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해야 할 때 - sagwahaeya hal ttae

올바르게 사과하는 방법 5가지

스스로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한 것을 알아도 그 일로 사과를 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사과하면 얼마든지 넘어갔을 일도 흐지부지하려 하거나 변명을 하면 자칫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즉 우리의 사과가 실패하는 이유는 '사과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동기과학센터 부소장이자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의 저자인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이 들려주는 [올바르게 사과하는 방법 5가지]입니다. 올바른 사과는 갈등을 해결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회복시키며 용서를 이끌어내고 관계를 개선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과해야 할 때 - sagwahaeya hal ttae

올바르게 사과하는 방법 5가지

 1  정당화하지 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과를 하면서 자신을 강조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어", "난 사실 이렇게 하려고 했어", "난 몰랐어", "내가 왜 그랬나면"이라는 등 자신의 의도, 생각, 감정을 계속 들먹이는 것이다.

당신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상대방은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오로지 초점을 상대에게 맞춰 사과해야 한다.

올바르게 사과하는 방법 5가지

 2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당신 잘못 때문에 그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의 기분이 어떨지,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그가 당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그의 상처가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함이 없도록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

 3  상대의 감정과 가치관을 인정하라

상대가 자존심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 그에겐 자신을 긍정해 주는 신호가 필요하다. 그의 감정을 인정해 주고 그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준다면, 당신이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고 관계를 개선하는 일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4  '우리'라는 인식을 회복하라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상대를 부당하게 대우하면, 신뢰가 깨질 뿐 아니라 둘 사이에 형성돼 있던 '우리'라는 인식이 손상된다. 당신과 그가 공유하는 과거 경험, 둘의 공통점, 공통의 목표 등을 상기시켜라. 당신과 그가 한 배를 타고 있고, 당신은 그 배가 다시 위태로워지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라.

 5  상대에게 적절한 방식을 택하라

결혼기념일을 깜빡해서 배우자에게 하는 사과와 지하철에서 옆사람에게 커피를 쏟아서 하는 사과는 두말할 필요 없이 다르다. 어떤 식으로 달라야 할까? 효과적인 사과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사과의 표현과 방식을 다르게 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양복에 커피 얼룩이 생긴 사람은 '보상을 제안받기'를 원한다. 즉 낯선 사람이나 그저 얼굴만 아는 사이라면 보상은 피해를 상쇄하고 균형을 회복하는 길이다. 하지만 상대가 연인이나 배우자, 동료, 친구라면 '공감'의 표현을 건네야 한다.

당신이 동료에게 프로젝트의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또는 배우자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 그들에게 금전적 보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정말 미안해. 기분이 많이 상했지?"라는 공감의 표현을 해주어야만 상대는 이해받고 존중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것이며 신뢰도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이상, 올바르게 사과하는 방법 5가지입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사과해야 할 때 - sagwahaeya hal ttae

Enjoy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네 탓이야”라는 말 때문에 속상하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교통이 혼잡해 약속에 늦었어’란 변명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자기 경험을 돌아보면 실제 차도 막혔지만 출발 자체가 늦은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내 탓’이 있는데 다른 쪽으로 탓을 돌리는 것에 우리 마음은 익숙하다. 내 평판이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어 수단이기 때문이다.

‘내 탓’보단 그럴 듯한 ‘남의 탓’을 빠르게 찾아내어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프로그램이 우리 마음에 있다. 달리 말하면 ‘내 탓이요’보다 ‘네 탓이다’가 더 본능적인 생존 반응인 것이다. 그래서 ‘내 탓이요’라고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합리화도 깨뜨려야 하고, 잘못을 인정했을 때 자신의 평판이 떨어지는 두려움도 견뎌야 한다. 본능적으로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마음에 브레이크를 밟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한 셈인데, 그렇지 않으면 남의 탓만 하는 인격으로 살 수 있다.

살다 보면 사과할 일이 생기게 된다. ‘미안해요, 죄송해요’란 말, 인사말 다음으로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미안해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쉽게 잘 하는 사람이, 사과란 말이 입에서 잘 안 떨어지는 사람에 비해 사회생활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쉽게 미안하단 말을 남용하는 사람을 보면 더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매번 약속 시간에 늦으며 그때마다 쉽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는 친구에 대해 좋은 생각이 들기 어렵다. 미안하다는데 화낼 수도 없어 짜증날 수 있고, ‘상대방에게 미안하면 그 행동을 반복하지 말아야지’란 생각도 들며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감마저 줄어든다.

사과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과할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화위복이라 상대방에게 잘못을 했어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그 사람이 나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재발 방지 약속과 보상사과의 4가지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첫 단계는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것이다. 둘째 단계가 “오늘 잘못은 내 책임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셋째 단계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재발 방지를 먼저 약속하는 것이다. 넷째 단계가 보상이다. 사과에 대한 마음을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로 표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면 사과할 일이 생겼다면 우선 ‘미안하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내 탓이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할게’란 말은 사과가 아닌 공격이다. 내 잘못을 모르겠으니 상대방에게 내 잘못을 찾아보란 이야기다. 이런 말로 사과를 시작하면 상대방 마음은 더 상하기 쉽고 타이밍도 놓치게 된다. 기왕 사과를 할 거라면 즉각적으로 ‘미안하다, 내 탓이다’라고 하는 것이 상대방 마음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다시는 이런 실수 없을 거야’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사과가 더 진실해진다. ‘내 탓이다’라고 해 놓고는 그 실수를 반복하면서 사과만 하는 사람을 신뢰하긴 어렵다. 실수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은 내 마음도 다시 한 번 챙기게 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실제 그 약속을 지켜 나가면 잘못은 했어도, 약속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져 시간이 가면서 오히려 나에 대한 신뢰가 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이번 실수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까지 약속하면 더 사과가 묵직해진다.

가벼운 예를 들어 보면, 친구와의 저녁 약속을 당일 날 어기게 됐을 때 우선 “미안해. 사정은 있지만, 결국은 내 잘못이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당일 날 이런 일이 없도록 내가 약속시간을 더 잘 챙겨볼게.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이야기해줄게”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그리고 “오늘 약속을 어겼으니 다음 저녁은 내가 맛집에서 쏠게”라고 보상으로 마감한다.

여기서 새로운 약속 날짜를 잡을 때 오늘 약속을 어긴 것이 미안해서 급하게 “내일 어때” 하는 것보다는 여러 개의 날짜를 주고 상대방이 선택하게 하면 좋다. 우리 마음은 선택의 자유로움이 증가할 때 상대방이 나를 아낀다고 느낀다. ‘뭐 먹을까 물어봐 놓고는 항상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상사가 힘들다’는 직장인들의 불만 사연이 꽤 많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것보다 선택의 자유를 힘으로 독점하는 것이 힘든 것이다. 상사도 손해다. 점심 값 내주며 구성원들의 마음을 잃기 때문이다.

윗사람이나 친구에게 하는 사과보다 어려운 것이 자녀나 후배에게 하는 사과다. 내 힘이 약해지면서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이다. 그러나 적절한 사과는 상대방이 자신의 가치를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갖기에 상대방의 자존감을 튼튼하게 해주고 관계도 더 돈독하게 한다.

가까운 지인에게 상처를 받은 33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상처를 주었던 당사자가 사과나 보상 등 화해의 언행을 보였을 때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가치 지수가 증가하고 그 사람이 나를 또 괴롭힐 것이라는 인식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화해의 언행은 용서의 마음을 가져다주고 가해자에 대한 분노감도 줄여주었다.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겠는가, 내지는 나를 분노케 한 저 사람의 사과를 받는다고 해서 내 마음이 얼마나 풀릴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뇌에는 상대방이 화해를 요청할 때 적극적으로 반응하려는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는 셈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7호(2019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