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인턴 후기 - dang-geunmakes inteon hugi

당근마켓 인턴 후기 - dang-geunmakes inteon hugi

2020년 10월 5일부터 2021년 2월 4일까지 안드로이드 개발 포지션으로 당근마켓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쉽게도 정직원으로 근무하게 되는 일은 없었지만

기록 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 늦었지만 기록 해두려고 한다.

입사하게 된 계기


당근마켓 인턴 후기 - dang-geunmakes inteon hugi
잠깐 당근하고 올게~!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중고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유튜브 광고로만 봤던 당근마켓을 진짜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주변에서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한두 명 늘어나는것을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서비스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다운도 받고 글을 작성 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원티드 채용플랫폼을 둘러보던 와중 당근마켓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공고에 나와있는 내용이 정말 즐겁게 일을 하고 싶은 구성원을 찾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판을 가진 당근마켓이기에 한 번 지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채용 과정


'안드로이드 개발 경력 3년 이상'

걱정되었던 점은 이 부분이었다. 정확히 3년 이상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업무 경력이 없던 내가 지원해도 되는걸까 싶어서 망설였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지원하게 됐다.

채용 프로세스는 서류 전형 - 기술 면접 - 과제 제출 - 과제/인성 면접 순으로 1~2주 정도 텀을 두고 진행되었다.

서류를 처음 내보는지라 서류에서부터 탈락할지도 모른다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고 지원했었는데,

다양한 활동을 했던것을 좋게 봐주셨는지 합격 메일을 받았다.

기술 면접에서는 빠르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주시는데 대답을 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알고있던 내용이어서 잘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과제를 받고 개발을 할 때에 가장 힘을 많이 쏟았었는데,

요구한 기능을 구현하는데에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았어서 어떤 재밌는 요소를 더 넣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하다보니 점점 욕심이 늘어나서 마감시간 3분전까지도 개발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생각한 기능을 다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사소한 기능이어서 그냥 제출했다.

면접날이 되어서 코드리뷰와 나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긴장되었지만 전반적으로 팀원들이

날카로운 모습이 아닌 나에게 집중해주는 모습으로 대해주었기 때문에 자신감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고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는데, 업무 경력이 없다보니 정규직 말고 인턴으로 먼저 근무해보는것이

어떻겠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 때 나는 내가 과제 코드도 괜찮게 짰고 당근마켓의 개발도 잘 해낼 수 있을것 같아서 뽑혔다고

생각해서 그 동안 공부한 것들을 인정받는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당연히 착각이다

당근마켓에서의 근무


입사 첫 주에는 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하고 코드를 둘러보기 좋은 업무를 배정 받았다.

프로젝트 구조나 동료 개발자와 협업하는 것이 생소했어서 큰 작업이 아님에도 속도가 더디었다.

그래도 팀원들의 코드리뷰를 받으면서 나름대로의 결과물을 만들었고 서비스단에서 잘 보여지지

않는 작업이어서 아쉬움이 있기도 하였지만 첫 pr을 올리게 되어서 굉장히 뿌듯했었다.

이후부터는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진행되는것이 아닌 해야할 업무 리스트를 받고

그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처리할 수 있는 업무중에는 서비스단에서 눈에띄는 업무가 있어서

패기롭게 해당 부분을 맡아서 개발했는데, 이 때의 작업이 정말 즐거웠다.

나는 화면에 보여지는 작업을 하는 재미를 도화지에 낙서하는 재미와 같다고 종종 말하곤 하는데

화면을 개선하고 레거시를 지우고 신규 코드를 넣으면서 당장에라도 세상 모든사람들에게

"이 부분 내가 만들었어요!"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참기 힘들었다.

첫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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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문단에서 얘기했던 것 말고도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기도 했는데, 일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코드를 빠르고 멋있게 잘 짜지 못하는구나'

이 생각이었다.

같이 일하시는 팀원분들이 pr에 올려놓은 코드만 보더라도 배울점이 참 많았는데

개발 속도가 빠른것은 물론이고 커뮤니케이션까지 정확히 해내는 모습이 스스로 기가 죽게 만들었다.

그래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얼마 남지 않은 인턴기간동안 어떤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고, 당근마켓의 전체적인 업무를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인턴 연장


인턴 종료를 2주 정도 앞두고 갑자기 팀의 리더분에게 슬랙DM 을 받았다.

DM을 받고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아직 내가 보여줄 수 있는게 더 있을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것들을 잘 보여주지 못한것 같다고 얘기해주셨고 인턴활동의 결과가 정해진것은 아니지만

결과를 내기 전에 인턴을 연장해서 다른 무언가를 더 보여주는것은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인턴 기간 동안 업무를 즐겁게 하기도 했고 아무도 나를 압박한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 만족할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도 했고, 인턴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이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은 압박을 주고 있었기에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전환이 안되더라도 인턴을 더 하는것이 미래의 나에게 큰 가치가 되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가다듬고 도전하기로 했다.

연장 후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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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연장되고 나서는 긴장을 풀어버렸다.

회사를 대충다니겠다는 뜻은 아니였고, 내가 너무 많은 힘을 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힘을 주고 다니다보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고 스스로도 지치게 하고 있었다.

팀원들에게 피드백도 받았는데 기억에 제일 크게 남았던 말은

나에게 개발 퍼포먼스를 기대하는것이 아니라 팀에 잘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때에도 사실 저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는 못했었다.

지금 생각해보기로는 아마 퍼포먼스의 차이는 어쩔 수 없겠지만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다른 팀원들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역할이라는것은 개발에만 국한되어있는 얘기는 아니다. 머리로는 무언가 느껴지는데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려운것 같다.

연장 후의 근무


나에게 도전적인 업무를 맡겨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기획이 들어간지 꽤 된,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일을

맡아서 해보는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업무 내용은 이전에 비슷한 개발을 해본적 있는 내용이었고

어느정도 당근마켓의 프로젝트 구조나 사용하는 라이브러리들에 익숙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에

잘 해낼 자신이 있었고 그 일을 맡게 되었다.

혹시라도 어려움이 있을까 나를 케어 해주기 위해서 기술 리더분이 주기적으로 같이 봐주시기로 했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계획했던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고 기본적인 기능은 금방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공유한 결과물은 예상과는 다르게 좋은 반응을 보지 못하고 매번 새로운 피드백을 듣게 됐다.

그러다 보니 다시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다가

현재 개발하던 부분을 잠시 뒤로하고 타 부서 요청, cs 처리, 이전에 작업한것을 개선하는 등의 업무를 했다.

인턴 활동 마무리


인턴 기간이 몇 주 남지 않았을 때 느꼈다.

'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구나..'

나에게 맡긴 도전적인 업무는 아직까지도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알지 못했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다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마무리도 하지 못한채였다.

이 때부터는 또 생각을 새로 잡았다.

전환은 포기하되 내가 맡았던 이 일에 져서 포기하지는 말자고

물론 아직 기회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잘 하는 방법을 깨닫지 못했었고,

잘 하는 방법을 물어볼 요령도 부족했다.

포기하고 천천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거나 전환 여부를 떠나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쏟아서

성장의 발판으로 만드느냐 선택해야 했다.

나는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투자 하는것을 선택했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이 업무가 왜 나에게 도전적인 업무였는지 깨달았다.

단순히 코드짜기가 될 것이 아니라 이 코드를 사용할 개발자의 입장에서 코드를 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용자 입장의 개발은 고민을 많이 해보았는데 개발자를 위한 고민을 해본적이 없었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는 업무의 속도가 붙었고 잠시 잊었던 개발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되었다.

하지만 인턴기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남은 시간동안 그 동안 작업했던 부분을 다듬고

인수인계를 할 수 있게 준비하는 작업에 열중했다.

그리고 인턴이 종료될 때 쯔음 예상 했던대로 전환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인턴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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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너무 아쉬웠다.

첫 회사여서 기대한 것도 많았고, 안될걸 알면서도 노력했지만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한 허무함에 아쉬움을 느꼈던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쉬움만 느낀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인턴을 마치고 나서 드는 생각은 '개발자는 코드만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다.

나는 좋은 기술을 활용하여 멋있는 결과물을 내는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는데 그런것 외에도

내가 맡은 업무를 확실히 처리하는 것, 팀원들과 소통하는 것, 사용자에게 좋은 가치를 주는 것 등등

수 많은 할 일이 있을것이다.

단지 개발자는 개발을 할 줄 아는 사람일 뿐인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아직도 좋은 기술과 멋있는 결과물을 내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기술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했다.

코드를 짤 때 이전과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졌고 나의 코드를 의심하는 깊이가 달라진 느낌을 받는다.

20년도에는 개발 실력의 정체기라고 느꼈었는데 한 발 더 나아간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일을 하면서도 틈틈히 느는것 같긴 했지만 인턴 마지막 쯔음에 갑자기 깨닫는 부분들이 많았어서

마지막에 열심히 했던것이 헛되지 않았고 보상 받는것 같아 좋았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분명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후회 했을 것 같다.


4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나만 들었을 수도 있다. 즐겁게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당근마켓에서 일했던 것은 힘든 기억이 많긴 하지만 좋은 기억도 많고 열정적이고 능력있는 구성원들이 있기에

나도 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성장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끝으로 기대했던만큼 좋은 모습 보여주지는 못해서 조금 아쉬웠고,

마지막까지 좋은 얘기 해준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