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생명체 탄생 가설 - choechoui saengmyeongche tansaeng gaseol

과학자들은 38억 년 전 원시 지구에 처음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당시 지구는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산소가 없었고, 바다는 뜨거웠으며, 운석과 혜성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곳이었다. 무기물만 있었던 이런 곳에서 어떻게 유기물이 생겼고 생명체가 탄생했을까? 과학자들은 그 답으로 3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원시 대기에서 유기물 합성

1920년대 러시아의 생화학자 알렉산드르 오파린(Oparin, Aleksandr Ivanovich)은 원시 지구가 목성과 비슷한 상태의 대기를 가졌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목성의 대기 상태를 기초로 원시 지구의 대기가 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로 이루어졌다고 추측하였다. 그는 이 성분들이 반응하여 유기물이 합성되었고, 이 유기물들이 바다에 축적되는 과정에서 코아세르베이트라는 유기물 복합체가 생겼으며, 이것으로부터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1953년, 미국의 화학자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는 스승인 해럴드 유리(Harold Urey)와 함께 오파린의 이론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을 하였다.

두 사람은 용기에 메탄, 암모니아, 소수 혼합기체를 넣고 이 용기에 끓는 물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를 집어넣어 바닷물이 순환하는 원시 지구의 대기와 비슷한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원시 지구에서 자주 일어났으리라 추측되는 번개를 대신하여 용기 안에 전기 방전을 일으켰다. 이 실험은 일주일 동안 계속되었는데, 일주일 후에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이 생성되었다.

이 실험은 오파린의 가설에 힘을 보태어 주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다른 실험에서 실험자가 원시 지구의 대기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달라졌다. 또한 원시 지구의 대기를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그만 실험 용기 안에서 모든 순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실험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과학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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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밀러의 실험ⓒ 윤상석

유기물 외계 유입설

별과 별 사이의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분자인 성간 분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140여 종에 달하는데, 여기에는 혜성의 꼬리에서 발견된 글리신과 같은 간단한 아미노산이 포함된다.

이 아미노산이 어떻게 성간 분자에 포함되었을까? 성간 구름의 표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글리신과 같은 간단한 아미노산이 생성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들이 발견되었다. 심지어는 DNA의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티드의 구성 성분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

이렇게 유기물이 성간 분자로 발견되고 생명의 기본단위들이 운석에 들어 있다면, 지구 생명의 씨앗도 외계에서 오지 않았을까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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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물이 있는 수많이 운석이 원시 지구에 충돌하여 생명의 씨앗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윤상석

원시 지구는 수많은 운석들이 쏟아져 들어와 충돌했다고 한다. 이 시기를 재현한 최근 실험에 의하면, 원시 지구에 존재하던 물질에 운석 충돌을 대신해 강력한 레이저로 충격을 가하자 DNA 구성 성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실험 결과는 운석들이 충돌한 충격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원시 지구 물질의 화학 반응을 촉발하여 DNA 구성 성분을 만들었고 여기에서 생명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열수분출공 생명 기원설

수심이 아주 깊은 해저에서는 바닷물이 지각 틈 사이로 스며들어갈 수 있는데, 스며들어간 바닷물은 뜨거운 마그마에 의해 460℃까지 데워진다. 그러면 주변 암석에 들어있던 일부 금속 성분들이 뜨거운 물에 녹아 들어간다.

뜨거운 바닷물은 지각의 갈라진 틈을 통해 다시 분출되는데, 수심 2000~3000m 깊이에서는 압력이 대기압의 200~300배이기 때문에 물이 수백 ℃라도 해도 수증기로 변하지 않는다. 뜨거운 물이 주변의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 뜨거운 물에 녹아 있던 물질들이 식어 침전되면서 굴뚝을 만든다. 굴뚝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라게 되는데, 이것을 열수분출공이라 한다.

해저를 직접 탐험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깊은 해저에 사는 생물들이 매우 드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여 깊은 해저를 직접 탐험하면서 과학자들은 열수분출공 주변에 사는 많은 동물들을 발견하였다. 열수분출공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바닷물에는 황화수소가 많이 들어있는데, 이 황화수소를 소화시켜 태양빛 없이도 유기물을 합성하는 화학합성 박테리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박테리아들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면서 열수분출공 주변에 생태계가 형성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해저의 열수분출공처럼 척박한 환경이 원시 지구의 환경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생명의 기원을 열수분출공에서 찾는다. 그들은 열수분출공이 생명 탄생에 적절한 물리-화학적 환경과 에너지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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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열수분출공 주변의 열악한 환경 속에도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윤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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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에 시카고 대학에서는 재미있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지구의 원시 대기와 비슷한 조건을 설정하고, 유기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원시 생명체의 탄생과 관련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실험은 원시 대기에 암모니아나 메탄, 수증기 등이 풍부했으며, 번개나 자외선 등을 통해 간단한 유기물이 만들어진다는 가설을 토대로 했다. 실험을 위해 플라스크에 암모니아와 메탄을 넣고 이를 끓여 수증기가 발생하도록 했으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아미노산을 비롯한 유기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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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밀러 실험. ⓒ ScienceTimes

심해열수공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

‘유리-밀러 실험’이라고 불리는 이 실험의 궁극적인 목적은 초기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조건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물과 유기물이 생명체의 탄생에 중요한 조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생명체의 탄생과 관련된 다양한 주장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 환경 속에서 생명체가 저절로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교회가 권위를 가지고 지배했던 시기에는 하나님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창조했다는 믿음이 만연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축적되면서 생명체의 탄생과 관련된 가설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 가운데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 지구뿐이라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탐험과 관찰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과 정보에 따르면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다. 다른 별이나 행성과 비교했을 때 지구는 탄소나 산소, 질소 등 다양한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물이 존재한다. 유리-밀러의 실험은 생명체의 탄생에 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전제 조건을 토대로 과학자들은 심해열수공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원소들과 물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약 35억 년 전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고, 지구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생명체는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최초의 생명체는 단세포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바다 속에서 점차 수면 쪽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바로 태양의 빛 에너지를 활용하는 광합성이다. 광합성을 시작하면서 지구에는 산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소의 등장은 곧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을 야기했고,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더욱 다양해졌다.

약 25억 년 전에는 단세포가 모여 결합된 다세포 생명체가 등장했다. 단세포 생명체와 비교했을 때 훨씬 복잡해진 다세포 생명체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결합했고, 주변 환경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바다에서 육상으로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 다세포 생명체에서는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폐로 호흡하는 방식이나 다리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는 점차 더 많은 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들이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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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나무. ⓒ 김서형

수십억 년 진화 과정 보여주는 ‘생명의 나무’

최초의 생명체에서부터 단세포, 그리고 다세포 생명체가 탄생하는 과정 속에서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종들도 있고, 이미 멸종한 종도 있다. 화석이나 지층 연구 등을 통해 종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종의 진화에 관련된 주장이 제기되었다.

바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인데, 그는 한 가지 종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그대로 다음 세대에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들이 발생하고, 특히 생존에 유리한 변화들은 계속 전수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생명체에 나타나는 변화들은 자연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나 자원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다윈은 여러 종들 사이에서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이긴 종만 살아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다윈이 주장했던 진화의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생명의 나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명의 나무’는 최초의 생명체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수십억 년 동안 수많은 종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멸종했는지 보여준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도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함으로써 전혀 다른 종으로 발전해왔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생명의 나무’는 생명체의 탄생과 멸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의 진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지구에서는 수없이 다양한 종들이 발생하고 멸종했다. 이들은 모두 지구의 환경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적응했고 진화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구와 생명체의 관계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수십 억 년 동안 지구와 생명체는 상호작용했으며, 이와 같은 관계는 인간이 출현한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다시 말해 인간을 포함해 지구의 수많은 종들은 지구와 함께 공존해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은 다른 종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환경의 변화에 적응했고, 진화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지구는 결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종들이 함께 공존해왔던 삶의 터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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