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생산 기술 - geulinsuso saengsan gisul

수소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고 선박, 열차, 비행기 등의 운송수단에도 수소에너지가 속속 적용되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탄소중립시대의 핵심 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수송, 발전, 산업 등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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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현대차가 출시한 수소차 ‘넥쏘’. 출처: 위키미디어

특히 수소는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 등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이 일정치 않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에너지를 수소 형태로 저장해두면 필요할 때 전기, 열 등 다양한 에너지로 바꿔 쓸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들쭉날쭉한 생산량을 수소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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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신재생에너지로 수소에너지를 생산하고 운송, 활용되는 과정. 출처: 위키미디어

그렇다면 왜 수소일까. 답은 ‘청정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에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가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물질은 ‘물(H2O)’뿐이다.

수소에너지를 얻는 화학식은 간단하다. ‘2H2(수소)+O2(산소)→ 2H2O(물)’ 수소 분자 두 개가 산소 분자 한 개와 만나 물 분자 두 개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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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수소에너지는 생산 과정에서 물을 배출해,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출처: Pixabay

생산 방식에 따라
브라운,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로 나뉘어

하지만 현재의 수소는 완벽한 ‘청정에너지원’은 아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소에너지를 생산할 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 ‘수소의 미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인 7000만 t 중에 76%를 천연가스에서 추출하고, 나머지 23%를 석탄해서 추출한다. 이 결과로 추론하면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매년 8만 3000만 t에 달한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네 종류로 구분한다. 석탄을 태워 생산하는 ‘브라운 수소’, 천연가스를 수증기와 반응시키거나 석유 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산하는 ‘그레이 수소’, 그레이 수소와 똑같이 만들어지지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소 배출을 줄인 ‘블루 수소’, 마지막으로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가 있다. 이때 사용되는 전기 역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현재는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0.1%가 이하가 그린 수소다.

수소가 진정한 청정에너지원이 되려면 그린 수소의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 그린 수소를 만드는 방식, 즉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을 ‘수전해’라고 한다. 현재 수전해 장치의 활용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연구가 활발하다.

한 예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 때 관건은 수전해 장치의 전극이 들쭉날쭉한 전력 부하를 버티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갑자기 멈추면 평소 운전조건과 반대로 전류가 흐르는 역전류 현상이 일어나 전극이 산화된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전극 표면이 부식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내구성과 효율이 높은 전극과 분리막을 개발 중이다.

광촉매를 이용해 태양에너지로 바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현재는 태양전지로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이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하는 방법이 효율이 더 높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광촉매로 수소를 만드는 방식이 에너지 손실이 적다. 현재 광촉매 방식의 세계 최고 기록은 효율 7.7%인데, 과학자들은 10% 벽을 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폐수 속 요소로
그린 수소 생산한다

물 대신 폐수 속 풍부한 요소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이때 생산되는 수소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얻을 수 있는 ‘그린 수소’다. 게다가 요소를 분해하는 방식은 방식은 수소를 생산하는 동시에 폐수를 분해해 수질오염도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또한 물을 분해하는 방식보다 낮은 전압에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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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폐수 속 요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지난 9월 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이효영 부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고성능 촉매를 개발해 요소를 이용한 그린 수소 생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요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산화 반응에 백금(Pt)이나 로듐(Rh) 금속 촉매가 쓰였다. 그런데 이들은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장기간 사용 시 성능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탁월한 활성 반응을 나타내는 단일 원자 촉매에 주목하고 있지만, 쉽게 이동하고 응집돼 많은 양의 단일 원자들을 탑재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열팽창 방법으로 촉매의 표면을 변형시켜 단일 금속 원자를 초고중량으로 탑재하고, 안정화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로듐 단일 원자를 기존 중량 대비 2배 더 많이 포함했고, 로듐뿐만 아니라 백금, 이리듐, 루테늄 단일 원자들도 탑재가 가능했다.

실제 요소로 수소를 얻는 반응에 사용한 결과,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때보다 더 낮은 전압에서 수소가 발생했고, 10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이효영 부연구단장은 “고효율 요소 산화 전기 촉매를 통해 단일 원자 촉매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문제였던 고중량 탑재 및 안정화를 해결했다”며 “고순도 수소를 저렴한 가격과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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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기초과학연구원 나노물리구조연구단은 촉매를 개발해 요소를 전기분해해 낮은 전압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했다. 출처: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본 콘텐츠는 IBS 공식 포스트에 게재되며, https://post.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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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장>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 이후 수소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뿐만 아니라 우려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수소에너지 사회로 가면 기존 화석연료사용으로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수소생산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 될 수 있다고 하니 적잖이 당황스러웠으리라 생각한다.

수소전기차가 달리면서 미세먼지는 사라지고 배기가스 대신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고 한들, 사용 원료인 수소의 제조 과정에서 다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수소경제사회가 청정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수소 생산 방식은 크게 '개질수소'와 '수전해수소'로 구분할 수 있다. 개질수소는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와 수증기를 서로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해내는 방법으로, 현재까지 수소생산 기술 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대량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CO₂가 배출되기는 하지만 수소전기차 운행까지 전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비교해보면 가솔린 자동차 대비 약 60% 수준까지 줄어들게 된다. 또한 수소생산 과정 중 발생한 CO₂도 기존 화석연료 연소 공정보다도 훨씬 적은 에너지와 비용으로 분리 및 포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친환경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수소경제의 기반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필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인 수전해수소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 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써 생산단계에서부터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높은 생산단가 때문에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술 선도국들도 가격 저감을 위한 수전해 수소생산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제성 평가에 의하면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수전해 장치의 수소생산단가는 운전시간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으나 그린수소생산의 경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장치가격의 저감 뿐만 아니라 전기를 적게 사용 하도록 전력소모량을 감소시키는 기술개발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분석 결과를 얻었다.

현재 수전해 기술은 유럽과 미국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넬(NEL·노르웨이), 텔레다인(미국), 맥피(프랑스), ETOGAS(덴마크), 하이드로제닉스(캐나다), 그린하이드로젠(덴마크), 인앱터(이탈리아) 등이 있다. 특히 넬은 전력소모량이 49kWh/kg-H2인 상용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유럽연합 수소연료전지 과제 운영기관인 FCH2JU에서는 알칼라인 수전해 운전전류밀도를 2024년까지 0.7A/㎠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국내에서는 수소에너젠이 57kWh/kg-H2로 국내 기업 중 가장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으나 아직은 해외 기업과의 기술격차가 크고 주요 핵심 소재들도 모두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연은 이미 차세대 수소에너지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2019년부터는 재생에너지를 연계해 안전성, 효율, 운전전류밀도 향상을 위한 알칼라인 수전해 핵심기술개발 연구단을 운영해 전력소모량 51kWh/kg-H2, 운전전류밀도 0.6A/㎠의 세계 최고수준 단위전지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확보된 기술로 세 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1건의 기술이전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개발된 원천기술들을 바탕으로 상반기내에 대면적 스택을 실증할 계획이다. 따라서 2022년에는 주요 핵심기술을 국산화하고, 2025년에는 기술추격형에서 기술선도형 전환을 목표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기사원문링크 : https://www.etnews.com/202004240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