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작품이 판타지건 현판이건 무협이건 1원칙은 이거다.
1. 이름이 비슷한 느낌을 주지 말 것.
비슷한 이름이 많을수록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독자의 정신이 자꾸 '얘가 누구였더라?'에나 집중하게 된다.
결국, 독서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익숙해지기까지 독자를 굉장히 짜증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문재순, 문원재, 문재은 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치자.
재순, 원재, 재은이라는 세 개 이름에 다 똑같이 '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가독성을 엄청나게 떨어뜨린다.
그래서 소설이 한창 진행되다가 갑자기 '장카이 폐렴을 문재은은 막지 못했다'라는 식의 구절이 나오면 그게 누군지 바로 이미지가 구현되지 않는 거지.
어, 그런데 무협에서는 비슷한 이름 많이 봤는데?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무협에서는 어느정도는 예외다. 특히 조연들이 삼형제라면 더 그렇다.
이름이 김정일, 김정이, 김정삼 이런 식이라 치면 형제라는 게 더 와닿고 일이삼으로 납득도 가며 기억하기도 쉽다.
하지만 무협지도 아니고 형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지으면 헷갈리기 십상이다.
2. 캐릭터와 장르, 작품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지을 것.
가령 김독자라는 캐릭터 이름은 숱한 글을 혼자서만 쭉 읽어내려갔다는 '독자'라는 설정에 부합하고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현실성은 떨어지는 이름이다.
이런 류의 설정이나 상징과 관련된 이름은 각인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진지한 이야기에서 써먹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독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애초부터 그런 효과를 노린다면 또 글쎄? 그것도 나름의 맛은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의도성도 장치도 없이 실천하기에는 무리수라는 의미다.
만약 개그성이 짙은 톤이라면 이런 방식도 쓸모가 있다.
이걸 능숙하게 하는 작가는 아는 사람이 보면 웃기고 모르는 사람이 봐도 크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정도의 패러디를 할 수도 있을 거다.
비뢰도에서 마진가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아마 이게 마징가를 패러디했던 거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예시에 속한다.
이름은 그냥 편하게 붙일 수도 있지만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때 특히 좋은 장치다. 이름이 캐릭터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낼 수도 있고, 아이러니하게 반대의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문재앙 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치자.
이 캐릭터는 '재앙'으로서의 속성을 가질 수도 있고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서의 속성을 가질 수도 있다.
만약 소설에서 정말 재앙처럼 묘사된다면 캐릭터의 속성을 이름이 충실히 반영한 것이 되고, 반대로 표현한다면 아이러니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름은 현실에서의 발음이나 사물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캐릭터의 속성까지도 구현해낼 수 있게 한다.
뭔가 남성미 있고 강한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철', '권', '혁' 처럼 강하거나 튼튼해 보이는 단어가 은근히 많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강철중, 권율, 장혁 같은 이름이 이런 효과를 노린 이름들이다.
3.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말 것.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말라는 거다.
상징이니 캐릭터성이니 얘기했지만, 그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은 이야기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당신의 소설 주인공 이름이 '김크리'이건 '김말이'이건 독자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충 지으라는 뜻이 아니라 소설 집필에 필요한 의지력과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우선순위를 정하고 배분을 해야 하는데 '이름'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이다.
아무리 이름에 상징 집어넣고, 나중에 배신할 캐릭터로서의 복선이 깔려있었느니 뭐니 해봤자 그 아이디어가 빛이 나려면 결국 큰 줄기가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 거거든.
아래 갤러가 댓글 달아준 대로 적당히 제너레이터 사이트에서 짓는 게 가성비 측면에서 좋을 수도 있다.
또 괜히 이름을 욕심내서 짓다 보면 공연히 힘을 빼고 풀어 써나갈 이야기에 바짝 힘이 들어가서 되레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법이다. 건필해라.
출처:이름 짓는 법의 기초 오브 기초.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