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구팀, 시베리아 동토 시료에서 찾아내아메바 감염 바이러스, 1.5 마이크로미터 최대몸집 기록“지구온난화로 원시 미생물 해동 위협” vs “지나친 우려” » 전자현미경으로 관측한 피토 바이러스의 영상. 출처/ PNAS 3만 년 된 시베리아 영구동토에 얼어 있다가 해동된 '거대 바이러스(giant virus)'가 숙주생물인 아메바를 감염시켰다고 연구자들이
보고했다. 이 바이러스는 이제껏 발견된 것 중에서 가장 큰 바이러스로 기록됐다. 대형 바이러스 연구자인 프랑스 악스-마르세유대학의 장-미셸 클라베리(Jean-Michel Claverie)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낸 논문에서 시베리아 영구동토 시료에서 이미 알려진 거대 바이러스들과는 아주 다른 제3 유형의 거대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항아리 모양을 한 바이러스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신이 판도라한테 건넨 ‘항아리’를 뜻하는 ‘피토스’를 써서 ‘피토 바이러스(Pithovirus)’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이전에도 거대 바이러스를 발견한 바 있다. 2003년 최초의 거대 바이러스로 보고된 미미
바이러스(Mimivirus)와 유사 변종들(Megaviridae, 메가바이러스 류)은 광학현미경으로도 관찰할 수 있는 정도인 최대 지름 0.5 마이크로미터에 최대 125만 염기쌍의 게놈을 지녔다. 지난해 보고된 판도라 바이러스(Pandoravirus)는 이보다 더 큰 1 마이크로미터 길이에 280만 염기쌍의 게놈을 지닌다. 이번에 보고된 피토 바이러스는 1.5 마이크로미터 길이로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에서 가장 크다. 거대 바이러스들의 크기는 보통 수십 나노미터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큰 600~1500 나노미터나 돼, 아주 작은 박테리아 크기에 비견되기도 한다. 이들이 보고한 거대 바이러스들은 유전물질을 디엔에이(DNA)로 지니는 DNA 바이러스이며 숙주생물로 아메바만을 감염시켜 사람한테는 해가
없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보도를 보면, 연구팀은 3만 년 된 시베리아 영구동토 시료에서 찾은 열매로 옛 식물을 되살려 냈다는 러시아 연구진의 성과를 알고서, 영구동토 시료를 제공받아 같은 방식으로 원시 바이러스를 찾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에 나섰다고 한다. 연구팀은 거대 바이러스들의 흔한 숙주생물인 아메바를 미끼로 삼았다. 영구동토 시료를 녹여 아메바와 함께 놓아두었더니 무언가 병원체에 감염된 듯이 아메바들이 죽었다. 연구팀은 영구동토 시료 안에 아메바를 감염시킨 바이러스 병원체가 있을 것으로 여기고, 아메바를 분석해 그 안에서 피토 바이러스 입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이전에도 연구팀은 판도라 바이러스를
해안과 호수의 퇴적층에서 채집한 아메바의 몸속에서 찾아낸 바 있는데, 이처럼 숙주생물 아메바는 거대 바이러스를 찾는 중요한 연구도구로 쓰인다) 피토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메가 바이러스나 판도라 바이러스와는 다른 제3 유형의 거대 바이러스로 분류되며, 이처럼 거대 바이러스에도 다양한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피토 바이러스는 몸집이 이제껏 발견된 것 중에서 가장 크지만, 염기서열 분석 결과에서 유전체는 불과 60만 염기쌍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물질을 고도로 압축해 저장하는 흔한 방식과는 달리, 거대 몸집에 적은 유전물질을 지녀 매우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해 판도라 바이러스 발견 보고 논문에서 "(매우 다르고 독특한 유전자 구성으로 볼 때 진핵생물, 세균, 고세균 외에) 제4 생명영역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견해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 논문의 결론에서도 눈길 끄는 경고를 던졌다. 3만 년 된 영구동토에 있다가 해동된 원시적인 아메바 감염 바이러스가 다시 살아나 활동할 수 있듯이, 영구동토나 빙하에 동결된 원시 미생물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라 다시 풀려나 생동력을 찾을 수도 있으므로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아래 논문 결론). 하지만 이런 경고가 지나친 우려라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다른 바이러스 연구자는 네이처 뉴스 보도에서 사람들은 평소에도 날마다 수많은 바이러스를 들이마시고 바다에서 수영을 한 번 해도 무수한 바이러스를 마시고 있을 정도이기에, 기후온난화로 인해 원시 바이러스가 위협이 되리라고 우려하는 것보다는 해수면 상승으로 삶터를 잃는 사람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논문 초록
오철우 기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고침] 본문 중에 "거대 바이러스들의 크기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비교할 때 대략 1000배 규모에 달할 정도여서, 아주 작은 박테리아 크기에 비견되기도 한다"를 "거대 바이러스들의 크기는 보통 수십 나노미터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큰 600-1500 나노미터나 돼, 아주 작은 박테리아 크기에 비견되기도 한다"로 수정합니다. 뒤늦게 착오와 오류를 확인해 바로잡습니다. -2015년 9월 16일 오전 11시5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