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동물 수의사 - dae dongmul suuisa

"동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축산업 종사자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신민정 수의사

동물의 질병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수의사. 수의사는 보통 반려동물과 산업동물로 전문영역을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축산업과 가장 관계가 깊은 대동물 수의사는 소, 돼지, 말 등 크기가 큰 동물을 담당한다. 사실 대동물 수의사는 근무환경이나 갖가지 위험요소로 인해 젊은 수의사들의 지원이 크게 줄고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념과 사명감을 갖고 대동물 수의사로서 축산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대동물 전문 수의사, 그 중에서도 소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신민정 수의사를 직접 만나 축산현장과 친환경축산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대 동물 수의사 - dae dongmul suuisa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볼게요. 왜 대동물 수의사를 선택하셨나요? 반려동물 산업이 더 성장하고 있고, 보통 수의사라고 하면 반려동물 수의사를 생각하잖아요?

저도 수의사가 되기 전까지는 사실 다른 친구들처럼 개나 고양이 등을 진료하는 소동물 수의사가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학교마다 수업 커리큘럼이 다른데, 제가 졸업한 건국대학교는 졸업학년은 대부분 실습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실습처로 보내져요. 학생들이 선택해서 가는 곳이지만 교생실습처럼 인기있는 곳은 빨리 마감되곤해요. 실습처를 선택하는 날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남는 곳을 가게 되었어요   인기가 없는 대동물 동물병원이었어요. 이곳에서 저희 동물병원의 원장님이시자 송영신목장의 대표이신, 하현제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 근무지도 여기가 되어버렸네요.

실습하면서 대동물 수의사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현실화했다고 볼 수 있어요. 사실 실습을 가기 전, 동물병원 원장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 여자는 대동물 수의사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시더군요. 받아주는 곳도 없다고요. 그 강의를 듣고 사실 이 길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졸업 후에 여느 대학생이 그렇듯 대학원에 진학할지, 아니면 소동물 수의사를 지원할지 고민하게 되더군요. 미련은 항상 남았죠. 그러다가 실습을 하면서 하현제 원장님과 그 날 강의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대동물 수의사의 꿈은 포기해야 할까요?’라는 제 질문에 원장님께서는 ‘외국에서는 여자들도 다 하는 일인데, 너라고 왜 못하겠어?’하시며 차를 돌려 송영신목장의 유기농 목초지를 보여주셨어요. 그 날 귀로는 원장님께서 해주신 조언을 듣고, 눈으로는 광활한 목초지를 보며 확실히 대동물 수의사로 진로를 정했어요. 또 유기축산농장을 운영하는 대표로서의 관점과 신념까지 들으며, 저도 수의사로서 세상에 도움이 되고 가치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날 이후 원장님을 롤모델로 삼으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장님이 이 부분은 꼭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대동물 수의사는 보통 무슨 일은 하나요? 반려동물병원처럼 수의사님이 병원에 계시면 소를 데리고 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저희 동물병원은 목장과 병원이 함께 운영되는 구조에요. 이런 구조는 국내에는 거의 없죠. 그래서 제 근무루틴이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들과 같다곤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비슷한 점이 꽤 있을거에요.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아침 5~6시 사이에 출근해서 아침에는 3시간 정도 목장 일을 했어요. 착유기에 소들을 몰아서 젖을 짜고, 송아지들에게 우유를 주거나 아픈 송아지를 치료하는 일을 주로 해요. 분만이 있는 날에는 분만에 집중하고, 난산이 있으면 처치하죠. 또 분만 전후로 소들을 관리해요. 그렇게 오전에 3시간 일하고, 동물병원에 복귀해 일반진료를 하다가 다시 오후에 3시간 동안 목장 일을 하죠. 그런 방식으로 하루일과가 돌아가요.

목장과 동물병원 두 군데에서 근무하시려면 몸이 여러개라도 부족하시겠어요.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사실 많은 대동물 수의사가 저처럼 장소를 옮겨가며 일해요. 물론 진료뿐만 아니라 목장 일을 겸해서 하기 때문에 힘든 점도 많지만,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아 큰 도움이 되죠.

저희 병원은 ‘소의 평생 건강은 어렸을 때 몇 달의 건강에 따라 좌우된다’라는 철학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송아지 시절의 건강이 소들에게는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죠. 사람과 똑같아요.

그래서 목장에서는 송아지들의 건강에 특히 신경을 씁니다. 자연포유도 해보고, 생우유를 타서도 줘보고, 젖꼭지 크기에 따라서 어떻게 송아지가 우유를 먹는지와 같은 디테일한 사항들까지도요. 가장 신경쓰는 점이라면 설사에요. 송아지는 설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설사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찾죠. 큰 소들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질병에 대한 관찰, 분만 후 유혈, 설사가 주 특징으로 나타나는 과산증, 분만 후 에너지 불균형 상태에서 오는 케토시스 등을 고려해야하죠.

초기에는 이러한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계속 꾸준히 공부하고 시도하여 매뉴얼을 터득하고나니 소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할 수 있었어요. 질병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목장관리에 대한 눈높이가 생긴거죠. 이런 노하우를 살려 재작년에는 러시아의 목장 컨설팅을 해준 경험이 있기도 합니다.

러시아에서의 컨설팅이요? 거기서는 어떤 일이 이뤄졌나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에 위치한 라콥스코예 목장이라는 곳이었는데, 이 곳은 젖을 짜는 착유우만도 700두 이상이기 때문에 국내와 비교해 규모가 큰 농장이었어요. 매일 송아지가 태어날 정도였거든요. 전담 수의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죠.

당시 목장에 처음 갔을 때는 우사관리도 전혀 안되고 전반적인 위생도 미흡한 상태였어요. 원인을 모른 채 아픈 소들도 있었고, 지역적 특징 때문에 사료수급도 안정적이지 못했어요. 유방염과 번식문제가 가장 컸는데, 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바꿔나가기 시작했어요. 소들이 유방염과 같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고, 우유를 더 건강하게 생산하는 것의 관건은 청결한 우사바닥관리, 착유자들의 위생 상태에서 오거든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기보다 기본적으로 작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병원 목장관리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컨설팅에 참여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질병의 원인은 보통 위생문제에요. 1년에 두 번 꼬리털을 잘라준다거나 톱밥을 잘 관리해준다거나 하는 것만으로도 질병이 잘 안 생길 정도에요. 수액이나 항생제를 놓는 치료가 아니라 예방의학이 중요하다는 거죠.

공장식 축산으로 보다 규모화되고 산업화되었지만,
이제는 과학을 이용해서 동물을 위할 시점이 된 것 같아요. 

송영신목장과 같은 유기축산물 인증농장에서는 유기농으로 키운 유기사료도 급이해야하고 동물복지가 고려된 자유로운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수의사로서 봤을 때 일반 축산농장과 유기축산물 인증농장이 특별히 차이나는 점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유기축산, 특히 젖소농장은 약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아요. 오랜시간을 키워서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우유를 생산해야하니까요. 보통 그래서 항생제나 동물약품을 이용한 치료가 어려워요. 그런 의미에서 예방 차원의 활동이 중요해요. 유기축산물 인증농장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일하는 송영신목장의 경우 100% 유기농 조사료를 급여하는데, 일단 배합사료를 먹는 목장보다는 과산증의 위험이 확실히 적어요. 과산증이란 일종의 탄수화물의 과식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소는 원래 풀을 먹고 사는 반추동물이잖아요? 소의 위가 4개인 이유도 제1위 내 미생물을 통해 섬유질을 소들이 쓸 수 있는 영양분으로 바꾸기 위한 것과 관계가 깊은데요. 미생물 발효와 되새김질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섬유질이 서서히 휘발성지방산(VFA), 미생물단백질 등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곡물위주의 농후사료를 많이 섭취하면, 그런 과정들이 생략되면서 빠르게 발효와 흡수가 진행되기 때문에 1위의 미생물 균형이 깨져요. 그러면서 젖산균이 과도하게 생성되서 소화기 질병이 자꾸 생기는 거에요. 심지어 발굽에도 영향을 미쳐서 발을 절게 만들기도 하고, 소의 전반적인 건강을 해치고 유량도 감소시키기 때문에 굉장히 심각한 질병이에요.

저희 목장은 스마트축산을 이용한 동물복지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위 내 센서와 로봇착유기를 사용하는데, 위내 센서는 소의 Ph, 체온, 운동량, 음수량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소의 건강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파악할 수 있죠. 로봇착유기는 젖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착유할 수 있어요. 사람이 정한 시간이 아니라 소가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로봇착유기에 가면 착유기가 자동적으로 세척과 소독 과정을 거친 후 카메라와 센서가 작동하여 젖을 짜주죠.

과학이 발전하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면서 공장식 축산으로 보다 규모화되고 산업화되었지만, 이제는 과학을 이용해서 동물을 위할 시점이 된 것 같아요. 스마트축산으로 동물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보다 더 건강한 생애를 제공할 수 있어요. 수의사와 목장주가 미리 조치할 수 있다면, 친환경축산을 실천하는 많은 농장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수의사가 되고자 합니다.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수의사라, 멋있네요. 끝으로 수의사로서 소비자분들이나 친환경 축산업 종사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현장에 있을 때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일단 안전에 유의해주셔야 합니다. 소들은 몸집도 크고 힘도 세기 때문에 항상 돌발상황에 주의하셔서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줄었으면 좋겠어요.

소비자분들에게는 축산업 종사자, 특히 친환경축산을 실천하려는 분들이 항상 농장동물들에게 애정을 갖고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목장 대표님들은 그 소의 뒷모습만 보아도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소들과 친하세요. 새끼를 몇 번 낳은 소인지, 원래는 순하지만 어떤 행동을 하면 싫어하는지와 같은 각각 소들에 대한 히스토리를 모두 알고 계셔서 제가 늘 더 놀랄 정도에요.

요즘 축산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고, 실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분들이 축산업 자체에 대해 많은 비난을 하고계신 것도 사실이에요. 물론 지금의 축산업이 부족한 점은 많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있기도 합니다. 특히 친환경 축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은 더 나아가야할 방향을 항상 고심하고 계세요. 저는 그들의 목장 파트너인 수의사로서 도와드리고 같이 고민하는 위치인 것이죠. 이런 축산업의 더 나은 모습으로의 변화는 소비자분들이 보다 지속가능하고 가치지향적인 제품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요구해주시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분들이 많아질수록 더 건강한 축산, 더 건강한 축산업이 되어갈 수 있습니다.

수의학과 몇년제?

수의학과는 예비과정인 수의예과 2년, 본과과정인 수의학과 4년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4. 수의사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할 분야 및 학과, 자격증은 무엇인가요? 수의학과에 입학하신 뒤 6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시고, 수의사 면허 시험을 통과하면 수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