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소설 특징 - diseutopia soseol teugjing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예견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은 1930년대에 러시아 혁명, 파시즘의 팽창 등 극심한 사회변화를 겪은 유럽에서 출현한 과학소설(SF)로서, 유토피아 문학에 과학소설의 발상과 기법이 도입된 반유토피아 소설이다. 유토피아 문학의 원조는 기원전 4세기 플라톤의 「공화국 The Republic」이다. 플라톤의 유토피아에서는 지배 엘리트의 통제와 노예의 노동에 의해 사회의 안전이 유지된다. 요컨대 고대의 모든 유토피아는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예제도를 거부한 르네상스의 작가들은 부의 공유에 바탕을 둔 이상적인 공동사회를 설계해냈다. 토마스 모어(1478~1535)의 「유토피아 Utopia」(1516)가 좋은 예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사후에 출간된 「새로운 아틀랜티스 The New Atlantis」(1627)에서 과학자들만이 행복하게 사는 공동사회를 보여준다. 19세기에는 에드워드 벨라미(1850~1898)가 유토피아 소설에 일대 혁신을 이루어놓는다. 1888년에 펴낸 「뒤돌아보면 Looking Backward」은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될 만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의식을 최초로 다룸으로써 문학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8세기까지의 유토피아 전통은 항상 이상적 세계를 인간 사회와 동떨어진 별천지, 곧 외계나 지구의 땅속 또는 바다 건너편에 두었으나 벨라미는 시간여행하는 주인공이 2000년 9월 깨어나는 미국의 보스톤을 유토피아로 설정하였다. 벨라미와 같은 시기에 활동한 윌리엄 모리스(1834~1896)는 1890년에 「유토피아(노훼어)에서 온 소식 News from Nowhere」을 펴낸다. 21세기의 후기산업사회를 14세기처럼 수공업에 의존하는 목가적 사회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모리스는 과학기술에 의하여 형성된 세계로부터 도피하려는 격세유전적 미래관을 표출했다. 「새로운 아틀랜티스」에서처럼 과학기술로 자연을 정복하여 새롭게 설계하는 이상사회와는 모습이 전혀 다른 유토피아를 그려낸 것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과학기술이 모든 사람을 노예로 만들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속에서 인간의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 출현하게 된다. 초창기에 두각을 나타낸 작가는 러시아의 예프게니 잠야틴(1884~1937)이다. 그는 엔지니어였으나 공산당에 가담한 혐의로 제정러시아 경찰에 체포되어 독방에 감금되었고, 나중에는 정권을 획득한 공산당 경찰에 또 다시 체포되어 전과 똑같은 감방에 감금되어 출판금지를 당했다. 그가 1920년 펴낸 「우리들」은 1932년 출판 금지되었으며 이 책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모든 디스토피아 소설 중에서 가장 정교하게 구성된 작품으로 손꼽히는 「우리들」은 미래의 통합된 세계단일국가가 그 무대이다. 그 곳에서 인간의 개인적인 측면은 국가에 의해 관리되며 개인은 오로지 번호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국가는 인간의 욕망과 상상력을 말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 사람들은 유리로 된 아파트에 살면서 당국의 허락을 받아 성행위를 할 때에 한해서만 유리창에 휘장을 칠 수 있다. 우주선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 문학을 가장 예리한 인간 반성의 수단으로 삼아 과학소설의 영역을 넓혀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들」은 올더스 헉슬리(1894~1963)의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1932)와 조지 오웰(1903~1950)의 「1984년 Nineteen Eighty-four」(1949)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헉슬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태풍」에서 여주인공이 다른 인간을 처음 보았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 인간인가! 아아 그와 같은 인간이 살고 있는 멋진 신세계”(5막 1장)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제목을 따서 미래예측 소설의 걸작인 「멋진 신세계」를 펴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사람을 부화 장치로 대량생산하여 집단 양육하는 사회를 그렸다. 헉슬리의 상상력은 100년 앞을 내다본 것이었다. 2020년경 인공자궁이 개발되면 태아를 완전히 어머니의 몸 밖에서 발육시킬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오웰은 헉슬리와 달리 과학기술보다 권력에 더 관심을 갖고 국가에 대항하는 개인의 투쟁을 묘사했다. 「1984년」에서 독재자 빅 브러더는 텔레스크린으로 모든 국민의 사생활을 끊임없이 엿본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2020년까지 보호받을 만한 개인의 사생활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고 보면 「1984년」에 묘사된 미래가 현실화되지 말란 법은 없는 것 같다. 정보기술을 다룬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은 윌리엄 깁슨(1948~ )이 1984년 펴낸 「뉴로맨서 Neuromancer」이다. 과학소설의 3대상인 휴고상, 네뷸러상, 필립딕 기념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소설이며 사이버펑크(Cyberpunk)의 고전이 되었다. 사이버펑크란 말은 본래 디스토피아 소설의 작가, 특히 깁슨을 지칭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용어이다. 사이버펑크는 컴퓨터로 대표되는 첨단기술과 반체제적인 대중문화의 대등한 융합을 시도하는 데서 비롯된 새로운 형태의 대항문화이다. 그러나 정작 깁슨은 「뉴로맨서」의 성공으로 인세를 받아 컴퓨터를 처음 샀으며 컴퓨터에 디스크 드라이브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랄 정도로 문외한이었다. 「뉴로맨서」의 남녀 주인공은 신체의 각 부분을 로봇의 부속품처럼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 그들은 사람의 두뇌와 컴퓨터 통신망을 연결하여 형성되는 가상의 공간에서 활동한다. 깁슨은 이러한 가상공간을 일러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고 명명했다. 오늘날 사이버스페이스는 인터넷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묘사하기 위해 창조된 개념이 정보사회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것은 아무래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이 내용은 '사람@꿈'에 '이인식의 과학에세이'코너로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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