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링 뷰티 레이첼 와이즈 - seutilling byuti leichel waijeu

스틸링 뷰티
(Stealing Beauty), 1996 /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녀 훔치기, a.k.a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리브 타일러, 시네드 쿠삭, 제레미 아이언스, 장 마라이, 도날 맥캔, 레이첼 웨이즈, D. W. 모펫, 스테파니아 산드렐리
별점: ★★★★


팻 오코너 감독의 97년작 영화 <악의 꽃>을 본 이후로 나는 한동안을 제니퍼 코넬리와 리브 타일러에게 푹 빠져지냈었다. 그녀들의 표정과 몸짓 너머 은밀하게 감춰진 매혹을 나는 거의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해 나는 리브 타일러보다는 제니퍼 코넬리 쪽에 훨씬 더 매료되어 있었지만 제니퍼 코넬리의 매력을 살린 영화들은 <러브 앤 샤도우>와 같은 실패한 몇 편의 작품 외에는 찾을 수 없었던지라 리브 타일러가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서 대리만족 하는 날이 많았다.

사실 제니퍼 코넬리가 너무 특출난 여성이라 그렇지 리브 타일러도 나름 매혹적인 구석이 많은 여배우다. 더구나 <악의 꽃>에서도 그렇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연출한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제니퍼 코넬리에 비해 자신의 매력을 훨씬 효과적으로 드러낼 줄 아는, 더불어 엄청나게 작품 복이 있는 배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니퍼 코넬리가 낭만적이고 지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매혹의 소유자라면 리브 타일러는 원초적이고 신비하면서도 음란한 구석이 엿보이는 배우다. 아마 이 음란한 매력이 다른 매혹의 코드에 비해 전면에 잘 드러났기에 <악의 꽃>이나 <스틸링 뷰티>와 같은 '색깔이 강한' 영화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말이다. 물론 여기서 음란하다는 뜻은 결코 천박한 의미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이성을 흥분시키는 매력, 혹은 성에 솔직하다는 뜻이다.

각설하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단지 서사에만 강한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작품일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리브 타일러가 감추고 있던 매혹의 코드를 정말 절묘하게 포착해 냈고 덕분에 이 영화는 모호한 주제의식과 이야기전개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그 무엇을 품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엔 제레미 아이언스나 시네드 쿠삭, 장 마라이, 레이첼 와이즈 같은 뛰어난 배우들도 한 몫을 했지만 리브 타일러의 역할이 제일이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동안 많은 영화 속에서 리브 타일러보다 예쁜 여자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제 내게 리브 타일러는 제니퍼 코넬리 만큼의 압도적인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직 이 영화를 찍던 19살부터 <악의 꽃>을 찍은 20살때까지의 그녀는 내가 이제껏 보았던 영화 속 여자들 중 가장 은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여자로 기억될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알렉스'가 죽어가는 과정, 그리고 리브 타일러가 연기한 '루시'가 처녀성을 상실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상실에 필연적으로 따르게 마련인 정신적 혼란과 그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자아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오늘 나의 감상이 주제의식과 그에 대한 평가보다는 특정 여배우에 대한 품평처럼 느껴져서 조금은 민망하기도 하지만 19살의 리브 타일러가 자신의 매력을 뿜어낸 이 영화에 대해 적으며 주제의식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녀에 대한 찬사의 말을 빼놓는다는 건 아름다움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했기에 주제의식에 대한 자잘한 감상은 생략하였다.

리브 타일러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담은 영화, 더불어 내가 아는 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가장 섹시한 작품인 <스틸링 뷰티>에 환히 빛나는 네 개의 별로써 내 나름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2009. 2. 28. 토요일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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