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한산면 추원마을, 우리 섬으로 귀농하러 오이소!

  • 기자명 이상미
  • 승인 2011.06.03 10:20
  • 댓글 8

기획 ‘귀농하기 좋은 마을-⑤’

경남도의 ‘귀농하기 좋은 마을58’에 포함된 통영시 6개 마을을 탐방하는 기획시리즈 다섯 번째 편에서는 지난 번 찾았던 홀리마을을 끝으로 육지를 떠나 섬으로 들어왔다. 두 개의 섬마을 중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한산면 추원마을’이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한산면 추봉리 추원마을

추봉도에 가다

한산면에서 귀농하기 좋은 마을로 선정된 추봉리 추원마을은 한산도 본도에서 약 400m떨어진 추봉도에 위치하고 있다.

추봉도는 대봉산과 예곡망산을 중심으로 하는 두 개의 땅덩어리가 1km의 지협(地峽)으로 연결돼 하나의 섬이 된 곳이다. 2005년에 본도로 연결되는 다리가 놓여 자동차나 버스가 오가고 있어 다른 유인섬에 비해 생활이 편리하다.

다리를 지나 추봉도 북쪽 해안에 들어오면 깊은 만이 형성돼 있는데, 그 만 기슭을 따라 완만한 대봉산 자락 아래 형성된 마을이 추원마을이다.

섬마을이 모두 그렇듯 추원마을도 앞바다에는 미역과 굴 양식을 하고 집들이 위치한 산 아래쪽 평지와 산중턱 개간지에는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지금은 일손부족과 고령화 등을 이유로 평지에만 농사를 지을 뿐, 산중턱 개간지는 대부분 휴경한지 오래돼 잡초가 무성한 묵정밭이 돼있다.

산 가장 위쪽 휴경지에는 지난 2008년 주민들이 땅을 놀리느니 관광자원을 조성하기로하고 유채와 코스모스를 심어, 지금은 유채꽃밭이 돼있다.

그곳을 지나 더 위로 올라가면 몽돌해수욕장으로 통하는 야생화길인 ‘와다리거님길’이 나온다.

섬 외곽으로 난 그 길을 걷고 있노라니 사방 저 멀리 끝없이 푸른 바다가 보이고, 발아래는 정글이 연상되는 거대한 수풀이 우거져있어 아름다운 동시에 약간 오싹하게 느껴졌다.

 함부로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육지의 자연과는 또 다른 포스를 가진 섬의 자연이 인상적이었다.

“휴경지가 얼마나 되는지는 측정할 수도 없슴니더.”

이수 이장님(68)이 말하자 마을의 양승무 할아버지(74)도 고개를 끄덕인다.

추원마을의 농토는 총 8ha(약 2만 5천 평)정도 되지만 휴경지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다만 엄청 많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한산면사무소의 황성문 산업담당은 “본도에 다리가 놓여 있고 문화유적지, 해수욕장이 가까워 손님들에게 특산물도 팔 수 있고 민박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귀농하기 좋은 마을로 추천한 것”이지 “휴경지가 많이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산중턱 농지를 놀리는 건 추원마을뿐 아니라 한산면 마을 대부분이 처한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소유자들의 고령화와 일손이 없다는 것.

마을의 주민 중에서 3~50대는 63명, 60대 이상은 69명이지만, 60대 이하의 사람들, 특히 35명에 달하는 30대는 거의 양식장에서 일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전부 60대 이상뿐이라고 한다.

거기에 더불어 산중턱에 농로(農路)가 변변치 않아 농사일하기가 수월치 않은 것도 한산면 마을들의 공통된 사정이다.

이수 이장님은 “예전에 농로가 없어진 이후로 길을 내지 않아 차가 올라가는 길가서 작업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에서는 현재 농로를 낼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여건이 그렇다면 실제로 어떻게 귀농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두 어르신은 “할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지 왜 못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진짜 농사를 지을 생각만 있다면 농로를 내고 개간을 못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또 산 윗자락이 아니더라도 길 사이사이 노는 땅이 있고, 땅지주는 노쇠했기 때문에 욕심 낼 이유도 없어 육지보다 땅 값이 훨씬 낮다고 조언했다.

또 수리해서 살만 한 빈집도 마을 내 다섯 채가 있는데 모두 임대 가능하다고 한다.

이수 이장님은 “외지인들은 별장을 짓고는 교류 없이 왔다 갔다만 할 뿐, 마을에 일원이 된 적은 없다”며 “그러나 만약 진정성이 있다면 살게끔 주민들이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지를 떠나 섬에 정착해 귀농을 한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물었더니 이수 이장님은 “여기서 부지런하기만 하면 마늘, 두릅 등 특용작물로 돈은 꽤 벌면서, 낭비는 안 하게 돼 돈을 모을 수 있고, 마을 사람들과 평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60년대에 10년간 서울생활을 하셨다는 양승무 할아버지는 “객지에서 다시 돌아와 보니, 역시 고향이 좋다. 이웃 간에 다정하다. 서로 맛있는 것도 나눠 먹고 일손도 도우며, 인간의 정을 나누며 산다. 그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답한다.

쉽게 외부로 오갈 수 없는 섬사람들은 육지 사람들보다 서로 간 더욱 끈끈하게 의지하며 사는 면이 있다. 일단 동화하기만 한다면, 섬은 항상 그 자리에서 변치 않는 모습과 이웃들로 당신을 맞아줄 수 있을 것 같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이수 이장님과 양승무 할아버지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추봉도. 본도와 연결된 붉은 다리가 보인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마을회관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마을의 포장길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추원마을 앞바다 저편으로 보이는 마을은 예곡마을 입니더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추원마을엔 질좋은 마늘이 많이 생산된다. 어딜가나 마늘 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마늘 손질하는 주민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산중턱에 묵정밭이 보인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무성한 잡초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묵정밭을 유채밭으로 가꾸었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산 위쪽에도 이런 밭이 있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산 아래 전경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계속 올라가면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와다리거님길이 나온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계속 갑니더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너른 바다와 무성한 수풀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가는 길에 위쪽으로 절이 보인다. 바다를 마주보는 천혜의 경관을 가진 절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멋진 풍광을 보며 걸어보자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이대로 계속 걸어가면

통영 섬 빈집 - tong-yeong seom binjib
▲ 다시 추원마을에 닿는다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