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시 모음 - yumyeong si mo-eum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시집 <입 속의 검은 잎>(1989)-


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  -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희 오오래 정들이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두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뭍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가에, 나는 어디로 향을 해야 너와 마주 서는 게냐.
달 밝으면 으레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서른 가락도 너는 못 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침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리 높여 부르는 나의 음성도 너는 못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어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이 형 아우 총총히 돌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난,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도 왔다.
눈물과 피와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오너라. ----비둘기와 꽃다발과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나와 뒤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보자.
 
                                   - <청록집>(1946) -

짧고 유명한 시 짧고 좋은 시 모음

오늘은 짧고 좋은 시 조금 올려 봅니다.

한번씩 읽어 보시면 좋을것 같더라구요^^*

무리하게 일하지 마시고 가끔은 커피한잔 하면서 여유도 찾아보세요.

인생은 한번 뿐인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야죠..

짧고 유명한 시 감상하시고 삶에 찌든 피로를 풀어보시길 바래요.

첫사랑 /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 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호수 /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가락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하늘 / 최계락


하늘은 바다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
구름은 조각배
바람이 사공 되어
노를 젓는다.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엔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내가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다는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로움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는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보다

박용철 / 떠나가는 배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든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김영랑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비누풍선 / 이원수

무지개를 풀어서
오색구름 풀어서
동그란 풍선을 만들어서요


달나라로 가라고
꿈나라로 가라고
고히고히 불어서 날리웁니다.

박목월 /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짧고 유명한 시 짧고 좋은 시 모음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글로 찾아 뵐께요^^*

오늘도 화이팅 하시고 새해 계획하신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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