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집을 지으면 - jebiga jib-eul jieumyeon

원주시 호저면 매호리 조기준 할머니의 집

제비가 집을 지으면 - jebiga jib-eul jieumyeon

요즘 제비를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한 농가에 제비가족이 집단으로 둥지를 틀어 화제다.

지난 7일 오후 원주시 호저면 매호리 97 조기준(80)할머니의 집. 처마밑에 제비집 10개가 줄지어 둥지를 튼 가운데 어미제비가 새끼제비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장면들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새끼들이 쉴새없이 ‘지지배배’ 울어대 귀가 따가울 정도지만 조 할머니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집 곳곳엔 제비의 배설물이 너저분하게 방치돼 있었다.

제비가 집을 지으면 - jebiga jib-eul jieumyeon

조 할머니는 “옛 부터 제비가 오면 터가 좋다고 했다”며 “배설물 때문에 걱정이지만 어르신들이 그냥 놔두라고 해서 그냥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할머니에 따르면 이 집에 제비들이 집단으로 둥지를 튼 것은 자신이 시집오기전인 50여년 전부터라는 것.

이 동네에 민가가 많지만, 유독 조 할머니집에만 제비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매년 그 숫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조 할머니는 “현관문 바로 위에 제비집이 있어서 출입이 불편해 며느리가 궁여지책으로 제비집을 떼어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제비들이 진흙 등을 물어와 리모델링했다”고 말했다.

예부터 길조로 여겨졌던 제비가 집에 둥지를 지으면 좋은 일이 생길 조짐으로 여겼다. 1년에 두 번씩 새끼를 치며 새끼를 많이 칠수록 풍년이 든다고 믿는다.

4~7월에 인가 처마 밑에 둥지를 만들고 3~7개의 알을 낳는다. 13~18일간 알을 품어 부화시킨 후 20~24일간의 양육기를 지나면 새끼들은 엄마를 따라 둥지를 떠날 만큼 성장한다.

제비는 사람을 통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 안전하게 새끼를 키워내고, 사람은 제비를 통해 박씨(축복)를 기원한다.

조 할머니는 “제가 손주들이 8명인데, 모두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며 “옛날에는 사람의 수명이 60중반이었지만 시어머니는 80살, 시아버지는 75살까지 사셨다”고 말했다.

‘제비를 보면 기쁜 일이 생긴다’, ‘제비가 집에 둥지를 지으면 복이 들어온다’, ‘제비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풍년이 든다’는 말처럼 제비를 행운이나 복, 재물을 상징하는 새로 여겼다.

반면 ‘제비집을 부수면 집이 망한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지 않으면 집안이 망한다’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제비를 아끼고 보호하는 데 힘을 썼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우리주변에서는 제비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농촌들녘에 널려있던 제비의 먹이가 농약과 살충제 사용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귀소성(歸巢性)이 강하지만 가옥구조가 기존 ‘초가집, 기와집’에서 양옥으로 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얼마전 이인규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은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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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집을 지으면 - jebiga jib-eul jieumyeon

제비가 집을 지으면 - jebiga jib-eul jieumyeon
제비 한쌍이 시골 농가 처마 밑 빨래 줄에 앉아 집 지을 터를 빌려달라고 농가 주인에게 읍소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집 지을 터 좀 빌려주세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 철새인 제비의 음성이다.

제비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강남(동남아시아, 뉴기니섬, 오스트레일리아, 남태평양 등)에서 겨울을 지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북아메리카 등에서 여름을 난다.

제비가 집을 지으면 - jebiga jib-eul jieumyeon
이 집 주인이 그동안 제비가 집을 지으면 부쉈기 때문이다. 두마리 중 한마리가 이집 주인에게 더 가까이 와서 집 지을 터를 부탁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제비는 3월 3일 삼짇날에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이처럼 홀수가 겹치는 날에 갔다가 돌아오는 새라고 해서 민간에서는 제비를 길조(吉鳥)로 생각한다.

최근 도심에서는 제비를 볼 수 없고, 시골에서나 만날 수 있다. 다만, 시골에서도 제비는 찬밥 신세다.

암수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알을 낮고, 새끼를 부화하고,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20∼25일 기간 동안 똥으로 집안을 더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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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마루로 올라와 힘찬 날개 짓으로 주인을 위협하면서 집터를 구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이를 감안해 집 주인은 자신의 집 처마에 제비가 집을 지으면, 막대기 등으로 집을 부순다. 집주인과 제비가 서너번 이 같은 실랑이를 치르고 나면, 제비는 집짓기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27일 지방의 한 농가에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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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놈은 제풀에 꺾여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방충망이 닫혀있자 방충망에 붙었다. 사진=정수남 기자

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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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들의 천국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 한나루로

강원도 고성군 한 마을이 온통 제비들의 천국이 되었다. 도로변 집집마다 처마가 있는 곳이면 으레 제비집들이 하나 둘씩은 보인다. 그 중에는 4~5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집도 있다. 동해안 바닷가 시골마을 한적한 거리에 제비들의 소리가 무더위를 녹이고 있다. 더운 날에 제비들의 소리마저 없었다면 이거리가 얼마나 을씨년스러울까?

거리는 흡사 50~6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18일 찾아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 한나루로 일대. 한 낮의 거리는 가끔 차들이 움직일 뿐 정적에 쌓여있다. 그런 고요함을 깨는 것이 바로 제비집에 들어앉아 있는 새끼제비들이다. 쉴 새 없이 날라 오는 어미의 먹이를 서로 받아먹으려고 아우성을 치는 제비들을 촬영하려고 하자 어미 제비가 자만큼 날아가 앉는다.

물론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새끼가 없는 전깃줄이나 인근 빈 제비집쪽으로 유인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제비들을 보면서 미물도 자신의 자식을 보호하고자 저렇게 노력하는데 인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제비집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 둥지를 보니 세 마리의 새끼제비들이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고 난리들을 친다.

이곳에 제비집들이 많이 있네요

, 이 거리에만 이렇게 많이 집들을 짓고 살아요

언제부터 이렇게 집들을 짓고 살았나요?”

벌써 몇 해 되었죠. 그런데 제비들이 이곳부터 저기 보이는 거리 끝 까지만 집을 지어요. 그 전에도 짓지 않고 그 거리를 지나면 또 제비집이 없어요

제비집을 촬영하다가 만난 마을 어른 한 분이 설명을 한다. 한나루로 전체에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일부 지역만 이렇게 많은 집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고 한다.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 대진1리 현근영 이장과 연결이 되었다.

제비가 오면 좋은 소식이 있다는데

현내면 대진1리 현근영 이장은 강원도 철원이 고향이다. 이곳 현내면 대진리에 와서 정착한지 올해로 51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수복 후 처음으로 정착을 했을 때는 현내면 대진리 인구만 9천명에 가깝고 대진초등학교 학생들도 많을 때는 16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수가 100여명 정도라는 것이다.

제비가 언제부터 날아오기 시작했나요?”

예전에는 배가 붉은 귀제비가 날아왔어요.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8년이 되었는데 동굴처럼 집을 지어놓으면 허물어 버리고는 하셨죠. 그런 제비가 집을 지으면 안된다고요

지금 이장님댁에는 제비집이 있나요?”

, 4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새끼들이 있는 것 같네요

제비가 날아오면 좋은 일이 많다는데 좋은 소식이 있나요?”

요즘 워낙 힘들어요.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데 요즈음은 매출도 줄고 사람들도 예전처럼 찾아오지도 않고요. 힘들기만 하네요

현근영 이장은 제비기 날아와도 좋은 소식이 없다고 하면서 사람이 살기 좋은 계절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웃는다. 대진리 거리를 돌아보아도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날이 워낙 뜨겁다고 해도 이곳은 바닷가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 어느 집이나 있는 에어컨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곳이다.

제비가 집을 지으면 - jebiga jib-eul jieumyeon

제비집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요즈음은 무엇하나를 잘 이용하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대진리는 최북단 등대인 대진등대와 초도항, 대진항 등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거기다가 거리에 즐비하게 집을 지은 제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거리전체에는 수많은 제비들이 집을 짓고 있어 그것을 잘 이용만 해도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제비는 길조라고 하는데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게 말이죠. 길조라고 하는 제비가 온 마을에 집을 짓고 있으니 좋은 일이 있겠죠

제비들이 매년 집을 짓나요?”

아닙니다. 새로 짓는 것들도 있고 작년에 사용했던 집을 보수하기도 하고요

처마 밑에 다닥다닥 지어 놓은 제비집. 가지각색의 제비집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이 제비집을 활용하여 좋은 명칭을 붙여 문화콘텐츠로 활용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수많은 제비집을 돌아보면서 방법이 전무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소식을 알린다는 길조인 제비. 앞으로 이 현내면 대진리 한나루로 거리에 제비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북적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