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퐁 캐릭터 소개 - pingkeupong kaeligteo sogae

‘상어 가족’ 1000곡이 넘는 준비 속에서 나왔죠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

첫 소절만 들어도 누구나 율동을 떠올리게 되는 이 노래. 핑크퐁 동요 중 하나인 ‘상어 가족’이다. 한국을 넘어 동남아 지역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히트를 기록했다. 노래와 함께 캐릭터 핑크퐁 또한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핫한 여우가 됐다.

이 유명한 분홍색 여우와 노란 상어를 만든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를 만났다. 캐릭터와 콘텐츠, 그리고 창업과 진로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핑크퐁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핑크퐁이라는 캐릭터는 언제 구상해서 만들기 시작했나요?

2010년에 회사를 창업하면서부터 꾸준히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어요. 더 정확히는 2009년부터 핑크색 여우 이미지의 디자인을 활용했는데, 창업 후 본격적으로 캐릭터화한 것이 핑크퐁의 시작이에요. 처음에는 이름도 핑크퐁이 아닌 ‘베비퐁’이었죠.

핑크색 여우 이미지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여우가 이 시대에 맞는, 지금의 자녀들에게 부모가 바라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착하기만 한 토끼보다 조금은 영악하면서도 똘똘한 이미지이죠. 그걸 캐릭터화해서 담을 수 있는 동물이 여우였어요. 거기에 어린 왕자의 서정적인면을 담고 싶어서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의 이미지를 모티프로 삼았어요. 설정상 핑크퐁은 별나라 왕자인데, 이것도 <어린 왕자>의 설정에 여우를 대입한 거예요.

디자인도 처음부터 그런 설정에 맞춰서 진행됐던 건가요?

초기 핑크퐁과 지금의 디자인은 많이 달라요. 처음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었죠. 누가 봐도 개구쟁이라고 느낄 만한 형태였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착해졌죠. 저는 핑크색 여우라는 점과 개구쟁이 성격만 강하게 주장했고, 형태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이 꾸준히 쌓인 거예요. 제가 생각할 때 캐릭터는 디자인만으론 설명할 수 없어요. 어떤 성격이 표현된 하나의 생명체가 캐릭터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되려면 성격이 차별화되거나 공감을 사야 해요.

아주 강한 캐릭터성이 있어야 합니다. 핑크퐁은 순둥이가 아닌 개구쟁이라는 특징이 있는 거죠. 악의 없이 장난을 치는 악동 아닌 악동. 초기 핑크퐁의 이미지에는 그런 성격이 담겨서 조금은 얄미워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어요. 이후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서 대중성을 가미하다 보니 조금씩 순해졌죠. 만약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면 아무 매력 없는 아이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곧 애니메이션이 나올 텐데,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핑크퐁의 성격은 유지될 거예요. 핑크퐁과 반대로 신중한 태도로 사건을 대하는 ‘호기’라는 캐릭터가 등장해서 서로의 성격을 부각시켜줄 예정이고요.

캐릭터에 관심을 가진 건 언제부터였나요? 처음부터 캐릭터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 있었나요?

캐릭터를 소비자로서 꾸준히 좋아했죠. 그러다가 사업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건 회사를 다니면서였어요. 넥슨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크레이지 아케이드’라는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었죠.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캐릭터들이 아이스크림으로 출시된다든지, 다른 제품으로 활용되는 걸 지켜봤어요. 제가 그 사업을 하던 팀에 속해 있었고요. 그때 캐릭터 회사를 많이 만났고, 당시 만난 대표님들에게 많은 걸 배웠죠. 캐릭터를 어떻게 상품화하는지, 어떤 요소들이 비즈니스에 유리한지 등을. 캐릭터는 핑크가 유리하다는 것도 그때 배워서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에요.

상어 가족이 세계적인 ‘메가히트’를 기록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기획된 건지 궁금해요.

상어 가족이 이렇게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걸 알고 계획했느냐는 질문이라면 ‘몰랐다’고 답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입소문이 나서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으리라는 전략은 있었어요. 그건 상어 가족뿐 아니라 핑크퐁의 거의 모든 노래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니까요. 상어 가족은 약 1000곡에 달하는 핑크퐁 노래들 중 하나예요. 저희는 처음부터 모든 동요 음원, 모든 동화를 영어로 먼저 만드는 작업을 해왔고, 꾸준히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후크(특정 멜로디가 반복되는 것) 요소에 중점을 두고 배치했어요. 그래서 1000곡의 노래 중 상당수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죠. 상어 가족의 흥행은 멜로디뿐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율동과 그걸 연기한 배우들의 코믹한 표현 등 여러 요소가 겹친 결과라고 생각해요. 모든 곡을 그렇게 준비해뒀기 때문에 상어 가족을 듣고 핑크퐁의 다른 노래들을 찾아서 듣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동요 콘텐츠들은 여러 전래 민요에서 멜로디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비슷할 수 있는 멜로디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핑크퐁만의 방법이 있나요?

소비자들과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무엇일지 연구하면서 많은 시도를 해왔어요. 시작하자마자 첫 소절부터 중독성이 있어야 한다는 등 나름의 접근법들을 만들어왔습니다. 상어 가족의 경우 미국 구전동요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요즘에는 독일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많더라고요. 사실 정확한 오리지널이 없는 거예요. 이런 경우 저작권자가 없고, 독창적인 편곡과 표현을 입혀서 2차 저작권으로 권리를 갖게 돼요. 이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내죠.

유튜브에서 익숙했던 동요가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니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제는 빌보드 차트도 음악성만으로 결정되는 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뮤지션들이 음악만으로 승부하던 차트였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진 거죠. 음반 한 장 판매되는 것과 유튜브에서 보는 것의 가중치 차이를 표준화할 수있을까요? 순위를 정하는 쪽에서 자체적으로 가중치를 계산해서 적용하는 거죠. 아기 상어는 CD로 한 장도 안 팔렸어요. 하지만 온라인에서 20억 뷰를 기록했죠. 계산이 상당히 복잡해진 거예요. 저는 음악적인 수준이나 음원의 품질로 차트에 올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세계적인 현재의 트렌드, 음악을 기반으로 한 유행의 흐름에서 상위에 올랐다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물론 동요치고는 많은 투자를 했고, 품질을 높인 건 맞지만 세계적인 눈높이에서 다른 노래들과 비교하는 건 올바른 평가가 아닌 것 같아요. 음원 자체로도 좋다는 얘기들을 해주시기도 하는데, 잘되면 좋아 보이는 거예요. 많이 보면 예뻐 보이듯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나요? 깊이 고민해보세요

‘창업을 해야겠다, 스타트업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처음 했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창업을 생각하기는 했어요. 구체적으로 고민한 건 대학에 입학할 때였던 것 같아요. 게임을 만들어서 회사를 시작해볼까 생각했던 게 그때였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팀도 구성해보려고 했고요. 대학을 다니는 중에는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땐 영상 특수효과 CG 회사를 만들면 장래성이 있지 않을까 고려도 해봤죠.

지금과 같은 콘텐츠 비즈니스 쪽으로 방향을 잡은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콘텐츠 창업이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지금의 스마트스터디도 기술 기반의 창업이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졌어요.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게 된 후, 이걸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걸 서비스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거예요. 스마트스터디를 창업하던 당시 아이폰이 나오고, 앱스토어라는 게 생기면서 옛날 유통망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문이 열렸어요. 기술력을 가진 개발자가 좋은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러니 크게 봐서는 기술 회사, 앱 개발사로 창업했던 거예요. 그 기술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지금의 핑크퐁과 상어 가족을 보면 기술 기반의 창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저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 경영을 하는 사람이라면 비즈니스적인 관점이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고,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사업이 될 수 없어요. 그걸 가지고 어떻게 사업화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해요. 돈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기술은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 내가 기획하는 서비스를 실현하는 도구에 불과해요. 이런 관점에서 기술 기반의 회사로 시작해서 캐릭터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단순히 무엇으로든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될 생각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돈이 된다는 얘기는 누군가가 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뜻이죠. 그만큼 쓸모 있다고 가치를 인정받는 거예요. 그렇게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서 투자한 자원보다 사람들의 소비 규모가 더 크다면 효율적인 비즈니스죠. 그때야 비로소 세상에 유의미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증명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선순환이 되어야 우리가 생각한 좋은 가치를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요. 기술이냐 콘텐츠냐 하는 말에 얽매이기보다, 창업을 한다면 이런 관점을 이해해야 해요.

IT 분야 창업으로 진로를 정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환경이나 활동이 있다면요?

일단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에 충분히 지원해주셨고, ‘너는 장래에 이런 걸 해라’라는 식의 말씀은 거의 하지 않으셨어요. IT 장비를 일찍 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고요. 그런 부분이 큰 도움이 됐죠.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현실적인 어려움도 걱정되고요.

저는 학생들에게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마음은 정말 중요한데, 그 ‘하고 싶다’라고 느끼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단순히 그걸 하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하고 싶다’고 해요. 어떤 친구는 ‘하는 재미’를 넘어서 그 일을 자신이 해내는 성취, 그 일의 비전 등에 흥미를 느껴요. 후자라면 본격적으로 그 재미를 선택해도 돼요. 하지만 전자라면 저는 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정말 계속 할 수 있는 일인지,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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