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가난한 이슬람 국가 타지키스탄에서 몇 년씩 외국에 나가 돈을 버는 남편이 증가하면서 아내와 휴대전화 메시지로 이혼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고 AFP가 26일 보도했다. 칼리마 샴소바(24)는 5년 전 ‘휴대전화 이혼’을 당했다. 남편이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간 사이 샴소바는 시댁에서 호된 시집살이를 했는데 며느리가 글을 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댁 식구들은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을 버릇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시댁에서는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로 이혼하라고 종용했고 남편은 당시 9개월 된 딸과 어린 아내의 곁을 떠났다. 남편이 ‘이혼’이라는 단어를 세 번 말하면 아내는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바로 이혼당하고 마는 것이 이슬람법이다. 샴소바는 “처음에는 아버지 없이 아이를 키운다는 게 무서웠다. 하지만 자비로운 신 덕분에 내 손과 발로 일할 수 있었다. 곧 관리인으로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드라(29)는 남편이 돈을 벌러 머나먼 러시아로 떠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어려움은 예상했다. 두 아이와 살려면 돈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노드라는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결혼 생활이 끝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느 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삐~!’ 소리와 함께 노드라는 이혼녀가 됐다. 전화기 액정 화면에는 ‘이혼, 이혼, 이혼(talaq, talaq, talaq)’이라는 짧은 단어가 적혀 있었다. 노드라는 문자 메시지를 읽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처음에는 누군가 실수했거나 악의적인 농담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 수치심 때문에 목을 매거나 빙초산을 마시고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이 질문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는 시부모를 모셨고 대가족을 위해 집을 청소했고 빨래를 했고 밥상을 차렸다”고 항변했다. 대부분이 보수적인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타지키스탄은 1990년대 발발한 내전으로 수만 명이 숨지고 경제가 파탄 났다. 노동자들은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같은 더 잘사는 나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도르술탄 쇼나지로바 여성인권문제 전문변호사는 “외국으로 간 타지키스탄 남자들은 정보 기술을 접하게 됐고 결혼을 끝내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게 됐다”며 “이혼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1990년대 초반 노동 이주와 함께 시작됐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슬람 율법 학자들은 “남편이 부인과 이혼하려면 세 번 ‘이혼’을 말하면 되지만, 이혼이라는 말은 반드시 부인 앞에서 해야 하며 문자 메시지나 e메일을 통한 이혼 통보는 무효”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자 메시지 이혼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슬람법에 위배 된다는 학자도 있다. 타지키스탄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이 문자 메시지로 이혼 통보를 받는지 알 수 없다. 일각에선 수천 명 정도라고 추산할 뿐이다. 여성들이 수치스러워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타지키스탄이 구소련의 해체와 함께 1991년 독립한 후 오랜 시간 중앙 정부의 통치가 미치지 않는 무법적인 상황이 이어진 탓도 있다. 법적으로 여성의 결혼 생활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쇼나지로바 변호사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여성들이 많다. 법은 부부 재산의 절반과 양육비 위자료 등 이혼 시 아내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이슬람 성직자들과 아들 둔 부모들은 이슬람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그래서 더욱 (얼굴을 보지 않고 이혼을 통보하는) 문자 메시지나 전화 이혼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교육도 중요하다. 앞서 글을 안다는 이유로 딸 하나를 데리고 이혼한 샴소바는 “나는 내 딸이 일찍 결혼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나와 같은 삶을 살게 할 수는 없다”며 “딸아이를 제대로 교육해 자기 직업을 찾도록 키워 내겠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입력2011.01.27 23:26 수정2011.01.27 23:26 관련 법안 통과…"아내·자녀 버리는 외국인 많아서…" 타지크 하원은 타지크에서 공식 결혼하려는 외국인 남성은 결혼하기 전 최소 1년을 국내에서 살아야 하며 신부 명의로 된 주택을 사줘야 한다는 내용의 가족법 개정안을 지난 26일 통과시켰다. 27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압두마논 홀리코프 법무부 차관은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들이 타지크에서 일하면서 결혼한 뒤 노동계약이 끝나고 타지크를 떠나며 아내와 자녀를 버리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홀리코프 차관은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혼인 계약서 서명을 통해 배우자에 대한 책임의식이 커지고 여성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이번 개정안이 외국인 남편들에 의해 버려진 여성들의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비용을 가난한 국가 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판단,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슈쿠르존 주후로프 하원 의장은 현실적으로 집을 구입하기 어려운 외국인이 많아 이 법안이 타지크 여성과 외국인 간 결혼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히딘 카비리 하원 부의장은 "만약 혼인한 부부가 해외에서 살고자 할 경우엔 그 같은 가족법을 어떻게 적용할 지 등 세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의 국회 특보인 드주마혼 다블라토프는 "뜻 밖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그러나 가정이 해체되고 나서 자녀 양육 책임이 어머니와 국가에 맡겨지는 일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지크에선 지난 5년여 동안 2천500여 명의 여성이 30여 개 나라 출신 외국인과 결혼했으며 그 중 최소 600여 명이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결혼한 외국인 대부분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남성들이며 최근 유럽, 미국, 일본 신랑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지크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1990년대 내전 이래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가 피폐한 상태다. (알마티연합뉴스) 이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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