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현황 - seoul jaegeonchug hyeonhwang

신통기획·모아타운 사업 순풍 전망…분양가 산정 갈등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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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6·1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사상 첫 ‘4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민의힘이 25개 자치구 중 17개를 석권한 점도 같은 당 소속 오 시장에게 힘이 되고 있다.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구청장을 배출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인포그래픽 참조).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8곳의 구청장 자리를 지켜냈으나, 이와 별개로 오 시장은 서울 시내 425개 행정동에서 모두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앞섰다. 서울 자치 권력이 여권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체제에서 더디게 진행되던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시장 큰 그림, 구청장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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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재건축·재개발 정책의 두 핵심 축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모아타운이다. 신통기획은 민간 도시정비사업에서 시 차원의 인허가 절차 및 기간을 간소화하는 정책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중구·광진구·강남구를 제외한 21개 자치구에서 신통기획 후보지 21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모아타운은 가로주택정비 등 소규모 정비사업인 모아주택(다가구·다세대 주택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블록 단위로 모아 중층 아파트 개발)을 확대한 개념으로, 10만㎡ 이내 면적의 지역을 하나로 묶어 노후 주택가를 정비하는 것이 뼈대다. 신·구축 건물이 혼재돼 일괄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가 주된 사업 대상이다. 서울시는 올해 1월 강북구 번동, 중랑구 면목동 두 곳을 모아타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외에도 한강변에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설을 허용하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도 오 시장의 대표적인 개발 정책이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의 큰 그림은 서울시장이 그려도 디테일은 각 구청장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가령 신통기획, 모아타운 사업 참여를 원하는 재건축 단지, 재개발 구역은 각 자치구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도시정비를 위한 각종 신청 과정에서 자치구 측이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경우 추진위원회나 조합은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을 공산이 커진다. 서울에서 사업을 다수 진행한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서울 한 자치구에 있는 재개발조합이 총회를 열고 구청 측에 사업을 신청했는데 몇 개월 지나 구청이 ‘재개발 공고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총회를 개최하라’며 반려해왔다”며 “조합의 미숙한 일처리 탓도 있겠지만 구청 측이 신청 과정의 사소한 문제를 상당히 시간을 끈 다음에야 통보한 배경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노후도 기준·용적률 완화 권한 쥔 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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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 2차 안전진단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이 전담하지만 그 이전 단계인 1차 안전진단은 자치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할 수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진행 과정에서 서울시 권한이 큰 것 못지않게 각 자치구의 역할도 적잖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오 시장뿐 아니라 새로 당선한 상당수 구청장이 재건축·재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서울 도시정비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의 의석수 변화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 110석 중 6석을 얻는 데 그친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선 112석 중 76석을 획득했다(그래프 참조). 민주당 의석은 기존 102석에서 36석으로 줄었다. 서울시의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노후도 조건 기준 △용적률 기준 △사업지 내 임대주택 비율 등을 정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의 부동산 정책 관련 상임위원회는 도시계획관리위원회다. 그간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 11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었으나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위원 구성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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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동아DB

오 시장의 도시정비 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와 재개발 구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대표적인 수혜 지역이다.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재건축 사업장 332곳 중 118곳(35%)이 강남 3구에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개포우성1단지 아파트 등이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힌다. 지방선거 전인 3월 서울시가 발표한 ‘2040 서울플랜’에 따라 대규모 개발이 계획된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용산구 이촌동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의 재건축·재개발 추이도 주목된다.

최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존 구역 지정을 포기하고 더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재건축 단지도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 임광1·2차 아파트는 3월 17일~5월 18일 실시한 ‘재건축정비구역 일몰 기한 연장’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할 전망이다. 해당 단지는 2018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안이 통과됐으나 인근 다른 단지보다 임대주택 비율이 높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아파트 소유자들의 결정에 따라 아예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건축 사업을 다시 신청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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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강북구 번동 일대 모습. 뉴시스

“단기간에 급격한 규제 완화 어려워”

단, 서울지역 자치단체장들이 도심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지만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이 갑자기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1만2032채 규모)을 비롯해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현장에서 분양가 산정을 두고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축 자재의 글로벌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 건설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 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공사비 단가를 현실화하는 등 근본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분양가상한제 자체를 손보지 않는 이상 서울시나 각 자치구가 애써봐야 재건축 현장의 갈등을 봉합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5월 30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에 사업 정상화를 위한 중재안을 전달했으나 시공사업단의 수용 거부로 중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도 분양가 산정을 둘러싼 갈등 조짐이 보인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자체가 낮아진 상황을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규제 완화로 타개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에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던 이유가 구청장이나 시의회 때문은 아니었다”면서 “(규제 완화를 위한) 최종 권한은 결국 중앙정부와 국회가 쥐고 있으며, 자칫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급격한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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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3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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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은 기존에 있던 대규모 사업인 도시정비형 재개발(옛 역세권 시프트)과 소규모 재개발인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나뉘었다. 여기에 지난 2년간 공공재개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5가지 사업이 더 생겼다. 신속통합기획의 경우 엄밀히 이야기하면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시키는 보조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재개발 사업은 대개 민간인 조합이 사업 운영 주체인 시행자가 된다. 사업 순서는 ‘정비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이주→철거→건설→준공’으로 이어진다. 기존 사업 방식을 계승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은 이 순서를 따르지만 다른 4개의 사업은 시행자가 공공으로 바뀌거나 인센티브를 받아 인허가 기간 등이 단축되면서 사업기간이 줄어든다.
원주민들은 공공성을 띤 사업에 관심이 많다. 사업성을 높여주는 각종 인센티브로 개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용적률 인센티브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없어지면 일반분양만으로 사업비 충당이 가능할 수 있다. 원주민 입장에서 돈 안 드는 주거환경 개선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개발을 기피하는 이유는 부담금이 없어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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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관청인 국토부나 서울시도 고민이 많다. 투기세력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분양권 기준이 되는 권리산정일을 앞당기거나, 재개발 후보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공공성 강조가 무조건적인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변창흠 장관이 제안한 공공직접시행 방법은 공공이 사업의 모든 부담을 떠안고 원주민에게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반면 관련법 마련이 흐지부지되자 사업 자체가 공중분해 위기다.
사정이 이렇자 현형 민간재개발에서 인허가 기간(5→2년) 단축으로 사업속도를 높인 신속통합기획이 가장 환영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21개 지역을 선정한데 이어 매해 지구 지정을 해 재개발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신속통합기획처럼 오세훈 시장이 낸 주택 정비사업 아이디어가 모아타운이다. 이 사업은 최대 10만㎡ 이내 지역을 통합해 진행하는 소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로 종상향 및 층수 규제 완화(15층 이하)와 지하주차장 통합설치와 녹지시설, 사업비 최대 375억원 등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구역지정부터 준공까지 기간을 약 2~4년 정도로 내다본다.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에 모아타운에 관심을 갖는 지역이 늘고 있다.
김현미 장관 시절 5‧6대책에서 나온 공공재개발도 사업비 고민이 많은 지역에 긍정적인 정책으로 손꼽힌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으며 임대주택 공급을 전 세대수의 20~50%까지 약속하는 대신 법정상한용적률의 120%, 최대 35층까지 적용 가능해 일반분양을 그만큼 늘릴 수 있다. 공적인 역할을 강조한 만큼 주택도시기금이 총 사업비의 절반까지 연 1.8%로 자금을 지원하고, 동일금리로 조합원 이주비를 보증금의 70% 수준까지 지원하는 인센티브도 있다.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제외한 신규 재개발 정책은 도입 기간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에 집중돼 대부분이 아직 후보지나 시범사업 단계다.

앞서 2012년 박원순 시장 재임시절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해제된 재개발 구역은 총 316곳이다. 이 중 동북권이 133곳으로 가장 많고 서남권 89곳, 서북권 48곳, 도심권 25곳, 동남권 21곳 등이다. 서울시는 이 중 170여곳의 건물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 재개발 구역은 총 69곳이며, 이 중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되는 사업시행인가 이후 지역은 26곳이다.
현재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뉴타운 해제 지역이 몰려있는 동대문구, 성북구, 강북구 등 동북부쪽이다. 이 지역은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 산이 자리 잡고 있어 자연 경관 보호를 위해 높은 건물을 짓기 쉽지 않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이 필수적인데 그 자체가 막혀있는 경우가 많다.
동북부 지역은 강남, 종로, 여의도 등 서울 3대 중심업무지구에서 멀어 교통망이나 문화시설 측면에서도 소외된 게 사실이다. 서울시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동북선(2024년 개통 목표), 강북횡단선(2028년), 면목선(2029년) 등이 완료되면 주거지로서의 매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호선 급행은 19일 개통돼 남양주 진접에서 서울역까지 50분대 이동이 가능해졌다.
사업성 측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은 한강을 끼고 있는 동작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이다. 동작구는 2000년대 들어 흑석뉴타운 사업으로 아크로, 푸르지오, 롯데캐슬, 센트레빌 등 유수의 브랜드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송파‧강남‧서초구 등과 함께 강남 4구로 불린다.
진행 중인 11개 재개발 사업 중 4곳을 제외한 재개발 구역이 이미 본궤도에 들어선 사업시행인가 이후 단계다. 현재 추진위원회 단계인 흑석1재정비촉진구역을 제외하면 10년 안에 상전벽해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구와 성동구의 재개발 사업지는 한강을 낀 고층 아파트로 조성하면 사업성이 월등히 높아질 전망이다. 용산구 이촌동의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나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처럼 랜드마크 단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조합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관심이 높다. 용산구는 윤석열 당선인 공언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건으로 일부 주민들은 사업 차질을 우려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비사업에 큰 문제가 초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악구는 올해 5월 신림선 개통을 앞두고 인근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 지역에 위치한 재개발지인 신림1재정비촉진구역은 지난해 12월 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13년간 멈춰있던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지이기도 한 신림1구역은 용적률을 최대로 받아 전체 가구 수가 2886가구에서 4192가구로 늘어 사업성이 월등히 높아졌다.
인근 신림2재정비촉진구역은 이주에 들어갔고, 신림3재정비촉진지구는 철거를 마치고 착공 준비 중이다. 최대 10년 안에 각 재개발 단지가 완공 수순을 밟으면 주변이 완전히 탈바꿈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재개발 사업 본격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를 통한 구역 발굴 등을 약속했다. 최근에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도시재생지역이었던 창신동과 숭인동까지 지정하며 재개발 보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