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세가 호위무사 은자림 - jangssisega howimusa eunjalim

평 :  ★★☆ (4)

간만에 하루만에 모두 읽어버린 수작이다. 기본적으로는 네이버 웹소설로 분류되어 있어서 로맨스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진지한 무협풍에 약간의 로맨스를 섞은 작품이다. 

무협지에서 일종의 클리셰에 가까운 "강력한 호위무사"와 "여주인공"이라는 배경을 차용했지만, 이 호위무사와 아가씨들은 모두 각자 나름의 괴로움이 있고, 그 것을 소설의 전체 틀 속에서 해결해나간다. 물론, 호위무사가 주인공이므로 대부분은 그가 해결하지만 , 간혹 그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그녀가 해결하고 그 와중에 사랑이 싹튼다. 최후의 위기에는 결국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진부한 결말이다. 

 주인공 광휘는 어느 날 자신이 구명지은을 얻었던, 장씨세가의 황노인이라는 사람에게 호위무사가 되어줄 것을 요청 받는다. 이 소설에서 장씨세가는 한 때는 하북제일가였으나 그 이후 수백년이 지난 지금의 시대는 조그만 상가일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무력이 강한 석가장이 여러 수를 쓰면서 장씨세가는 위기에 처하게 되고, 결국 도움을 구할 사람을 찾다가 깊은 산속에서 은거하고 있던 광휘를 불러오게 된다. 그리고 광휘는 장련이라는 여주인공을 호위하는 호위무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석가장의 위협이었지만,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자 그 뒤에는 팽가가, 그 뒤에는 더 큰 흑막이 기다리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점차 광휘의 강력한 무력을 절감하게 되고, 장씨세가에서는 그의 등장에 감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없음에도 굴하지 않는 기개, 어진 인품, 지도력 같은 여러 요소들을 보여주면서 그를 뒷받침하고, 단순히 약하기만 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무력은 약하지만, 마음은 강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반면 광휘는 더 강력한 적들을 만나고, 점점 더 큰 힘을 사용하면서 과거에 앓고 있던 마음의 병이 도진다. 그 마음의 병을 장련의 따뜻한 마음으로 조금씩 치유해나간다.

 주인공이 한 때 몸담았던 조직 천중단은 은자림이라는 무서운 집단을 분쇄하기 위한 병기들의 집단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거대한 악적으로 상정된 은자림의 존재에 대항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협"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많은 사람들이 천중단에 들었고, 죽어나갔다. 그들이 가진 이타심과 희생심은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무거운 족쇄였고, 결국 최후까지 살아남은 주인공은 큰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은자림은 완전히 없어진 집단이 아니었고, 망령들이 장씨세가와 국가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최후의 배후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렇게 함께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장련과 광휘 사이에는 연정이 싹트게 되고, 최후의 결전에서 장련이 죽은 것을 본 광휘는 돌아버리고, 주화입마에 들어서 모든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극적으로 소생한 장련 덕분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글 전체적으로 주인공은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그가 지키지 못했던 동료들에 대한 괴로움이 그를 짓누른다.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 강해져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는 감정을 죽였고, 분출하지 못한 감정들이 쌓여서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가 장씨세가의 호위무사로 들어가면서 그가 겪은 장씨세가의 올곧음, 과거 동료와의 만남, 주인공의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조연)인 협의지사 묵객의 유쾌함과 진실됨, 그를 데려온 황노인의 충심 같이 과거 그가 천중단에서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이 쌓이고 모여서 점차 그를 치유한다. 어떻게 보자면, 그가 장씨세가에 있는 것은 장련이라는 소저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것은 그가 작중에서 종종 얘기하는 "장씨세가가 내 집이다"라고 하는 말로 드러난다. 

 따라서, 점차적으로 주인공의 마음 속에서 장련이라는 소저의 비중이 점점 커지게 되고, 그것은 그들이 서로 만날 것을 약조하는 과정, 그리고 그녀가 (일시적이지만) 살해당하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런 상대가 죽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감정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주인공의 감정선 변화와 주조연들의 정의로움, 당당함 등에서 집중해서 본다면 더 재미있게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정확한 리뷰를 하기 위해 중요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가 : 조형근

작가의 다른 작품 : 검제(완), 포효강호(완)

장르 : 무협

진행 상황 : 총 360화(외전 포함)/완

소개글 :

하북 서남쪽, 심주현에 위치한 세가.

이백 년 전에는 성도를 비롯 서남쪽 중요 거점을 장악했던 곳이었으나 점점 가세가 기울다 오늘날 성도에 세력을 떨치고 있는 석가장에게 공격을 당한다. 이에 장씨세가는 재력을 이용해 고수들을 초빙한다.

그사이 선친 때부터 가주를 보좌했던 황 노인은 과거 은정을 베풀었던 한 사내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만나러 가는데…… .

장씨세가 호위무사 은자림 - jangssisega howimusa eunjalim
장씨세가 호위무사 네이버 웹연재본 표지

줄거리 :
살수 집단 은자림을 상대하기 위해 창설된 무림맹 산하 천중단의 조장 광휘(유역진). 그는 은자림과의 결전 이후 5년간 종적을 감춘다.

한편 석가장의 노골적인 수작 때문에 장씨세가는 위기에 처하고, 이 상황에서 광휘는 전에 자신을 도와줬던 장씨세가 황 노인의 부탁으로 장씨세가의 호위무사가 된다.

그러나 석가장의 뒤에는 더 거대한 음모와 배후가 존재하는데...

장점 :
전체적으로 과거의 최강자인 주인공이 힘을 숨기고 호위를 하는 내용입니다.

거의 살인병기로 살아온 주인공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고, 장씨세가에서 호위를 하면서 점차 트라우마와 과거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안정과 성장을 하게 되죠.

무뚝뚝한 주인공이 한번 손을 쓰면 적들을 싹 쓸어버리는 반전매력(?)과 선 고구마 후 사이다스러운 전개가 특징입니다.


단점 :

먼저 무공 수위와 배분에 대한 설정이 좀 애매합니다.

주인공이 과거 천중단 시절 무림 최강 수준이었고, 주변인들 말로는 전설적인 십대고수보다 훨씬 강하다, 금의위 수백을 혼자 뚫는다 뭐 그렇게 엄청 띄워주지만 정작 주인공의 현재 무위는 그정도 수준이 절대 아닙니다.

아무리 5년간 무공을 쉬었고 트라우마 같은게 있다지만 수백을 뚫는다는 고수가 백대고수도 아닌 팽가 무사들 5~6명하고 싸우다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죽을뻔 했다고 하질 않나, 사파 고수들 몇 십명과 싸우면서 엄청 지치고 다치질 않나... 묘사가 뒤죽박죽입니다.

금의위 수백명을 단신으로 뚫는다는 그 묘사 하나만 봐도 혼자서 최소 100단위 이상과 무리없이 싸울 수 있다는 얘긴데 고작 사파 몇 십명하고 싸우면서 빌빌거리니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트라우마 때문에 가끔씩 심마에 빠져 이성을 잃고 주변을 무차별 공격하는데, 이렇게나 강한 주인공을 십대고수도 아닌 애들끼리 어찌어찌 막아내고 제압합니다.
천중단 시절에야 다른 단원들도 고수들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지금은 그들보다 훨씬 약한 친구들만 있었는데도 막더군요.

그리고 주인공 배분이 무슨 전대 가주급 배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주인공이 고작 서른 초반이라 너무 어립니다.

잠적하기 전인 5년 전엔 스물 후반일텐데 상식적으로 스물 후반의 무인을 현 가주급이나 현 장로급 배분이라고 하진 않는데 말이죠.

다만 추측하기로는 천중단에 정파의 장로나 노고수들이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같은 대원이니까 배분도 대략 비슷해졌다고 쳐서 그런 식으로 묘사를 한 게 아닌가 싶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같은 대원 출신인 단리형이 현역 맹주인 점을 감안하면 전대 가주급 보다는 그냥 장로급 배분이라고만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두 번째로 고구마 전개가 필연적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장씨세가를 호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질감이나 무공이 약한 인물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필연적으로 주변 인물이 주인공의 짐덩어리가 되거나, 주인공이 없을때 적들이 습격하거나 하는 전개가 나옵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스토리죠.

세 번째로 주인공의 비중이 좀 적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과묵한 성격이다보니 말이 없어서 소설의 시점을 계속 붙잡고 있기엔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비중을 분산시켜 주인공 대신 주변인물들을 꽤 자주 등장시켜 스토리를 진행하죠.
주인공의 과거도 과묵한 주인공이 독백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이런 식으로 주변인물들을 통해 묘사합니다.

물론 이건 읽는 사람에 따라 괜찮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중반부 지나서 주인공이 잠시 장씨세가를 떠나 무공수련을 하는 때에 주인공보다는 주변인물 얘기만 주구장창 나오는거 보고 너무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총평 :
네이버 웹툰으로도 연재되고 있을 만큼 많은 인기를 가진 소설입니다.

은거한 과거의 최강자, 정신적 트라우마, 힘을 숨긴 호위무사 등의 설정을 적절히 섞었지만 살짝씩 아쉬운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취향에 따라서는 큰 문제 없이 스무스하게 넘어갈 만한 정도이기도 해서 이런 설정의 무협을 좋아하신다면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