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비공개 일기 - neibeo beullogeu bigong-gae il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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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리운 순간은 있다. 나의 경우는 초등학생 시절이다. 초등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천진난만함, 호기심, 장황한 꿈도 그립지만 나는 그 시절 친구와 인터넷으로 소통하던 방식들이 그리웠다. 친구와 그림을 그리고 블로그에 올려 서로 코멘트를 남겼었고,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블로그에 설명하는 글을 남겼었고, 관심사에 대한 정보 또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얻었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SNS 플랫폼은 점점 긴 글 형식의 블로그가 아닌 간단한 2~3줄의 말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의 단편적인 사진들, 짧은 동영상들만 올리는 형태로 바뀌어갔다. 친구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점점 5줄 내외로 간단히 요약한 형식으로 바뀌어갔고, SNS에 올라가는 사진들은 내 내면을 보여주기보다는 내 외면적인 모습들만 비추게 되었다. 내 SNS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이지만, 나에 관한 내밀한 부분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중학교 2년 동안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공허함을 느끼고 당시 친구들이 제일 많이 하던 SNS인 페이스북을 탈퇴하였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보다 오히려 중학생, 고등학생 때 SNS를 거의 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나처럼 사진 위주의 SNS에 공허함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인지 요즘 2030세대를 나타내는 표현 중 '살코기 세대'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기름기를 쫙 뺀 살코기에 비유하는 신조어인데,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최소화 하려는 성향을 지닌 세대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자랑보다는 기록을 우선시하는 블로그의 유행이 다시 돌아오는 추세이다. 블로그는 다른 SNS에 비해 분량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사진 수도, 글자 수도, 주제도 제한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기록용, 포트폴리오용, 정보공유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블로그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글을 보는 대상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야 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비공개 계정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블로그는 정말 친하고 나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만 본다. 그리고 나 같이 너무 개방된 SNS는 부담스럽고 적당한 관심은 원하는 소심한 관종에게 '모두 공개', '서로이웃에게만 공개', '비공개'라는 3가지 공개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블로그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편안한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적합하다. 특히 블로그는 Z세대에서 유행처럼 번진 '갓생 살기'와도 맞물려 있다. 좋다는 뜻의 '갓(God)'과 '인생'을 합친 '갓생'은 '열심히 노력하며 산다'는 의미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머물러 있고, 코로나 블루가 지속되자 자신이 생각하는 '갓생'의 방식을 공유하고 실천하며 인증함으로써 성취감을 얻는 Z세대가 늘어났다.

'요즘것들'이라고 불리며 디지털 DNA를 탑재해 온라인시대를 살아오던 밀리니얼 세대가 깔아놓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훌륭한 디지털 놀이터이다. 그러나 단편적인 나의 모습들만 보여주고 나 자신을 브랜딩하기에 바쁜 SNS로 변질되어버렸다. 이제는 진솔하게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하루를 정리하는 진정성 있는 SNS 소비를 해야 할 때이다. 오늘도 나는 한 달을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블로그를 쓰고 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나 블로그 일기 썼는데 볼 사람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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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블로그로 돌아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다. 게티이미지

블로그는 산책 길에서 만난 다람쥐, 수업을 듣다가 본
예쁜 구름, 엄마 아빠랑 밤에 해먹은 야식, 그래서 살 빼려고 하는 운동 등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공간이에요.
손 일기의 전자화랄까요.

이혜원씨(25)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블로그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세대 사이에 '소소한 일상을 기록' 하려는 유행이 생기면서 잊히는 듯했던 블로그가 각광 받고 있는 것.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장이자 타인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놀이터로 삼고 있다.

자랑에서 ‘기록’으로…나만의 일기장이 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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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의 슬로건도 '기록이 쌓이면 내가 된다'로 기록을 강조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에 따르면, 2021년 새로 생성된 블로그 수는 2020년보다 7.14% 증가한 약 200만 개로 집계됐다. 이러한 블로그 열풍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전체 네이버 블로그 운영자 중 약 70%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5월 진행된 '오늘일기 챌린지' 당시에는 MZ세대 참여자 수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예쁜 사진으로 '자랑'하는 것이 아닌 글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하는 MZ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영상을 접한 세대가 사진과 영상보다는 글 위주의 플랫폼을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기록'이다. 현재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고 있는 이혜원(25)씨는 유학생활 중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지난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 후 1년 넘게 소소한 일상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나의 블로그는 남들에게 나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기록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SNS처럼 누가 봤는지 혹은 '좋아요' 개수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안 좋은 일도 가감 없이 적고, 스스로의 감정에 더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일기 쓰고 있는데 그거 볼 사람? 안 봐도 상관 없고, 봐 주면 고맙고!' 하는 마음이라고.

블로그를 꾸준히 하며 기록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3년째 블로그를 이용 중이라는 이채원(22)씨는 "어떤 일을 하며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적어 두면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활동과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면 나중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블로그 자체가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매일 자기 전 블로그에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 다행이라는 그는 "블로그는 누가 보든 말든 내 기준에서 내 일상과 생각,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블로그는 남들에게 보여주기식 기존 SNS에 지친 MZ세대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좋은 순간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일상과 생각을 남기는 것을 택한 것이다. 지난해 가을 블로그 문을 연 서채완(22)씨는 "예쁘게 나온 사진만 남들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순간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SNS와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지쳐 자신만의 소박한 공간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서로이웃' 공개…적절한 거리감으로 편안한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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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서로이웃'으로 설정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일상을 공유하거나, 혹은 낯선 사람과의 소통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게티이미지

요즘 2030세대를 나타내는 표현 중 '살코기 세대'라는 말이 있다. 기름기를 쫙 뺀 살코기에 비유한 신조어인데, 불필요한 인간 관계를 최소화하려는 성향을 가리킨다. 물론 이것이 모든 MZ세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담백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려는 청년들은 확실히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지인이 볼 수 있는 SNS가 아닌 자신이 설정한 바운더리 안의 사람들 '서로이웃'에게만 자신의 가감 없는 일상을 공유한다는 말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채원씨는 대부분의 글을 서로이웃 공개로 작성한다며 그 안에서 자신의 '티엠아이(TMI·Too Much Information)'를 마음껏 보여준다고 말한다. 다른 SNS의 모든 팔로워들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차단하기보다는 더 편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다른 공간을 만들어 서로이웃들과 담백한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타인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블로그를 편안하게 느끼는 이유이다. 7년째 블로그를 운영 중인 임지영(25)씨는 관계 맺고 끊음에 있어서 자유롭다는 점을 블로그의 장점으로 꼽았다. 블로그는 다른 SNS보다 소통하는 느낌이 아닌 혼자 꾸려 나가는 느낌이라 의무적으로 교류하지 않아도 되니 관계가 무겁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성 안에서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위로와 응원을 받기도 한다. 서로 모르는 타인들과 느슨한 연대감을 갖고 오히려 편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임씨는 "오히려 지인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일기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낯선 사람들에게는 보여줄 수 있다"며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낯선 이에게 다가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채완씨는 알바를 구하거나 교환 학생을 준비하며 생긴 고민들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얼굴도 모르는 블로그 이웃에게 응원을 받았다고 한다.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데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먼저 해보고 후회하라'는 응원을 많이 남겨 주셔서 힘을 얻어서 알바도 지원했다"는 서씨는 "지금 아르바이트도 블로그 이웃들 덕분에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 또한 서로를 잘 모르지만 항상 응원을 남겨 주는 이웃들이 있어 힘이 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는 "내 일상을 보고 팬을 자처해주시고 롤모델로 삼아 주시는 분들도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나를 기록하면서 서로에게 자극도 되고 도움도 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 마음대로 꾸미는 나만의 자유로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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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각자의 취향과 선호를 담은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게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것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블로그는 다른 SNS보다 개인이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하고 꾸밀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오히려 요즘 SNS보다는 2000년대 초반 직접 미니홈피를 꾸밀 수 있었던 '싸이월드'와 더 가깝다. 미니홈피와 같이 블로그라는 자신만의 공간을 사진과 글씨체, 크기, 목록 등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그렇기에 블로그는 저마다의 특색과 취향이 담긴 공간이 된다.

게시물과 게시판에도 별다른 제한이 없다. 형식과 분량에도 제한이 없어 자유롭게 사진이나 영상들을 붙이고, 긴 글을 작성할 수도 있다. 이혜원씨는 "사진 수도, 글자 수도, 주제도 제한이 전혀 없는 곳에서 전체공개, 서로이웃 공개, 비공개 등의 공유 범위를 설정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임지영씨는 정해진 형식이나 주제가 없어 원하는 글을 무엇이든 쓸 수 있다며 "자유롭게 사진을 첨부해서 일상 기록도 하고, 가끔은 추천하고 싶은 카페나 식당 후기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 또한 각 글마다 공개 범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더 자유로운 공간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공개 글에서는 스스로만 보는 솔직한 글도 쓰고,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포함된 조금 더 친밀한 이웃공개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글을 보는 대상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에 맞는 게시판 목록을 마음대로 형성할 수 있어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재미도 있다고 전했다.

정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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