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아웃 4 dlc 추천 - pol aus 4 dlc chucheon

   지난 8월 30일. 폴아웃4의 마지막 DLC(현재까지 알려지기로는)인 누카월드가 팬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발매 되었다. 여지껏 유저 모드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했었을 워크숍DLC들을 줄줄히 내놓았던 폴아웃4였기에 더더욱 사람들의 관심은 집중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폴아웃의 매력적인 포스트-아포칼립스 세상 속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하고 싶은 것은 폐지 줍고 고철 모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야 얼핏 매한가지로 보이지만 그 속에서 핵전쟁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터져버린 탓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어디 하나 나사가 빠져버린 듯한 그런 세계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 플레이어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이전 작이었던 뉴베가스의 DLC들에 대해 열광했던 것이다. 본편에 나오는 시저의 군단에서 전설로만 들려오던 군단장 조슈아를 직접 만나게 되는 어니스트 하츠.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하이퍼 테크놀로지를 마음껏 선사해주던 올드 월드 블루스. 핵전쟁 이전과 이후에도 변함이 없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이로 인해 빚어진 비극이 잠들어 있는 시에라 마드레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데드 머니.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배달부의 지난 행적에 대한 암시와 폴아웃 시리즈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문구인 War... War never changes 에 대한 고찰의 마무리를 지었던 론섬 로드까지. 미국 서부 황무지에 얽힌 이야기를 실컷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뉴베가스때의 DLC들이었다.

  그러나 폴아웃4에 와서 이게 왠 걸. 스토리 DLC라고 할 만 한 것이라고는 파 하버 딱 1개 뿐이었다. 파 하버의 완성도는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본 편에서 끊임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됬었던 신스와의 공존이란 문제에 대해 레일로드 따위보다 더욱 진실성있게 질문을 던져왔기 때문이다. (본편을 하는 내내 레일로드의 퀘스트보다도 함께 동행했던 동료 퀴리의 존재가 신스에 대한 판단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는게 어이 없을 따름.) 시즌패스로 제공받는 DLC가 누카월드 이전에 무려 5개인데 이 중에서 스토리 중심의 DLC는 파 하버 단 하나 뿐이다. 이러니 폴아웃4를 즐기는 유저들이 누카월드가 나오기 전까지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에 목말라 했을까?

  오피셜 트레일러가 공개 되고나서 나는 행복한 기대감에 빠져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했던 뉴베가스의 DLC가 올드 월드 블루스였던 만큼 영상 속에서 보여지는 수상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요상한 테마파크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폴아웃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음료수인 누카콜라. 그 누카콜라가 주 컨셉이 되는 테마파크라고라고라? 이 거 참 군침 도는 DLC일세. 저번의 파 하버도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나와줬으니 이번에도 조금은 기대해도 되겠지! 누카콜라로 망쳐봐야 뭘 얼마나 망쳐놓겠어?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기대 이하였다. 처참한 평점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인가. 기대했던 것처럼 역시 정상적인 놀이공원은 아니었다. 메인퀘스트 초중반까지 탐사하게되는 놀이공원 내 테마존들은 각각의 특색이 뚜렷했고 그 장소에 얽혀있는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맵을 꼼꼼히 뒤지면 나오는 각종 문서들을 불편하기 그지 없는 인터페이스를 극복하고 꼬박꼬박 읽어보면서 실소가 터져 나오는 재미가 있었다. 

폴 아웃 4 dlc 추천 - pol aus 4 dlc chucheon

테마존들의 풍경(출처 : fallout.wikia.com)

  그리고 그 실소가 누카월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모든 것이었다. 얄팍하고 쌈박한 맛만이 감도는 DLC. 정작 레이더들과 관련된 메인스토리는 전혀 공감도 가지 않는 내용인데다가 그 내용엔 깊이조차 없었다. 분기라고 할 만 한 퀘스트가 있긴 했지만 순전 단선 진행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싱겁기 짝이 없는 분기였다. 한 줄로 요약하라면 할 수도 있다.

  3개의 파벌로 나뉘어 등장하는 레이더들은 언뜻 각 파벌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개성있어 보일 수는 있으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 인륜을 저버린 짐승과 같은 무리들이란 본질적인 면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애시당초 레이더들에게 뭘 기대했던걸까) 하다못해 세 파벌씩이나 나오니 각 파벌마다 내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사이드퀘스트라도 존재하나 기대했지만 그런건 없었다. 본편의 주요 세력들 마다 반복적으로 주는 퀘스트가 있듯이 세 파벌에서 받을 수 있는 퀘스트는 그러한 반복 퀘스트 뿐이었다. 아무런 내용적인 가치가 없는 그런 반복 노가다성 퀘스트.

  이와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이전 DLC인 파 하버다. 파 하버에서도 비슷하게도 세 파벌이 나온다. 원자교단, 파 하버 마을, 아카디아가 그들이다. 주요 스토리라인은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세력들 사이에 주인공이 어떠한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지만 이 메인 퀘스트 외에도 각각의 세력들의 내부 사정을 짐작할 수있는 사이드퀘스트가 온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의 소원수리, 원자 교단 내부의 아이러니 등등. 이를 통해 해당 파벌에 대한 나의 판단을 굳히고 이를 메인 스토리를 어느 방향으로 진행시킬지 결정하는데 반영할 수 있었다. 누카월드와는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다.

  누카월드 DLC를 만든 제작자들은 어느 쪽에 중심을 두고 게임을 제작해야 할지 큰 혼란을 겪기라도 한 것인가? 본편에서 커먼웰스의 수호자였으니 DLC에서는 돌아온 탕아처럼 레이더들의 수장이라는 파격 변신을 해보자로 DLC의 첫 운을 떼어 놓고서 누카 월드를 탐사하는 단계를 제작할 때 자신들이 구상한 누카월드의 매력을 발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느라 레이더와 함께한다는 생각은 깡그리 잊기라도 한 것 같다. 그리고 누카월드에 대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싶은 결말부 구상에 이르러서야 깨달은 것이다. 레이더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에 레이더들의 사는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는 것을.

  글을 쓰다 보니 안타까움에 분노가 차올라 자판을 두들기는 속도가 빨라졌던 것을 조금 마음을 가라 앉히고 누카 월드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1. 지역을 탐사하는 재미는 여전하다. 허허허... 미친X들이 너무 많아서 핵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어도 이미 망조가 든 세상인 것을 재차 확인했다.

2. 퀘스트 따위는 지역 탐사를 위한 맵마커 표시로서 나를 거들 뿐. 스토리에 1g도 관심이 가질 않는다. 공감조차 안된다.

3.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수집 요소 추가는 적당히 합시다. 스타 코어 35개, 누카 콜라 믹스 레시피 15개, 메달리온 7개, 캐피 그림 10개... 구와아아아악 ㅡ 그만해.. 심지어 버그 때문에 수집안되는 템도 있어...1

유저들 사이에서는 누카월드가 마지막 DLC이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스토리 위주의 DLC가 하나 더 나왔으면 한다. 이 게임을 더 즐기고 싶다는 그런 욕망에서 DLC가 나왔으면 하는 것이 아니다. 팬으로서 누카월드로 폴아웃4의 막을 내리면 폴아웃 시리즈에 대한 신뢰가 박살이 나버릴 것 같아서다. RPG게임으로서는 전작들에 비해 퇴보한 폴아웃4지만 분명히 개선된 점도 존재한다. 풍성해진 동료 상호작용과 적 AI개선으로 인해 다이나믹해진 전투 등 미워만 하기에는 이쁜 점도 보이는 것이 지금의 폴아웃4이다. 그렇기에 이 후의 시리즈에서 더욱 높은 완성도의 게임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 아낌 없이 내 지갑을 열 수 있는 게임 중 하나로 남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믿고 미리 구매한 상품의 구성품 6개 중 5개가 불량품인데다가 추가 기획도 없다면 그들이 만들어 낼 후속작에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 수 있을지...  지금으로써는 고개만 절레절레 하게 된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잘 만들어진 스토리 DLC가 하나만 더 추가 된다면 그들을 한 번 더 믿어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p.s 최적화 문제도 좀 해결해주면 안될까 ^-^....ㅎㅎ....젠장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