤, < Swank- My Endless Love >, 2019, acrylic on canvas, 162×130㎝
(오른쪽) 도9 홍지윤, < crimson secret >, 2010, acrylic on canvas, 160×132㎝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왼쪽) 도10 홍지윤, < Swank-Swan >, 2019, acrylic on canvas, 162×130㎝
(오른쪽) 도11 홍지윤, <분홍인생粉紅人生 Life was Pink what I knew>, 2020, Installation view

성남아트센터에서의 전시는 멕시코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한 구절인 “분홍 장미꽃이 붉은 꽃이 되었다”로부터 착안한 핑크와 붉은 꽃의 향연에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스왕크 의상실을 결합한 전시이다. 사실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내용을 작가의 조형으로 변환시키며 시적, 문학적 서사성을 내포한 작품들은 색동 꽃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작가는 실크에 색동 꽃을 입히고 색동 드레스를 입은 신부, 브라더 미싱이 올려진 어머니의 <스왕크 의상실>의 풍경을 구현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뒤엉키고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기념비적인 공간으로의 여행을 보여주었다. 작가가 써내려 간 1975년 어느 햇빛 따스한 날의 스왕크 의상실의 작업대, 오래 전 패션잡지와 미술도록, 우아한 원단들에 관한 기록은 작품 하나하나 색감 한 조각까지 세포에 흡수되는 듯 특별한 경험을 준다. 마치 작가의 작품세계와 내가 일체가 되어 작가의 기억 속에 내가 공존하는 듯하다. 작가노트를 읽는 것 자체로 장편 소설이나 고전을 읽은 듯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제 경험을 담고 있는 작가노트는 성글게 떠다니는 작품의 내용들을 구체적이고 빠르게 관객의 마음속으로 투과시키는 역할을 한다.(도8~도11)
한국의 전통 색채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는 이영희 작가 역시 작가노트로 명료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영희는 음양오행론에 입각한 적, 청, 흑, 백, 황의 색을 구현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콩즙이나 삼합지, 오배자와 같은 전통재료를 이용한 오정색과 오간색의 변주는 하늘, 땅, 산과 물 등의 자연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구의 가치관을 갖고 서구의 시각으로 우리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읽을 수는 없다. 이에 서구의 세련된 색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의 오색을 과거의 유물창고에서 꺼내어 보여주고 알아야 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작업했다. 오색은 정색인 적, 황, 청, 백, 흑색의 다섯 가지 색과 간색인 홍, 유황, 록, 벽, 자색의 다섯 가지 색으로 되어 있다. 오색은 동양사상인 음양오행론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색이므로 정색에서 청색은 목(나무, 동쪽), 적색은 화(불, 남쪽), 황색은 토(흙, 중앙), 백색은 금(쇠, 서쪽), 흑색은 수(물, 북쪽)을 상징한다.
– 이영희 작가노트 (2009년)

이영희 작품은 콜라주와 색이 겹치는 과정에서 무한의 시간성을 경험하게 한다.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의 재료가 깊고 고요한 사유의 세계와 부드럽고 온화한 한국인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노트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색을 통해 구체적으로 연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도12~도14)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도12 이영희, <오색 무지개>, 2009, 장지, 자연염료, 분채, 금분, 35×100㎝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왼쪽) 도13 이영희, <오간색무지개>, 2009, 장지, 자연염료, 분채, 먹, 콩즙, 103×103㎝
(오른쪽) 도14 이영희, <오색 무지개>, 2009, 장지, 자연염료, 분채, 먹, 콩즙, 48×48㎝


3 시리즈별 작품 구성하기
논리성과 일관성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때는 하나의 기본 틀만 완성되면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보완해가면 된다. 파워포인트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약간의 여분을 두고 작품크기를 키우는 것이 보기 좋다. 그 하단에는 그 파일이 가지고 있는 캡션을 그대로 복사해 달아두어야 한다. ‘이미지 넣고 캡션 넣기’는 기본 작업이다. 작가명, 작품명, 재료, 크기, 연도, 혹 촬영 작가명을 넣는 것까지 꼼꼼히 확인해 기술해야 한다. 전시장의 전경의 캡션일 경우 전시명, 전시장 명칭, 위치, 연도까지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각 시리즈의 중요 작품들을 보여주되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을 선별하여 구성한다. 시리즈의 제목을 도입부에 별도로 달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전시의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창작 과정에서의 논리적인 생각의 흔적일 수도 있다. 일관된 하나의 주제로 수렴해 가는 상상력의 전개 과정은 차별화된 작가 브랜드로 이어진다.
상상력을 전개해가는 논리적인 창작 과정에 대한 예로는 작가 안성민의 작품을 들 수 있다.(도15~도17) 안성민의 작품 시리즈는 몇 개로 나눌 수 있다. 창작활동 초기의 2000년대 < Meditation-Blue, 2000 >와 같은 단색조 화면들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2013년경까지 이루어지는 모란꽃에 관한 실험적 해석인 < Peony bouquet >(2012), < Portrait of Peony > 시리즈(2013) 이후 전개되는 < Its Inside Is Bigger Than Its Outside 그 안이 밖보다 넓다> 시리즈(2016-2018)와 < Aphrodisiac 국수산수 > 시리즈(2017-2019), 근자의 <心景(심경) Mindscape> 시리즈(2020)로 나눌 수 있다. 안성민의 작품세계는 전통의 한지와 색채를 도구로 이루어지는 동양정신에 관한 연구의 결과이다.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왼쪽) 도15 안성민, < Portrait of Peony >, 2013, 장지에 채색, 106×66㎝
(오른쪽) 도16 안성민, < Evolutionary Impulse >, 2019, 장지에 채색, 182×121㎝

불교의 화엄학이나 노자와 장자의 철학, 주역에서 말하는 우주는 그 본성이 언제나 계속하여 움직이는 것이라고 본다. 그 우주는 영원히 운동하고 있는 상태, 즉 살아있는 것,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쉬지 않고 만물을 낳고 낳는다는 생명탄생의 우주론적 시각이 동양철학의 중심 사상이다. 이러한 정신적 세계의 구현이 안성민 작가의 전시기에 걸쳐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 안성민의 작품은 그림으로 읽는 동양철학이다. 그의 철학적 해석이 물리학과 동양철학을 심도 깊게 해석한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과 닮아 있음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전통사상에 관한 사유는 작가가 구현한 시리즈에서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 시작을 알리는 푸른색 화면을 구현한 < Meditation-Blue > 시리즈는 동양의 물성이 정신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경험케 한다. 단색조의 화면은 창작활동 과정에서 몰입을 경험하게 하며, 그 몰입은 자연의 본성에 관한 이해나 절대적 존재에게로 나아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다음 시리즈인 모란꽃의 초상이나 부케 작품들은 모란꽃의 형상을 드러내거나 가리는 작품들과 롤리팝과 같은 사탕, 다양한 팝 아트의 도상들을 섞어내면서 현대성을 확보하는 시도였다. 모란, 둥근 사탕, 총에서 방사된 모란꽃과 같은 내용들은 우주는 둥글다, 세계는 둥글다, 모든 존재는 그 자체에서 둥근 듯이 보인다와 같은 철학적, 기원적 사유의 결과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철학자 데리다가 주창한 ‘차이와 반복’에 대한 내용은 안성민의 반복적인 모란도 시리즈나 부케, 디저트에서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작품이 고전에서 출발하지만 현대성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작가가 고민하고 있는 세계의 본질, 동양적 사유로 인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란을 드러내고 가린 안과 밖의 표정은 < Its Inside Is Bigger Than Its Outside 그 안이 밖보다 넓다 > 시리즈에서 확장된 시각을 표현하고 있다. ‘그 안이 밖보다 넓다’는 루이스 케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표현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거론할 때 줄곧 언급되는 언어이다. 책가도의 역원근법을 활용하여 안이 더 넓은 서가에서 물이 흘러 바다를 이룬다거나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조형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최적화된 구도법인 민화의 역원근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의 본질적 내용을 좀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표현한 것이다. 루이스 케럴의 ‘안이 밖보다 넓다’라는 역설적인 표현은 항하사 모래알은 작지만 그 속에 무한의 우주가 있다는 불교사상의 다른 언어이다. 이는 “현재는 순간이지만 그것은 무한히 열려 있고 이 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간 속에 영원을 담아내는 <안이 밖보다 넓다> 시리즈는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핵이 되는 작품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도17 안성민, < Its Inside Is Bigger Than Its Outside >, 2018, 장지에 채색, 175×129㎝

다음으로 보여주는 < Aphrodisiac 국수산수 > 시리즈는 끊임없이 생성되는 우주의 모습을 《장자》의 대붕이 하늘을 날며 무한 경계에서 노니는 듯한 무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이 작은 그릇 속에 담기거나 일상의 기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내가 우주만큼 커지거나 대상이 개미만큼 작아지는, 앨리스의 약병을 마시면 점점 커지고 작아지는 것과 같은 역설의 세계와 같은 것이다. 사실 이러한 거시적인 시각의 표현은 사물을 관찰하기를 넘어서는 철학적인 사유의 결과에서 완성될 수 있다. 작가가 근자에 보여주는 <心景(심경) Mindscape>은 이 모든 풍경들이 동양미학에서 말하고 있는 마음속에서 자연을 감상하고 음미한 의경, 심경임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풍경에는 높은 산과 쏟아지는 폭포수들이 책가의 어느 한 장면 속에 들어가거나 겹쳐짐으로써 형태가 흔적이나 기억으로 남고 있다. 고전이 미끄러지듯 그 의미들의 주위를 배회하는 것은 데리다의 철학적 내용과도 상통한다. 안성민 작가의 작품에는 엄정한 균형미와 당당한 조형미가 있다. 형태의 안정성과 필의 우아함은 전통재료의 운용에 관한 깊은 이해에서 오는 결과이기도 하다. 작가의 동양철학적 사유에 관한 조형적 유희는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행간을 읽어 내려가는 것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작가의 이러한 거시적 철학적 사유, 사물로의 구체화, 다시 정신성으로의 승화와 같은 일관되고 논리적인 작업 시리즈들은 많은 전통회화 작가들에게 범본이 될 만하다. 이렇듯 논리적이고 일관된 작품의 창작과 구성은 미술관을 관람 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지난 8월호부터 연재한 박옥생 미술평론가의 <창작활동을 위한 전략 모색하기>를 마칩니다. 풍성하고 흥미로운 자료를 통해 창작 노하우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해주신 박옥생 미술평론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작가 포트폴리오 예시 - jagga poteupollio yesi

박옥생ㅣ미술평론가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한원미술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신동아>, <월간조선>에서 미술평론을 연재했다.
현재 예술 플랫폼 서울스톡코퍼레이션 USA 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