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책 제목이었다. 나의 속마음을 누가 훔쳐본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작법에 관심이 많아 작가 ‘제리안’의 블로그를 구독 중이었고, 마침 위 도서의 서평 이벤트를 연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책에서 한두 가지 노하우만 얻어가도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나의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아주 괜찮은 로맨스 소설 작법서였다.
로맨스 장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부터, 로맨스 소설 몇 편 써 봤는데, 갈피가 안 잡힌다 싶은 예비 작가들까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작법서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이 얼마나 꼼꼼히 쓰인 책 인지는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다.
목차
1부 로맨스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할 심리학 혹은 연애학
―여자들이 로맨스에 열광하는 이유를 니가 알아
1장 그래서! 우리에겐 로맨스가 필요해
여자들이 로맨스에 끌리는 ‘과학적인’ 이유
여자의, 여자를 위한, 여자에 의한 판타지
10~20대_넘나 설레는 것!
20~30대_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러브픽션
30~40대_뜨거운 욕망의 비상구를 찾아 헤매다
로맨스가 선사하는 ‘유사연애효과’
2장 로맨스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할 남자의 모든 것
섹시하고 은밀한 남자들의 속마음
섹스 후에 드러나는 남자의 진심
섹스와 동시에 끝이 나는 연애 게임
남자와 여자,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관계
남자는 어쩌다가, 여자는 수시로 연락한다
남자는 현재를 즐기고, 여자는 미래를 꿈꾼다
2부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 실전 가이드라인은 이러하다
―이야기를 만드는 거의 모든 공식
3장 돈버는 로맨스는 따로 있다: 20가지 머니코드(Money Code)
Money Code 1_관습의 법칙
Money Code 2_끌어당김의 법칙
Money Code 3_설정의 법칙
Money Code 4_현실의 법칙
Money Code 5_비밀의 법칙
Money Code 6_융합의 법칙
Money Code 7_직진의 법칙
Money Code 8_웃음의 법칙
Money Code 9_톰과 제리의 법칙
Money Code 10_호감의 법칙
Money Code 11_‘케미’의 법칙
Money Code 12_텐션의 법칙
Money Code 13_키스의 법칙
Money Code 14_관능의 법칙
Money Code 15_애정공세의 법칙
Money Code 16_서브의 법칙
Money Code 17_폭발의 법칙
Money Code 18_불꽃놀이의 법칙
Money Code 19_스토리텔링의 법칙
Money Code 20_피날레의 법칙
4장 망하는 로맨스도 따로 있다: 5가지 실패 코드(Failure Code)
Failure Code 1_모호한 장르는 독(毒)
Failure Code 2_한발 늦은 트렌드
Failure Code 3_과유불급과 타이밍
Failure Code 4_공감 받지 못하는 캐릭터
Failure Code 5_개연성과 문장력 부족
5장 남녀주인공의 자격: 캐릭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
반할 수밖에 없는 남자
로맨스의 소설 캐릭터는 다르다
TIP 남녀주인공 직업 백서
등장인물을 소환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
혈액형과 별자리를 알면 캐릭터가 보인다
역사 속 실존 인물 가공하기
평범한 캐릭터에 증후군을 더하라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작명법
캐릭터 만들기, 이것만은 지켜라
6장 끌리는 이야기 공식: 플롯과 갈등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플롯
TIP 현대 로맨스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
놓칠 수 없는 서브플롯과 ‘브로맨스’
교묘하고 복잡한 스토리라인 완성
7장 보이는 이야기 공식: 묘사와 배경
묘사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
인물 묘사,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
성격은 행동 묘사 + 외모 묘사
감정과 묘사의 정비례
독자를 끌어들이는 배경과 공간
8장 느끼는 이야기 공식: 러브신
로맨스 소설의 꽃, 러브신
관능의 유혹, 그리고 성적 긴장감
보다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려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감정과 신체 묘사
9장 듣고 즐기는 이야기 공식: 장면과 대화
로맨스 소설에 가장 알맞은 시점은
시점의 선택과 이동 방법
소설의 기본, ‘장면’ 만들기
5분의 법칙과 절단신공
강한 흥미를 유발하는 복선 활용법
빨리 써야 할 때와 느리게 써야 할 때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 정하기
생생한 대화의 비밀
드라마로 배우는 ‘맛깔 나는 대화법’
TIP 로맨스 소설 쓰기 5주 완성 체크리스트
3부 로맨스, 쓰기 전에 이것만은 알아두자
―지금까지 알려진 로맨스 소설의 모든 것
10장 영원한 사랑의 바이블
로맨스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다
TIP 로맨스 소설의 분류와 하위 장르들
칙릿은 로맨스일까, 아닐까
할리퀸을 빼고 로맨스를 논하지 마라
로맨스, 아는 만큼 보인다
Easy Writing, Easy Reading
할리퀸 작가들의 라이팅 포인트
할리퀸은 클리셰 백과사전일까, 로맨스의 정석일까
TIP ? 세계적인 로맨스 작가들의 로그라인 엿보기
11장 웹소설로서의 로맨스
100원의 ‘황금시장’
비주류에서 주류가 된 웹소설
오직 독자를 위한 비즈니스
웹소설의 문법을 익혀라
로맨스가 장악한 웹소설 시장
12장 로맨스 작가로 끝까지 살아남기
자기 스타일 냉정하게 파악하기
연재 형식으로 집필하는 공식
다작 시스템 구축하기
자기복제는 금물, 완성도를 높여라
장르 구분 없이 닥치는 대로 읽어라
세상의 편견을 웃어넘겨라
자만하지도 조급해하지도 말기
독자들의 악플에 감사하라
특히 2부의 내용이 굉장히 유용했다.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부분 만으로도 이 책은 사서 볼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2부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의 모든 공식을 다루고 있다.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의 실전 가이드라인이다. 2부의 3장에서는 돈 버는 로맨스의 ‘20가지 머니코드(Money Code)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2부의 4장에서는 망하는 로맨스의 5가지 실패 코드를 다루고 있으며 , 5장에서는 남녀주인공 캐릭터를 설정하는 법, 6장에서는 플롯과 갈등을 설정하는 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중 2부 4장의 '망하는 로맨스의 5가지 실패 코드(p. 128)는 꼭 유념해두면 좋을 것 같았다. 흥하는 로맨스는 다양한 이유로 흥하지만, 망하는 로맨스는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지점들을 놓쳐서 망한다고 생각하기에, 흥하는 방법을 아는 것보다 망하는 방법을 알아서 피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작가는 5가지 실패 코드를
- 모호한 장르는 독
- 한발 늦은 트렌드
- 과유불급과 타이밍
- 공감 받지 못하는 캐릭터
- 개연성과 문장력 부족
으로 꼽았다.
이 중 '모호한 장르는 독'에서 작가는 '로맨스에 어떠한 장르를 끼워 넣어도 상관없지만,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반드시 '사랑'과 '남녀관계'여야 한다'며,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이 있으면 사회 소설을 쓰면 될 일이고,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이라면 칙릿을 쓰면 그만이다. 미스터리나 추리 기법을 사용하는 건 좋지만, 어디까지나 로맨스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쓰여야지 주객전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로맨스를 쓰다 보면, 자꾸 욕심이 나서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건 다 넣어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정체성 잃은 짬뽕이 될 뿐, 매력적인 로맨스가 될 수 없다. 로맨스를 쓰는 사람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를 작가는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었다.
책 곳곳에 있는 ＜바로 써 먹는 ‘핵노하우’＞도 아주 유용했다.
- 로맨스 소설에서 여주인공의 매력과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다양한 직종들에 대한 소개,
- 현대 로맨스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
- 로맨스 소설쓰기 5주 완성 체크리스트,
- 세계적인 로맨스 작가들의 로그라인 엿보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설 창작의 핵심 TIP들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특히 ‘현대 로맨스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p. 178)이 유용했다.
- 남녀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만남,
- 사랑에 빠질만한 장치로 인한 인연의 시작,
-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가까워지는 계기,
- 서로 알고 싶은 욕망으로 인한 밀고 당기기 싸움,
- 두 사람을 운명공동체로 만들 사랑의 강제 요소,
- 사랑의 방해요소,
- 전-화-위-복을 이용한 갈등 고조의 주춧돌 놓기,
- 갈등이 약할 때 사이다 해결법,
- 행복한 결말과 후회 없는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로맨스 소설의 필수적인 뼈대를 세우는데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로맨스 작가들의 로그라인 엿보기' (p. 292) 도 주목해 볼만하다.
소설이나 시나리오 창작을 해 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읽는 동시에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이야기가 펼쳐지는, 그래서 너무 매력적인 로그라인을 만드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이 부분에서는 유명 로맨스 작가들의 로그라인을 정리해두어 소설 창작에 참고할 수 있게 한다.
ex) 캐서린 조지 ＜사랑이 머무는 자리＞
부동산 중개업자인 포시아는 남자 동료들 틈에서도 꿋꿋하게 일하며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런데 천하의 포시아에게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으니,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진 전원주택을 아직 팔지 못한 것.
그런데 어느 날 포시아의 앞에 그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가 루크가 나타난다. 그녀는 반드시, 기필코! 거래를 성사시키겠노라 마음먹는다. 그러나 루크는 주택을 살 듯 말듯 포시아의 애간장을 살살 태우는 걸로 모자라 수상쩍은 태도로 그녀에게 접근하는데, 그래서 계약을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읽으면서, '벌써 재밌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줄의 글을 읽기만 했는데도 경쟁심이 강한 커리어우먼 포시아가 전원주택을 팔기 위해 루크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며 고군분투 하지만, 어딘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는 루크는 밀당을 하는 듯 쉽게 포시아의 계획대로 따라주지 않고, 포시아는 더욱 마음이 달아 이런저런 수를 다 쓰다가 루크가 점점 궁금해지고, 서로를 알아가다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마는 그런 쫄깃한 로맨스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처럼 흥미로운 로그라인을 많이 읽어두는 것도 로맨스 창작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마음속에 담아둔 로맨스 소재 하나 있다면, 책을 읽으면서 구상하고 있는 로맨스 소설이 어떤 길로 확장되어야 하는지 점검해보기 딱 좋은 책이었다. 꼼꼼하게 2독을 마쳤고, 책의 내용을 체화하기 위해 3독 중이다.
막연하게 로맨스 하면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내게 진짜 경쟁력 있는 로맨스 소설이 무엇인지, 알려준 로맨스 작법서,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언젠가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작가 되는 그날’을 맞이하길 바라며, 책의 서평을 마친다.
* 저자 제리안은 2006년 ＜문학바탕＞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고, 교육신문과 여행잡지사의 기자를 거쳐 현재는 전업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간작으로는 시집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와 로맨스 장편소설 ＜결혼계약＞, ＜내겐 너무 비싼 그놈＞, ＜케미하우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