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출혈 덩어리 - imsin chulhyeol deong-eoli

※해당 포스팅은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입니다. 정보전달성의 내용은 전혀 없고 기록용으로 작성한 포스팅이니, 제 유산 경험,과정이 궁금한 분들만 읽어주세요※

2021년 2월 10일(수)

갈색 소량의 피,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설날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 날, 4일 동안 쉴 생각에 너무너무 행복했었다는..

점심도 여유롭게 먹고 차도 마시고 느긋하게 회사에 복귀해서 일하고 있는데 왠일로 회사에서 3시반에 퇴근하라고...!

다음주 부터는 2시간 단축근무도 신청해서 룰루랄라 신나는 마음으로 퇴근준비를 하면서

화장실을 들렀는데 팬티에 손톱만하게 갈색혈이 묻어있었다.. 생각치도 못한 피비침....

볼일 소변을 보고 난 후 휴지를 봤는데 소량의 갈색 피가 묻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 때부터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서둘러 퇴근하면서 남편한테 전화해서 산부인과를 들렀다 집에 가겠다고 했다

.

평일 예약없이 가니.. 그리고 연휴전이라 그런가 산부인과는 인산인해였다

너무 불안했다 혹시라도 우리 아기가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심장은 미칠듯이 뛰고 눈엔 눈물이 고이더라

양이 많지않았지만 피비치는건 아무래도 좋지 않은 신호가 맞으니.. 내 이름이 불리자마자 바로 증상을 얘기하고 질 초음파를 보았다

선생님이 보시더니, 아무 이상 없고 오히려 5주가 되니 지난주에 보이지 않던 난황도 보인다고 하셨다 (난황이 안보일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잘 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5주차에 보이는 건 보통 착상혈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고 피고임도 없다고... 대신 빨간피가 나오면 다시 내원하라고 하셔서 알겠다하고 집으로 왔다

난황이 보여서 기뻤다

하루에 지옥과 천국을 동시에 맛봤다

집에 돌아와서 옷갈아입고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원래 친정과 시댁 모두 설날에 방문하려고 했는데 무리하면 안될 것 같아 이번에 나는 그냥 집에서 쉬고 남편만 시댁을 다녀오라고 했다

남편이랑 저녁을 먹고 쉬는데 밑에 뭐가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을 가보니 양이 좀 늘었다

갈색피는 맞는데 손가락 만하게 피가 묻어있었다.. 너무 불안했다..

네이버,유튜브 모두 찾아봤다

임신 5주차 착상혈, 착상혈 양, 임신 갈색피, 임신 피비침, 초기임신 출혈, 초기임신 피비침, 초기임신 갈색피....

도저히 안정이 안돼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그나마 아래 유튜브 의사선생님의 영상이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됐다

2021년 2월 11일(목)

빨간피, 미열, 응급실 진료 거부까지..

출혈양이 좀 줄어들면 좋겠는데 여전히 계속 나와서 생리대를 착용했다

임신 소식을 알고 생리대를 이제 사용할 일이 없겠다 싶었는데... 참 씁쓸한 마음으로 팬티라이너를 부착했다

약간의 피가 나오니 화장실을 가는게 너무너무 두려웠다

빨간피가 나올까봐도 두렵고..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피 색상은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진 않더라..양이 중요하지...

아무튼 저녁 9시가 됐는데 빨간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빨간피를 보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불안해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그냥 지금 산부인과를 다녀오자고 했고 바로 차를 타고 산부인과를 향했다

설연휴여서 전화를 먼저 했더니, 분만실만 오픈되어 있다고 분만실로 오라고 했다

남편이 따뜻하게 입으라고 해서 바지도 두겹, 가장 두꺼운 오리털패딩잠바를 입고 부랴부랴 서둘러 갔다

3층은 매우 따듯했다 히터가 엄청나게 빵빵하게 나와서 3층에 들어서자마자 '되게 덥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만실 앞에 도착해서 벨?을 누르니 간호사가 문을 열어줬다

체온계를 귀에 대더니 간호사가 갸우뚱 거리는 것이 아닌가

양쪽 모두 쟀는데 37.7도란다...

코로나 때문에 37.5도 이상이 되면 들여보낼 수 없다는게 아닌가...ㅠㅠㅠ

난 지금 피비침 때문에 너무 불안한데 망할놈의 코로나 때문에 진료도 못보고 돌아갈 판이었다

남편은 밖에서 대기했어야했는데 몇번을 재봐도 37.6도였다....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

당직 선생님께 간호사 선생님들이 콜했더니 그 환자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더라...

내가 밖으로 나가서 상황 설명을 했더니 남편이 간호사쌤들한테 너무 당황해서 열이 나는 것 같다

10분정도 쉬었다가 다시 열을 재보고 그때도 열이 안내리면 돌아가겠다라고 침착하게 말해줬다

난 어디 간적도 없고 집에서 누워만있었는데...코로나가 정말 야속했다...

우리 상황도 급하고 분만실 상황도 이해는 되는데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슬펐다

10분 뒤에 다시 열을 재봤다. 그래도 37.5도였다. 환자분 오늘 진료는 어렵겠다고 간호사선생님들이 나를 돌려보냈다..

남편과 나는 진료를 보지 못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허탈했다...

어제도 병원에 왔는데 오늘도 또 방문한 내가 너무 유별난가 싶기도하고... 별거 아닌일인데 내가 너무 유난떠나 싶기도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냥 또 누워만있었다

2021년 2월 12일(금)

피덩어리 배출, 그리고 유산

아침이 되었는데도 피가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양이 늘어 팬티라이너로는 감당이 안되었다

생리대 중형을 찼다. 빨간피 뿐만 아니고 알알이 작은 덩어리도 조금씩 보였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다시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분만실의 다른 간호사분이 전화를 받았다

또 열이 나는 것 같아 침대에서 물묻힌 수건을 머리에 올리고 한숨 자고 2시쯤 산부인과를 갔다

산부인과를 가는 차 안에서 전화를 했는데 어제 나를 돌려보낸 간호사분이 또 전화를 받는게 아닌가...;;

어제 그 열났던 산모분 아니시냐고, 오지 말라고 하더라.

남편이 옆에서 전화통화하는걸 듣더니 저희 어제 집 가자마자 열 내렸다고, 오늘도 열 재보고 열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저희도 지금 급해서 병원을 가는건데 저희 사정은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냐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간호사는 당직 의사선생님께 한번 여쭤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고, 다행히 당직의사선생님이 오라고 해서 산부인과에 들어갔다.

괜시리 열이 나는 것 같아 차안에서도 물수건을 머리에 얹고 갔다

분만실 앞에 다시 도착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다. 열을 재봤다. 36.9도였다

분만실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었고 진료 하기 전에 입는 치마를 입고 의사 선생님을 기다렸다

외래진료와 다르게 분만실에는 굴욕의자가 없었다 그래서 수술대 같은 침대 위에 올라가 진료를 봤다

초음파를 보니 다행히? 아직 아기집이 보였다 (아래 사진처럼)

피가 아무리 많이 나도 건강할 아이는 건강하고,

피가 안나도 유산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대신 피 양이 많아지면 다시 내원하세요

병원에서는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아직 아기 심장소리를 듣기도 전이라,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했다.

나는 유산방지 주사를 놔주면 좋겠는데, 선생님은 이정도 피는 괜찮다고 했다 (빨간피여도)

하지만 피 양이 많으면 다시 내원하라고 했다

병원을 가서 아기집이 있는 것을 확인해서 다행이긴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고 돌아온게 아니라 계속 찜찜했다

그냥 그렇게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대망의 오후 4시..

쉬는 내내 누워만 있었더니, 소화도 안되고 입맛도 없고 이게 입덧 증상인가 싶기도하고

정말 먹고싶은 생각이 1도 안들었다

남편은 그래도 애기 생각해서 먹어야한다고 밥을 차려줬고

어머님이 보내주신 갈비랑 반찬을 조금 먹었다

속도 불편하고 특히 허리가 되게 아팠다 생리하는 것처럼 배가 묵직하고 허리도 불편하고 속도 안좋고

이른 저녁을 챙겨먹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허리가 갑자기 너~~~무 아팠다

화장실을 가려는데 배도 지끈지끈 아파서 허리를 거의 90도로 구부린채 화장실을 가서 일을 보고 왔다

아랫배에 갑자기 통증이 심하게 왔다

근데 정말 특이하게 통증이 심하게 오다가 잠깐 괜찮고 또 아프다가 괜찮다고

마치 산모들이 출산하기 전에 진통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너무 아팠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너무 아파서 눈물만 났다

미열도 있어서 물수건을 계속 이마에 올려놓으면서 그 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남편이 걱정돼서 옆에 같이 누우면서 계속 간호를 해줬다

물도 못마시겠고 화장실에 가는게 너무 겁이 났다

배가 너무 아프지만 화장실을 가고싶어 화장실을 갔다....

그런데 무언가 물컹하고 나오는게 아닌가...

피 덩어리였다

정말 손바닥만한 크기의 피 덩어리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남편을 불렀다. 나 피덩어리가 나왔다고..

피덩어리를 배출하고 침대에 앉아서 남편을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혹시 지금 내가 본게 햇살이(태명)면 어떡하지..? 햇살이를 지금 보낸거면 어떡해...?

정말 많이 울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또 누웠다

피덩어리를 배출하고 배 통증이 조금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 있었다

의사선생님이 아무리 피가 나도 건강할 아이는 건강하다고 한 말을 생각하면서

유산은 아닐거야 아직 햇살이가 내 안에 있을거야 생각하면서 누워있었다

화장실을 정말 가기 싫었지만 또 다시 화장실을 가야했다

피덩어리가 또 나왔다 아까만큼 손바닥만한 양의 피가

그 이후로도 조금씩 계속 나왔다 덩어리 피가

정말 생리하는 것과 똑같았다

그리고나서 배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일단 오후 진료를 봤고, 선생님이 너무 걱정되면 다음 주 월요일에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설날이라 외래진료는 없고 응급진료만 있었기에

그냥 월요일에 휴가를 쓰고 병원을 다녀와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피가 조금씩 났지만 양은 현저히 줄었다..

피덩어리를 보고나서 사실 직감을 하긴 했다. 유산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다. 아직 아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좋은 생각 그만하자

하지만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 그러니깐 조금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그렇게 주말을 보냈다 (슬의생 몰아보기를 하면서 주말을 간신히 버텼다)

2021년 2월 15일(월)

아기집이 거짓말같이 사라지다. 유산 판정 받은 날

일요일 저녁 잠이 안왔다. 내일 병원을 갔는데 아기가 유산됐으면 어떡하지?

현실이 눈앞에 닥칠 것을 생각하니 숨이 안쉬어졌다. 한숨을 푹푹내쉬며 잠을 간신히 청했다

9시반 오전 진료를 예약했던 터라 서둘러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자기 전에 유산과 관련된 내용들을 이것저것 찾아봤다. 소파술이라는 것도 있는데

소파술을 하려면 빈속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혹시나 싶어 아침을 안먹고 병원을 갔다.

내 차례가 되었다. 선생님께 설날동안 있었던 증상들을 차분하게 얘기하고 나서 굴욕의자에 앉아 초음파를 보았다.

....

....

....

정말... 거짓말 같이 자궁에 아기집은 보이지 않았다

검은 동그라미가 있어야할 자리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으로 직접 유산된 것을 보니 정말 허탈했다....

그동안 내 자궁에 있던 아기집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것을 보는 그 느낌은...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거다.

선생님이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로 유산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옷을 챙겨입고 선생님 앞에 앉았다. 선생님은 초기유산이 흔하다고 하셨다

산모님의 잘못은 전혀없고 보통 초기엔 염색체 이상때문에 아이들이 유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행히도 나는 피로 배출이 돼서 오히려 수술을 안해도 될수도 있다고 했다.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선생님이 위로를 해주셨다.

그냥 생리를 오랫만에 한거라고 생각하시라고.. 다음 생리는 4-5주뒤에 할 거라고 말해주셨다.

일단 일주일 뒤에 다시 내원해서 자궁상태를 보고 치료를 해야할지 지켜보자고 하셨다...

6주차에 아기 심장소리 듣고 산모수첩을 받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5주차에 유산이라니... 너무 슬펐다.

남편이 수납하려고 하는 동안 혼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병원에서 나만 울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울었다. 유산이라는게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남편도 너무나 슬펐겠지만 슬퍼하는 나를 위로했다

집에 돌아와서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친정엄마는 같이 우셨고 시머어님은 말을 잇지 못하시고 나를 위로해주셨다

생각치도 못했던 임신

1월 26일에 처음 임신사실을 알고 너무나 기뻤고

햇살이를 품고있다는 걸 알았던 2주 반이라는 시간이 정말...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너무 행복했었다

존재만으로도 너무나 큰힘이 되고 격려가 되었던 햇살이였는데, 이렇게 보내버리니 너무 허탈했다.

임신 초기 유산의 원인은 진짜 염색체이상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하더라..

유산에 대해 엄청 찾아봤다. 그 중에 너무 너무 위로가 되었던 영상이 있어서 아래에 첨부해뒀다.

생각보다 임신초기유산이 정말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였다.. (산모의 20%가 유산을 겪는다고 했다)

지금은 그냥 엄마가 되기 전에 예행연습했다고 생각해야지 좋게 마음 먹고 있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절대 유산되지 않고 건강한 아이가 우리에게 찾아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이 분 영상도 유산 후 힘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힘을 주는 영상이어서 첨부한다

2021년 2월 15일(월)~19일(금)

유산휴가중

나라에서 유산을 한 산모에게 유산휴가를 준다고 나와있었다 5일

유산도 아기를 낳은것과 동일하게 산후 조리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부랴부랴 미역국도 끓여먹고 남편이 수요일 당직이었어서 엄마가 우리집에 와서 밥도 차려주고 설거지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셨다

팀장님께 유산소식을 알리고 정말 죄송하지만 이번 주는 쉬어야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번주 제일 바쁜 주간인데..)

월, 화는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수요일이 되어서야 피도 멎고 괜찮아져서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처리했다.

엄마는 절대 밖에 나가면 안된다고 아기 낳은 거랑 똑같아서 찬바람 절대 쐐면 안된다고 한다. 문도 열지 말라고..ㅠㅠ

몸 상태가 많이 괜찮아지긴 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왼쪽아랫배가 콕콕 쑤신다...

토요일에 제발 모든 것이 다 배출되어 수술할 필요 없고, 건강하게 회복하시다가 다시 임신 준비를 하시라고...말해주면 좋겠다...

나의 슬픈 유산 일기 끝-

Toplist

최신 우편물

태그