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독재 후기 - jib dogjae hugi

안녕하세요! 저는 2019, 2020 수능을 치룬 문과 재수생입니다.

재수 전 집, 독서실 독재에 대해 알아볼 때 온통 독학재수학원 광고와 ‘독재는 삼수의 지름길’ ‘독재는 무조건 망한다 하지마라’ 이런 글밖에 없어서 참 막막한 상태로 시작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 때 제 마음을 다잡아주었던 것은 ‘제 친구의 아는사람의 도서관 독학재수 성공기’였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그 분의 성공 사례는, 저의 독재 기간동안 ‘제대로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기뻐서 7년째 흑역사와 현타를 무릅쓰고 이 공부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저의 독학 재수 사례가, 독재를 앞두고 막막했던, 작년의 저와 같은 누군가에게 소소한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제 경험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작년에 나에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덜 고생했을텐데 ㅠㅅㅠ) 제 글을 100% 맹신하지는 마시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하나의 참고 케이스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독학재수를 앞두고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다음 수능에서는 저보다 훨씬 더 대박나세요!!!ㅋㅋ

독학재수 시리즈는 위의 게시글에 달아주신 덧글을 바탕으로 작성할 예정이에요! 원하시는 주제가 있으면 위의 링크 게시글에 덧글로 알려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

Prologue (tmi 주의)

자신의 재수를 미리 예견했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만은 - 재수를 하는 사람이 모두 그렇듯, 사실 나는 내 인생에 재수는 절대 없을 줄 알았다. 나를 포함한 가족 중에 대학 타이틀에 목숨거는 사람도 없었고,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 해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현강과 자료에 펑펑 돈쓰며 한 번 더 공부할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대학보다도 내 미래의 꿈을 이루며 사는 라이프에 더 관심이 많았기에 ‘나를 가장 잘 성장시켜줄 대학교로 가자’주의였다. (물론 좋은 대학이면 더 좋았다ㅎㅎㅎ)

그러나 수능을 잘 볼 줄 알고(??!) 대부분 상향으로 썼던 수시 다 떨어지고, 전과목이 평소보다 참 골고루 떨어진 처참한 수능성적표를 받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많은 눈물과 함께..흙)

특히 내가 미쳐서 발로 푼건 아닐까 의심스러웠던 수학 성적(고3 9월모의고사보다 정확히 29점 떨어졌다)을 보고 도저히 내가 이점수로는 대학을 못가겠다 싶었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공부에 들여왔던 노력과 시간을 시험 한번에 모두 배신당하는 느낌이었다. 내 노력을 제대로 반영 한번 못한 이 결과로 대학을 가는 건 너무 억울해서 앞으로의 인생에서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것만 같았다. 이 글에는 이렇게 압축적으로 썼지만 사실상 두 달 가까이 정말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정시로 붙은 대학들 버리고 2019년 2월 중순부터 집에서 독학재수를 시작했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앞당겨 이야기 하자면, 작년 수능은 누적백분위 약 15%대, 올해 수능은 누적 백분위 약 2%대의 성적을 받았다. (과정은 나중에 포스팅 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감이 잘 안잡히지만 조금이라도 알아보면 저 13%의 차이속에 정말 얼마나 많은 대학들이 있는지 놀랄 것이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선후배님들도 이 블로그 보러 오던데 작년 수능성적이 너무 부끄럽다...ㅠㅠ 모른척해주세요..ㅎㅎ

작년, 올해 수능 성적표는 공개하지 않겠다. 이곳은 지인들이 많이 오는 공간이며, 그들 사이에서 내 구체적인 성적에 대한 말이 오가는 것은 싫다.

다만 입시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백 15%대에서 2%대라는 대략적 퍼센트로 어느정도 내 성적과 위치 변화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니, 그정도로만 밝히겠다.

(거짓말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만 모든 성적을 다 알고 계신 제 부모님도 보시는 공간에 거짓말을 올리지는 않습니다ㅎㅎ)

0. 독학재수 시작 전 생각해볼 것들

일단, ‘독학재수를 해볼까?’ 라는 생각에 이 포스팅에 들어온 당신의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재수는 누구도 결과를 보장할 수 없기에(통계상 오르는 경우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한번 이렇게 해볼까나?’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했다가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작년 이맘때쯤의 나는 ‘재수 성공률도 저렇게 낮은데 독학재수는 얼마나 더 낮을까’라는 불안감에 쫄아 오랜기간 내가 정말 이걸 해도 될 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었다. 당시에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 과정은 나에게 독재의 이유와 목표를 명시적으로, 또 확고히 스스로에게 각인시킴으로써 1년동안 꾸준히 전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던 것 같다.

포스팅 신청 글에 “독학재수 시작 전에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좋을까요?”라는 댓글이 달렸었는데, 자신이 왜 독학재수를 하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1,2월달처럼 재수 극초반에 책 한글자 더 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나중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선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몇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1년 전 했던 답들이다.

1) 나는 왜 재수를 선택했는가?

1. 2, 3학년때 아파서 (2학년땐 무릎 인대 손상으로 한쪽 다리 1년간 통깁스, 3학년땐 만성위염) 제대로 공부를 못했기에 항상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미련이 남았고, 이를 해소하고 싶다.

2. 평소보다 훨씬 낮은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을 가기에 너무 억울하다.

3. 재수를 하지 않고 정시로 붙었던 대학은 내 꿈 관련 지원이 너무 적다.

4. 나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하고 싶다.

2) 왜 ‘독학재수’를 선택하려 하는가?

1. 단체로 공부하는데에서 오는 스트레스성 만성 위염이 너무 심해 혼자 맘편히 공부하고 싶다.

2. 재종은 너무 비싸서 부모님께 죄송하다.

3. 학원 수업 뺑뺑이보다 자습을 통한 효율적 공부를 선호한다.

3) 재수의 목표는 무엇인가?

1. 일년을 돌이켜 봤을때 나는 이번 1년에 대한 후회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공부하기

2. 현역때 썼던 수시보다 대학 잘가기 (너무 무리한 목표였다)

4) 나는 독학재수의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재수를 시작할때까지 잘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당연히 견디지 외로워도 극복하면 되지 나는 최고니까’ 라고 ‘세뇌’시켰다.ㅋㅋㅋㅠㅠ 실제로는 가족들 덕분에 외로움에 대한 엄청 큰 고비는 없었다. 자잘한 고비는 많았다.ㅋㅋ

5) 스스로를 장기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1. 일기를 쓰기로 했다. 평소에 일기를 자주 쓰는 성격은 아니지만 독재하다보면 대부분의 일과 중 말을 걸 사람이 나 자신 밖에 없어서 내면과의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풀어질 때마다 일기에 스스로를 꾸짖기도 하고 책상과 방에 포스트잇으로 덕지덕지 할 말을 붙여놓고 정신을 다잡자고 생각했었고 실제로도 비슷하게 했다.

2. 가족의 도움 받기

통제가 안될 때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집독재의 최고 장점 중 하나다) 실제로 휴대폰 관리, 늦잠 퇴치등 많은 부분에서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다.

6) 슬럼프가 왔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가?

이건 자신 있었다. 고등학교 3년동안 타지에서 기숙생활하며 산전수전 다겪고 특히 오랫동안 아팠을 때 학교에서만큼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혼자서 감내해야 했기에 어느정도 단련이 되어 있었다.

7)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재수 시작할때 아예 다짐했다.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이것을 끝으로 받아들이자고.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일단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밤 집에서 책을 덮으며, 독서실에서 나와 12시에 집에 가며, 나는 오늘 최선을 다했는가?를 질문했다. ‘응’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에는 제티 한 잔 타먹으며 밤을 즐겼고 ‘아니’라고 대답한 날에는 자기 전 초심잃지 말자 내일은 꼭 최선을 다하자를 되새기며 잠이 들었다.

8)비용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나는 감사히도 부모님이 지원해 주신다 하셔서, 대학가서 장학금 받고 다니는 조건으로 지원받고 재수를 시작했다. 그래도 좀 죄송해서 모아왔던 돈과 재수 전 했던 과외비로 1년간 책값은 스스로 충당하고자 했다.

+) 2020.12 오랜만에 글을 읽으며 덧붙이자면, 나는 정말로 대학에서 성적 장학금과 외부 장학금을 통해 학비와 생활비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ㅎㅎ

+) 2021.11 올해 1학기부터(2-1) 졸업때까지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외부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돈을 내고 학교를 다녔던 시기는 1-1뿐.ㅎㅎ

1. 집/독서실 독학재수를 추천하는 성향

자신의 성향에 따라 집/독서실 독재가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기에 마음을 굳히기에 앞서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의 질문에 ‘예’라는 대답이 많은 사람들은 독학재수를 하면 유리할 것같다. 교집합이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교집합이 없다 해서 불리할 건 없다!!! 부족한 부분은 고쳐나가면 되니까:))

1.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피드백 할 수 있는가?

2. 식사시간 외에 하루종일 말을 하지 못해도 버틸 수 있는가?

3.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가?

4. 혼자의 공간에서 풀어지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가?

5. 공부의 동기가 간절한가?

6. 폰, 컴퓨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가?

7. 규칙적인 생활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가?

8. 슬럼프가 왔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가?

9. 공부의 기본적인 베이스(=한 3~4등급 이상 정도?)가 갖춰져 있는가?

10. 학원보다 인강이 더 잘 맞는가?

11. 1년간 음주/연애 없이 지낼 수 있는가?

12. 하루에 오랜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공부할 자신이 있는가?

나는 5, 6, 9, 10, 11, 12 딱 6개만 확실한 ‘예’였고 나머지는 몰라요 혹은 아니오였다.

독재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혹은 힘들다고 느낀 것들만 뽑은 질문들이다. 부정적인 대답이 많다고 절망하지 말 것!! 힘들겠지만 본인의 습관과 행동을 재수 기간동안 새롭게 바꿔 나가면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2. 독학재수의 장/단점

1) 장점

1. 최고의 장점 : 시간이 넘쳐 흐른다.=시간 조절만 잘하면 엄청난 자습시간 확보 가능

2. 유동적으로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다.

3. 가족과 함께한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크다. (집마다 다르게 작용할 수 있음)

4. 재종/독재 학원에 비해 돈이 적게 든다.

5. 아무도 내 공부를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6. 몸이 아픈 경우 케어하기 수월하다. (병원/식단관리 등)

7.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

8. 한두과목만 구멍이 난 경우, 독학재수 + 부족한 과목 단과학원 이 조합으로 가면 재종에 비해 적은 비용에 효율적으로 공부가 가능하다.

2) 단점

1. 최악의 단점 : 스스로에 대한 통제가 무너지면 답이 없다.

2. 공부 방향성에 대해 조언해줄 사람이 없다.

3. 유혹 거리가 너무 많다. (폰, 컴퓨터, 노래방, 피씨방 등)

4. 외롭다. (말 할 사람이 없어서 길고양이와 말하는 나를 보면 비참해진다)

5. 가족이 힘들다.

특히 엄마... 나는 집, 독서실에서 재수할 때 모두 집에서 세 끼를 해결했다. 위가 안좋은 나를 위해 엄마가 매번 식사를 준비해 주셨는데, 이 때문에 엄마는 1년 내내 거의 자유시간을 가지지 못하셨다. ㅠㅠ

6. 질문에 대한 해결이 오래 걸린다(주로 인강 Q&A 게시판, 커뮤니티 등 이용)

7. 커리큘럼, 자료(각종 실모, 현강자료 등)가 부실하다.

3. 모든 선택지 고려하기

<재수 방식 선택지 >

1. 쌩 독학재수

2. 독학재수 + 단과학원

3. 재수종합반

4. 재수종합반 + 단과학원

5. 독학재수학원

6. 독학재수학원 + 단과학원

7. 재수학원 1학기 + 독학재수 1학기

8. 재수 선행반 + 독학재수 1년

<독학재수 선택지>

1. 집

2. 도서관

3. 독서실 (다인실/1인실/카페형)

<재수종합반 선택지>

1. 메이저 재종 (강남대성, 시대인재, 강남 하이퍼, 서초 메가 등)

2. 지역 재종 (메가, 종로 등)

<독학재수학원 선택지>

1. 메가 러셀, 이투스 247, 잇올 등 브랜드 독재 학원

2. 지역별 개인 운영 독재학원

**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 재종에 갈 엄두가 안나는 학생들이 있다면, 재수학원 장학제도를 잘 알아보는것이 좋다. 수능성적 뿐만 아니라 고3 6, 9모 성적표로도 제출할 수 있으며, 성적에 따라 전액 장학에서 10% 장학까지 다양하다. 광고는 아니지만 친구 말로는 종로가 장학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학원에 따라 선행반 기간동안만 장학금을 주는 제도도 있다. 나는 나중에 알아버리긴 했지만ㅠ 장학금 받고 선행반 1달 정도 경험 해보고 이후 독학재수를 하는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

4. 타인의 경험 참고하기

결정 전 대략적인 1년 생활이 궁금하다면 다른 사람이 썼던 독학 후기를 보면 내가 보낼 1년을 예상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1) 독재 후기 검색

네이버에는 이 글을 비롯한 몇몇 글 빼고 대부분이 온통 독재학원 광고글이니, 구글에 검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독학재수 후기’ ‘독학재수 성공 후기’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오는 오르비 사이트 글 위주로 보면 좋다.(오르비가 상위권 수험생 표본이 많다) 혹은 수만휘 카페에 가입하여 위의 키워드를 검색해도 관련 글이 나온다.

성공수기말고 실패수기도 다 읽어두는 것이 좋다. 성공수기만 읽다보면 오 이거 할만 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보다 몇 배는 많은 실패수기를 읽다보면 다시 겸손해지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최연소 고시 후기 검색

물론 나를 포함한 대입 준비생에게는 수능이 정말 높은 산이지만, 세상에는 수능보다 훨씬 어려운 시험이 많다고 생각했다. 19살의 단순한 머리로는 그런 시험은 ‘고시’가 대표적이라 생각했고, 인터넷에 있는 독재 후기를 일주일동안 모두 읽었을 때 즈음에 고시 후기로 업그레이드 했다. 법률저널 사이트에 들어가면 종류별로 합격수기가 많다. 그 중 나는 관심분야인 최연소 행정고시/외교관 후보자시험 수기 위주로 읽었다. 나랑 한두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사람들이 수능의 몇 배에 해당되는 공부량 극복하고 합격해서 자기 꿈 얘기하는 것 보며 ‘아 나도 얼른 입시판 벗어나고 꿈찾아 떠나야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또한 최연소 합격자들은 우리의 수험기간과 비슷한 1-2년 안에 압축적으로 공부를 끝낸 사람들이기에 생활관리, 멘탈관리 부분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5. 결정하기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보고 그래도 나는 독학재수를 해야겠다 싶으면, 독학재수를 하기로 결정하면 된다!

재수를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해야 한다면, 대학가서 장학금 받을테니 그 돈 몇년만 당겨쓰자고 하거나, 독재 1년 계획을 보여드리거나, 다른 시험들로 내가 혼자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설득하면... 자식이 더 공부 하고싶다는데 끝까지 결사 반대할 부모님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고2, 3학년 때 입시를 준비하며 몸이 너무 많이 망가져 걱정을 많이 끼쳤기에, 처음엔 내가 더 아프고 힘들까봐 부모님께서 재수를 반대하셨다. 그러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1급을 이틀만에 독학으로 따 온 것을 보시고 1년간의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약속해 주셨다.

6. 자신의 부족한 점 파악하기

독학재수의 치명적 단점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했고 이 점을 1년 내내 잊지 않고 유념하고자 했다.

학원처럼 내 정보를 데이터화 할 수 없기에 나는 그때그때 손으로 기록했다.ㅋㅋㅋㅋ 본격적인 재수계획을 짜기에 앞서 자신의 평소 모의고사 성적, 수능 성적을 바탕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위의 사진은 작년 수능 수학 과목에 대한 내 피드백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개념부터 차근차근 다시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1년간 수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렇게 과목별 피드백을 작성하면서 자신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할 지 정리해두면 나중에 계획을 세우거나 공부할 때 편하다.

7. 계획 세우기

막상 계획을 세우자니 너무 막막했다. 그래서 재수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재수학원 연간/일간 일정을 참고했다. 모든 재수종합학원이 학생 유치를 위해 본인들의 일정과 커리큘럼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이를 참고하면 나름 비슷하게 체계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혼자 하는 동안 여기 다니는 친구들은 이시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구나 자극도 된다.

1년을 6, 9모 기준으로 2-5월, 6-8월, 9-11월 으로 삼등분하여 각각 개념 기간, 기출 기간, 심화 기간으로 구분했다.

월간/주간/일간 계획은 본인 성향에 맞춰서 짜는 것이 좋다.(내 사례는 그냥 참고만 하기!) 나는 너무 세세한 것들은 미리부터 정해놓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결정했다.

공부할 때 좀 즉흥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라 기간별 최소한 끝내놓을 교재들 정리만 해두고, 그날 그날 계획은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매일 다르게 조정했다.

처음엔 플래너를 쓰기로 생각했고 썼었지만 나중에는 딱히 플래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어차피 그날 계획이 머릿속에 다 있었기 때문) 플래너를 거의 쓰지는 않았다.

재수하면서 새롭게 시도해 본 플래너 스타일인데 이 방법도 괜찮다. 본인이 일일계획이 싫고 교재를 끝내는 것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이렇게 교재별로 색을 다르게 해서 예상 교재 끝나는 날을 계산해 두면 하루동안 풀어야 할 양과 언제쯤 끝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아마 3주동안 많은 책을 끝내야 했어서 열심히 짰던 것 같다.

8. 규칙 세우기

위에서 자신을 부족한 점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독재의 치명적 단점이라 했다. 독재의 또 다른 치명적 단점은 자신과 타협하는 순간 끝장이라는 점이다. 학원은 강제성이라도 있지 독재는 본인이 무너지면 끝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ㅠㅠㅠ 나도 초반에는 무너진 적도 많았고 재수 진짜 끝까지 가장 신경쓰였던 부분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틸 수 있었던 건 재수 초반에 세웠던 규칙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것만큼은 꼭 지키자 생각했던 것들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1번을 몇 번 어긴 것 빼고는 다 지켰다!! 이런 큰 규칙은 지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기에 무리해서 너무 많이 세우는 것보다 꼭 필요한 소수의 규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대신 꼭 지키기로 다짐하기! 나는 의지가 강한 편은 아니지만, 독학재수 시작 전에 ‘나 진짜 힘들게 결정했고 지금 이렇게 간절한데 이 초심 생각하면서 꼭 지키자 안지키면 재수 안하느니만 못하다 이왕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라고 적은 글을 책상에 써 놓았었다.

9. 생활관리

이 부분은 중요하기에 따로 다른글에 포스팅 할 생각이다. 여기서는 간단히만 다루겠다!

일단 모든 준비가 끝나면, SNS는 다 끊고, 폰을 투지로 바꾸거나 제어 앱을 까는 것을 추천한다. 폰은 정말정말정말 독이다. 특히 SNS 좋아하는 나에게는..ㅋㅋㅋㅋ 나는 SNS 계정을 다 비활성화시켰고, 폰은 공부할 땐 꺼 둔채로 부엌/거실에 보관하여 내 맘대로 못 건들게 했다.

그 외에도 책상배치, 방정리, 책/노트 구입 등등 재수 생활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들을 미리 정리하면 나중에 번거롭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단계들을 제대로 따라왔다면, 독학재수를 위한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