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아이돌 언급 - isegyeaidol eongeub

이세계아이돌 언급 - isegyeaidol eongeub

‘이세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불세출의 바둑기사 또는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 등일 것이다. 여기서 기사 제목 하나를 인용한다. “Z세대가 아는 ‘이세돌’은 바둑 기사가 아니었다.” 기사에서의 이세돌은 버추얼 유튜버 ‘이세계 아이돌’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이제 MZ세대에게는 현실세계의 셀럽보다 가상세계의 캐릭터가 더 익숙한 시대가 되었다.


※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는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생활의 변화들을 관측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story.some.co.kr 참조

버추얼 유튜버(버튜버)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상의 유튜브 방송인이다. 여기서 가상이 의미하는 바는 실제 사람의 외형으로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3D 캐릭터를 통해 방송하는 것을 말한다. MZ세대들이 실제 사람의 외견이 아닌 캐릭터의 모습에 열광하는 기저에는 캐릭터를 어린 시절부터 접한 조기교육 세대라는 배경이 있다. 
과거에는 아이가 울면 “너 그렇게 계속 울면 호랑이가 잡아 간다”라고 말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부모들은 아이의 울음을 멈추기 위해 ‘뽀로로’나 ‘아기 상어’ 영상을 틀어 준다. 특히 Z세대라면 어렸을 때 ‘뽀통령’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캐릭터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은 점차 가시적인 사회현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2020년 신드롬을 불러온 ‘펭수’부터 최근 포켓몬 빵 대란을 일으킨 ‘1세대 포켓몬’까지, 사람들은 캐릭터에 몰입해서 아낌없이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이들에게 캐릭터는 단순한 이미지나 그래픽이 아니다. 이들은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와 세계관에 빠지며 평범한 일상을 넘어 새로운 상상 속 세계를 경험한다. 

현실로 구현된 가상 캐릭터, 버추얼 유튜버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이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되기는 쉽지 않다. 화면 너머의 뽀로로를 향해 소리치고 불러봐도 내가 원하는 응답을 줄 리 만무하다. 포켓몬 스티커를 소장해서 애정을 느껴도 진짜 애완동물처럼 내게 반응해 주지는 않기에 상상력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만약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실시간으로 반응해 준다면 말 그대로 ‘신세계’일 것이다.

버추얼 유튜버가 바로 그 신세계를 열고 있다. VR과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이 실제 움직이고 반응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버추얼 유튜버의 방송에는 3D 아바타와 VR 기기가 사용된다. 아바타 뒤편에는 실제 사람이 있어서 모션이나 표정을 인식하는 센서를 부착하고 활동한다. 부착된 센서를 통해 사람의 움직임은 3D 아바타로 렌더링된다. 모델링된 아바타는 메타버스 공간에 나타나고 VR 기기를 통해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를 가지고 유튜브 방송을 하면 그것이 버추얼 유튜버다. 실제 사람의 모습을 뒤로 제쳐 두고 캐릭터가 방송을 한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그 캐릭터를 마주하게 된다.

버추얼 유튜버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부터 높아져 소셜데이터 상의 언급량이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산정 기준이나 시점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유튜브 실시간 방송 후원 ‘슈퍼챗’ 전 세계 순위 중 1위부터 10위를 버추얼 유튜버가 채우기도 한다. 현재는 주로 일본이나 미국의 버추얼 유튜버들이 상위권에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는 기업 차원에서 버추얼 유튜버들을 선발하고 캐릭터 콘셉트 및 아바타를 기획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타 국가에 비해 후발주자이나 국내에서도 버추얼 유튜버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버추얼 유튜버는 서두에서 언급한 이세계 아이돌로 한 명이 아니라 총 6인의 버추얼 유튜버들이 단체 활동한다.  이세계 아이돌은 기업의 주도가 아닌 ‘우왁굳’이라는 개인 방송인의 기획 아래 구성됐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각 멤버가 개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을 하기도 하지만 단체로서 음반을 발매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실제 아이돌 그룹처럼 이들이 발매한 음반은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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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유튜버 열풍의 3요소, 개성·소통·팬덤
버추얼 유튜버가 대세인 것은 데이터가 명확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버추얼 유튜버는 어떤 특징이 있길래 사람들, 특히 MZ세대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소셜 상에서 버추얼 유튜버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들을 묶어보면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캐릭터의 독특한 개성, 실시간 소통, 팬덤이다.

첫째로 버추얼 유튜버에는 캐릭터와 목소리가 주는 독특한 개성이 있다. 여느 연예인이나 셀럽들도 개성 넘치는 이미지를 보여주긴 하지만 현실의 사물들만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버추얼 유튜버의 경우 기본적으로 아바타와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이 적다. 
햄버거를 머리에 쓰고 있다든가 작은 천사 날개를 뒤에 달고 있다든가 하는 식의 독창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여기에 방송인의 목소리가 합쳐져서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 낸다. 캐릭터 뒤에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이에 어울리는 아바타의 조합은 일상생활에서 보기 어려운 새로운 경험을 준다.

둘째로는 실시간 소통이다. 버추얼 유튜버라는 단어에서 엿볼 수 있듯 이들은 유튜버, 즉 개인 방송인이다. 아바타와 캐릭터의 뒤편에는 실제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 게다가 그 상호작용은 실시간,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버추얼 유튜버들은 유튜브, 트위치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방송이라는 행위는 곧 시청자와의 소통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방송 중에 시청자들은 버추얼 유튜버를 후원하는 도네이션 채팅을 보내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영상이나 음성을 담아서 보낼 수 있다. 
그러면 버추얼 유튜버들은 도네이션에 실시간으로 리액션을 보내며 이 도네이션과 리액션 자체가 하나의 방송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함께 참여`콘텐츠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팬덤이다. 버추얼 유튜버는 새로운 형태의 셀럽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기존의 셀럽과 유사하게 팬덤이라는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히 버추얼 유튜버가 가진 서사는 팬덤을 강하게 결집시킨다. 
이세계 아이돌의 경우 VR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이돌 멤버 선발 오디션을 치렀으며 선발 과정이 모두 영상으로 공개됐다. 이세계 아이돌의 팬들은 이러한 과정을 모두 지켜봤기에 그 서사에 몰입해 있다. 
이들은 이세계 아이돌의 팬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버추얼 유튜버에 대한 꾸준한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아미(Army)’라는 팬덤이 중심이 되어 세계적인 셀럽이 된 방탄소년단(BTS)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구조다.
이렇듯 버추얼 유튜버는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 실시간 소통, 팬덤이라는 특성을 드러내며 인기를 얻고 있고 팬덤을 비롯한 시청자들은 그 구체적인 서사에 몰입해서 자발적으로 버추얼 유튜버의 콘텐츠에 참여하며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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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에서 누군가의 일상으로
한편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개인 방송을 직접 하는 방송인 입장에서도 버추얼 유튜버는 새로운 기회다. 기존 셀럽의 경우 자신의 얼굴을 노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버추얼 유튜버는 아바타가 전면에 있기 때문에 신체 및 외모의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실제로 국내 한 버추얼 유튜버의 경우 과거 아이돌 연습생 시절 엄격한 체중 관리, 외모 관리 트레이닝을 받았으나 버추얼 유튜버로 방송하면서 그 제약에서 벗어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캐릭터로 표현되는 나’가 개인 방송의 허들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버추얼 유튜버의 아바타는 익명성을 지켜주기도 한다. 버추얼 유튜버의 시청자들에게 아바타 뒤에서 방송하는 ‘본캐(본래 캐릭터)’를 지켜주는 것은 일종의 매너다. 방송인 본인이 원치 않는데도 본캐에 대해 지나치게 캐내는 경우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버추얼 유튜버 문화에는 본캐와 부캐를 나눠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용이 있으며 이는 이들 공동체에서 합의된 윤리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공개한 뒤 스마트폰은 ‘혁신’이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에 거부감이 있었을지라도 새로운 경험은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 잡아 일상의 풍경을 바꿔 놓았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버추얼 유튜버도 마찬가지다. VR, 메타버스 공간과 캐릭터들이 주는 경험들은 기존의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다. 이들은 언젠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 것이다. 
그 한편에는 이 새로운 경험들을 이미 당연한 듯 익숙하게 먼저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캐릭터에 열광하며 그 캐릭터의 세계관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이미 이들에게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사람인 바둑기사 이세돌, 방탄소년단 등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또 다른 형태의 셀럽이다. 이처럼 다가올 미래를 먼저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을 살펴봄으로써 다음 시대의 문법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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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김종민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 정리 이동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