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이 굳었 을 때 - doenjang-i gud-eoss eul ttae

건강한 식탁의 첫걸음···'올바른 간장'에서 시작된다

입력 2022.03.03. 13:35

국산 재료·자연을 더해 빚은
된장·간장 모든 음식에 활용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야 '진짜'
대표 K-슬로우푸드 재래된장
건강발효식품 해외서도 인기
철저한 준비없는 귀촌은 금물
목표 갖고 마을안에 정착해야

된장이 굳었 을 때 - doenjang-i gud-eoss eul ttae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이 전통방식으로 직접 담근 간장을 떠 살펴보고 있다. 

재래 된장의 시작은 국산 콩에서 시작된다. 늦가을 메주 콩을 물러질 때까지 삶아 발효시킨 후 메주를 빚어 따뜻한 방에서 곰팡이를 충분히 띄운 후 처마 밑이나 비닐하우스에 매달아 건조시킨다. 이렇게 건조시킨 메주는 정월보름이 지난 후 소금물을 풀어 장을 담근다. 2개월 정도 담궈두면 장맛이 충분히 우러난다. 이 때 메주를 건져내고 고추씨가루와 소금간을 해 항아리에 꼭꼭 눌러 가득 채우고, 잡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소금이나 다시마 잎으로 덮어 2개월 숙성과정을 거치면 한여름에 최고의 맛을 내는 재래된장이 된다.

지난달 제3회 대한민국장류발표대전에서 간장부분 대상을 차지한 박찬규(67)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 센터장의 귀촌 이야기와 간장담구는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 된장콩 제대로 삶는 것이 중요

맛있는 재래된장을 담그려면 메주를 잘 띄워야 한다. 메주는 보통 11월 첫째 주나 둘째 주에 담그는데, 벌레가 먹었거나 썩은 콩을 골라내고 잘 여문 콩으로 메주를 만든다.

가마솥에 삶은 콩은 삶기 전의 2.5배 정도로 불어난다. 삶아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손으로 비볐을 때 쉽게 뭉그러질 때까지 삶는다. 덜 삶은 콩으로 쑨 메주는 다양한 분해 효소가 침투하지 못해 색이 혼탁하고 맛도 떨어지는 된장이 되기 십상이다. 콩을 충분히 삶았다면 대바구니에 받쳐 물기를 뺀 후에 잘 으깨 일정한 크기의 덩어리를 만든다. 메주 모양은 지방과 마을 방식에 따라 손으로 뭉치거나 일정한 나무틀에 넣어 직사각형이나 원통형으로 만든다.

된장이 굳었 을 때 - doenjang-i gud-eoss eul ttae

일반적으로 콩 한 되로 메주 2개 반 정도가 나오도록 만든다. 이렇게 만든 메주는 30도의 실온에서 3일 정도 말려 메주 표면의 수분을 없애야 한다. 완전히 굳으면 짚을 깔고 서로 붙지 않게 따뜻한 곳에 둔다. 26~28도 정도의 실온에서 2주 정도 두면 메주 표면에 곰팡이가 고루 덮인다. 메주가 알맞게 뜨면 볏짚이나 새끼줄로 묶어서 겨울 동안 처마 밑이나 비닐하우스 속에 매달아 건조시켜 두었다가 이른봄에 꺼내 햇볕에 한번 더 말린다.

겨우내 말린 메주는 먼지를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담가 메주표면을 솔로 깨끗하게 문질러 씻은 후 채반이나 대바구니에 건져서 물기를 빼고 햇볕에 반나절 정도 말려 장을 담근다.

◆ 소금물 비율 맞춰야 좋은 간장

소금물은 콩 한말의 3배 정도 부어준다. 소금물이 이보다 많으면 간장의 양이 많아져 맛은 연해지고, 소금물이 적으면 간장의 양이 줄어 맛이 진하게 된다.

맛있는 장과 재래된장을 담으려면 소금물과 메주의 비율을 적당히 맞춰야 한다. 소금은 메주콩과 같은 분량이 필요하고 늦게 담글 경우엔 변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금을 두되 정도 더 넣는 것이 좋다. 메주와 소금과 물의 비율은 1대 1대 3이 적당하다. 메주를 담글 때 팁으로 달걀을 이용하면 된다. 담근 장 위에 달걀이 반 정도 잠기는 염도가 적당하다. 염도가 강하면 더 많이 뜨고, 싱거우면 가라앉는다.

소금물은 장독이 가득 찰 정도로 부어줘야 잡균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장을 담글 때는 소금물이 가득차지만 시간이 지나 메주가 불어나고 물은 증발하기 때문에 장을 담그고 남은 소금물은 따로 보관하고 있다가 줄어드는 양만큼 수시로 채워 주는 것이 좋다.

숯과 대추, 고추, 볶은 참깨도 서너 개씩 띄워주고, 수면 위로 나온 메주에 잡균이 붙지 못하도록 겉면에 소금을 한 줌씩 뿌려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숯은 흡수성이 강해 잡내를 빨아들이는 작용을 한다. 숯은 빨갛게 달군 후 넣는 것이 좋다. 통고추는 살균에 효과가 좋을 뿐 아니라 대추와 함께 된장에 붉은색이 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맑은 날 뚜껑을 열어 햇볕에 노출시키면서 2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맛이 들기 시작한다. 재래된장이 너무 오래돼 짜고 단단하게 굳었을 때는 콩 삶은 물을 부어서 섞으면 부드럽고 촉촉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이 만든 된장은 모든 음식의 재료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외국에서도 재래된장이 건강발효식품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철저히 준비해야 귀촌 성공

도시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던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 박찬규 센터장은 퇴직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발효식품에 대해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곧바로 서점을 찾아 발효식품과 식초제조법에 관한 책을 구입한 후 퇴직 다음날 곧바로 책을 들고 고향 해남으로 귀촌했다.

3개월 동안 책을 탐독한 그는 추운 겨울날 발효식품을 만들기 위해 밭과 들로 나갔다. 때로는 추운 겨울날 밭고랑 사이로 냉이를 찾아 일주일을 헤매기도 했다.

발효 과정 중 설탕 배합을 잘못해 힘들게 작업했던 식품을 망친 일도 많았다.

발효식품을 만들자는 의욕만 앞서 차분하게 준비하고 연구하는 과정도 생략하고, 전문가의 발효식품 강의 몇 시간만 듣고 곧바로 제조에 뛰어든 것이다.

이론을 이해하고 기본 체험을 한 후에도 제대로 된 완성품이 나오기 힘드는 법인데 일주일 공부한 후 식품을 만들겠다고 하니 제대로 만들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박 센터장은 전문가의 지적과 조언을 듣고 그제서야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박 센터장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준비했다.

우선 해남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업센터를 찾아 기본기를 배우면서 농촌생활에도 적응해 갔다. 발효식품 재료를 직접 기르기로 마음 먹고, 가시오가피와 꾸지뽕, 매실, 헛개나무, 황칠나무 등 약재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심기 시작했다.

박 센터장은 ▲절대로 집부터 짓지 않는다 ▲농지를 구입하려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마음 속에 능동적인 삶의 목표를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 ▲귀촌의 결정은 가족의 동의가 중요하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정착하라 등 귀촌 생활 10년을 겪은 후 느낀 점 몇 가지를 예비 귀촌인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도시에서 여유롭게 생활한 습관 때문에 귀촌 후에도 무작정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는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성공적인 귀촌을 위해 귀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 군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고 시군마다 설치 운영되고 있는 귀농학교나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귀농·귀촌 자료나 농업기술관련 정보를 얻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고 조언한다. 해남=박혁기자

"콩과 소금에 발효만 더한 것이 진짜 우리네 전통간장입니다"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대한민국장류발표대전 대상 수상

100년 씨간장 활용 '간장왕' 등극

부모님 간병 위해 귀촌 장류 연구

가족 건강 지키는 일이 우리의 몫

된장이 굳었 을 때 - doenjang-i gud-eoss eul ttae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 센터장은 지난 20일 제3회 대한민국 장류발표대전에서 간장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귀촌 10년차인 박찬규(67)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 센터장은 지난달 제3회 대한민국 장류발표대전에서 간장부문 대상을 차지하며 화제를 낳고 있다.

대한민국장류발효대전은 된장·고추장·간장·청국장 등 전통장을 이용한 응용장류소스경연대회다.

박 센터장은 귀촌 후 콩 재배부터 메주 띄우기, 숙성까지 전통방법으로 장을 담군 후 할머니부터 이어져 온 100년된 씨간장을 활용해 5년 숙성 간장을 만들어 출품, '간장왕'을 차지했다.

그는 현재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 해남전통발효식품연구회 회장을 병행하며 건강식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40년 동안 서울 생활로 자신의 지인이 모두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귀촌하게 되면 외톨이가 되는 것 아닐까 고민이 많았다. 고향에서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도 큰 두려움이었다. 그가 귀촌 생활의 두려움을 떨치는 데 부모님에 대한 걱정도 한몫 했다. 당시 박 센터장의 아버지는 일년 중 6개월 이상 병원 생활을 해야 했을 만큼 쇠약한 상태였다. 몸이 망가진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결심한 박 센터장은 귀촌 후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발효식품을 만드는 것. 약재를 이용해 발효식품을 만들어 식품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발효식초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농촌에 생활하면서 먹거리 문제가 크다는 것을 인식, 필요한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시도한 작물이 콩이었다. 콩으로 메주만 쓰는 것이 아니라 두부를 비롯해 두유, 청국장, 된장, 간장, 효소 등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490㎡의 밭에 직접 생산한 콩을 가지고 식생활에 꼭 필요한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메주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텃밭에 심은 메주콩을 10월 중순께 수확해 7일 정도 말린 후 타작해 콩을 고르고, 콩대는 메주 쓸 때 땔감용으로 활용했다.

박 센터장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식점 된장은 대형 식품업체들이 생산하는 공장 된장이 대부분이다"며 "재료도 밀가루나 옥수수가루 등 콩 외의 원료를 많이 사용하며 제조법도 전통발효가 아닌 누룩곰팡이를 통해 쌀이나 밀을 발효시킨 후 콩과 섞는 일본식 발효법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방식의 된장은 콩과 소금만 사용해 일정 기간 발효해 만든 재래된장과 비교할 수 없다"며 "재래된장을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식탁에서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해남=박혁기자

*이 기사는 무등일보 2021년 7월6일 화요일 10면 지면에 나간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